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남성이면 철벽보호, 여성이면 2차 가해. 남성이라 약한 처벌, 여성이라 가중 처벌. 동일범죄 동일수사 동일인권 보장하라.”

‘홍익대 누드크로키 수업 몰래카메라 사건’에서 검찰과 경찰이 ‘불평등 수사’를 했다며 규탄하는 집회가 2주째 이어졌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강남/홍대 성별에 따른 차별수사 검경 규탄시위’ 카페를 통해 모인 여성 800여 명(경찰 추산)은 26일 오후 4시15분께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모여 시위했다.

앞서 19일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성차별 수사 규탄 시위 당시 여성들이 붉은 계통의 옷을 입었던 것과는 달리 이날 참여 여성들은 대체로 검은색 옷을 갖춰 입고 마스크를 착용했다. 19일 시위는 1만2000여명(경찰 추산 1만 명)이 참석해 ‘여성’이라는 국내에서 단일 의제로 열린 사상 최대의 규모로 알려졌지만, 이날은 비교적 소규모로 시위가 시작됐다.

몰카를 비판하는 시위인 만큼 이날 취재진의 카메라는 엄격한 통제를 받았다. 특히 주최 측은 남성 기자들에게 시위 장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안내했다. 참가자들은 “가해자가 남성이면 미래 봐서 감형하고, 가해자가 여성이면 천하제일 악질인가”, “남성 중심 차별수사 각성하고 규탄하라”, “남의 불행 즐겨놓고 아닌 척 마 남자들아. 너희가 가해자다‘ 같은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은 연설문에서 ”최근 몇 년간 불법촬영 범죄의 실태와 그 심각성이 퍼진 이래 홍대 누드크로키 도촬(도둑 촬영) 및 유포 사건처럼 피의자의 범죄 내막과 수사 과정이 집중적으로 보도된 일은 없었다. 그야말로 이례적인 수준이었다“며 ”여성들은 공공장소에서조차 불법촬영의 피해를 보고 있지만, 몰카 사진을 촬영, 유포한 남성이 처벌받았다는 글을 보기는 어렵다“고 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이철성 경찰청장은 21일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제한된 공간에 20명이 있었기 때문에 홍대 도촬 및 유포 사건의 수사가 빨랐다고 주장했다“며 ”그렇다면 가해자가 명확하게 한 명인 디지털 성범죄 불법촬영 등을 신고했을 때는 왜 이 정도로 빠른 대처를 하지 않았는가“라고 비판했다.

주최 측은 또한 ”검경은 ’신속하게, 엄정하게 대응하겠다‘ 등의 말로 여성의 분노를 잠재우려 하지 말고 구체적인 사전 예방 대책, 사후 수습 대책을 발표하길 바란다“며 ”동일범죄에 대한 동일수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같은 인권을 가진 국민의 당연한 권리다“고 강조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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