[포토] 기성용-정우영, 거침없는...몸싸움 훈련~!
신태용 감독이 태극전사들의 체력 훈련을 긍정적인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레오강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레오강=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힘들어도 만족스럽고 뿌듯할 때가 있다.

5일 오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경기장에서 열린 신태용호의 두 번째 훈련이 그랬다. 선수들에게 100분간 그야말로 ‘생지옥’ 같은 체력 훈련이 펼쳐졌다. 두 선수가 서로의 어깨를 부딪힌 뒤 단거리를 달리는 등 몸싸움으로 시작한 훈련은 선수 개개인이 전속력으로 달린 뒤 오른발과 왼발 슛을 연달아 쏘는 것으로 연결됐다. 이어 손흥민-황희찬, 이승우-문선민 등 둘씩 짝지어 일대일 격돌을 쉼 없이 펼쳤고 5명씩 4팀으로 나뉘어 두 팀이 5대5 미니게임을 하고 나머지 10명은 운동장 반대편에서 ‘공포의 삑삑이’로 불리는 셔틀런(7m와 15m를 각각 8번씩 2세트)을 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지난 달 21일 소집 뒤 이렇게 강도 높은 훈련은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신 감독은 “이젠 선수들의 컨디션이 비슷해졌기 때문에 체력 훈련을 할 타이밍이다”라고 했다.

선수들을 파김치로 만든 이 훈련을 이해하기 위해선 전날 신 감독의 인터뷰를 소개할 수밖에 없다.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달 21일 소집된 뒤 브래지어 모양의 특수 장비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착용하고 있다. 방향 전환, 충돌, 점프, 가속 등 400가지 이상의 데이터가 GPS(위성 항법 장치)를 통해 세밀하게 측정된다. 태극전사들의 몸 상태가 낱낱이 수치로 나타난다. 신 감독은 4일 “체력 부분에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파워프로그램 같은 것이 필요한데 파워프로그램을 실시하기 위해선 한 달 정도 팀이 합숙하든가 해야한다. 그런데 중간중간 경기가 끼어있어 그것에 신경써야 한다. 그런 훈련을 하지 못해 휴식과 영양으로 체력을 안정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팀의 숨은 고민을 신 감독이 스스로 밝힌 것이다. 결국 그날 코칭스태프 토론을 통해 체력 훈련을 결정했고 5일부터 단내 나는 지옥 훈련이 이뤄졌다.

한국 축구는 크게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 등 두 차례 성공을 월드컵 무대에서 경험했다. 두 차례 환호의 중심에는 강한 체력을 통한 압박이 있었고 이를 지휘한 이가 선수들에게 ‘저승사자’로 불렸던 네덜란드 출신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피지컬 코치였다. 베르하이옌 코치는 장기 합숙이 가능했던 2002년엔 그 해 1월 골드컵부터 체계적인 체력 향상 프로그램을 진행해 신화의 초석을 놓았다. 2010년엔 소집기간이 지금보다 약간 긴 한 달 정도에 불과해 장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어려웠지만 1월과 3월 A매치 기간에 닐스 데 브리스라는 다른 코치를 파견해 선수들의 체력을 측정하더니 최종 훈련 소집 직후부터 오스트리아 전지훈련~남아공 현지 적응훈련에 이르는 기간 동안 꾸준히 체력 훈련을 실시해 16강으로 가는 길을 닦았다.

신태용호도 이를 교훈 삼아 지난해 11월 외국인 피지컬 코치를 데려왔다. 과거 스페인 대표팀에서 일했던 하비에르 미냐노가 부임했다. 미냐노 코치는 베르하이옌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선수들 체력을 관리한다. 훈련도 중요하지만 충분한 휴식이 우선이다.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전을 앞두고 손흥민 등 유럽파들을 하루도 아니고 이틀이나 푹 쉬게 한 것이나 12월 도쿄 동아시안컵 당시 일본전을 이틀 앞두고 훈련 전면 금지를 권유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결과도 좋았다. 피로를 풀어낸 선수들이 맹활약했고 콜롬비아전 2-1 승리, 일본전 대승 및 동아시안컵 우승의 성과를 거뒀다.

그래서 러시아 월드컵 앞두고도 휴식과 영양, 컨디션 관리를 통해 스웨덴, 멕시코, 독일 등 강팀과 싸울 태극전사들의 몸을 만들어갈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종엔트리 23명이 확정된 뒤 진행하는 오스트리아 전훈 초입부터 파워프로그램이 이뤄지고 있어 이 훈련의 효과가 러시아 월드컵의 대표팀 경기력 업그레이드와 연관될 것으로 보인다. 5일 프로그램은 축구 경기 도중 일어날 수 있는 장면을 응용했다는 점에서 베르하이옌이 하던 방식과 거의 같은데 선수들은 상당히 만족하는 눈치다. 이재성은 “대표팀에 필요한 훈련이고 내게 더 중요하다. 같이 하면서 팀도 더욱 끈끈해졌다”며 반겼다. 장현수도 “굉장히 힘들다. 한국이 몸싸움에서 부족한데 상대를 이겨낼 확률이 더 높아질 것 같다”고 했다. 신 감독이 “앞으로 경기 전날이나 다음날을 피해 두 번 더 하겠다”고 말한 것을 선수들이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할만큼 전격적으로 파워프로그램이 이뤄진 모양새는 스웨덴전이 2주일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의미 있는 변수가 될 것 같다.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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