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풍기
김풍기 구심이 1회초 1사 2루 NC 테임즈의 항의에 볼을 확인한 후 파울을 선언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규정을 잘못 적용했다면 경기 중에라도 오심을 인정하는 게 맞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김풍기 심판위원장이 판정의 사후 대응에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25일 스포츠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지난 24일 광주 KIA-KT전에서 5회초 일어난 송구방해 규정 미적용 여부에 대해 박기택 팀장이 최초 해석의 오류를 인정하고 오심을 인정했다. 야구 규칙은 공격과 수비팀 중 어느 누구도 피해를 보면 안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당시 순간적으로 심판들이 규정을 잘못적용했지만 취재진의 질의를 들은 뒤 규정을 재검토 해 오류를 발견했다. 경기 중이었지만 빠르게 오심을 인정한 것은 용기있는 행동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규정 숙지가 기본이지만 워낙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때가 발생한다.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경기 중에라도 오류를 인정해 공정한 판정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상황은 KT가 8-0으로 앞선 5회초 2사 1, 2루 상황에서 발생했다. KT 멜 로하스 주니어의 우중간 1타점 2루타 때 KIA 수비진이 중계플레이 미숙으로 3루 더그아웃쪽으로 공이 흘렀다. 투수 임기준이 잡아 3루에서 홈을 노리던 KT 강백호를 잡기 위해 3루로 던졌는데, KT 최태원 코치가 코치박스를 벗어나 있다 송구 선상에 위치했다. 3루수 이범호와 겹쳐 악송구가 나왔고 KIA 벤치가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기택
박기택 주심이 투수를 기다리며 볼을 토스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심판진은 야구규칙 5.08 ‘송구가 우연히 베이스 코치에게 닿거나 투구 또는 송구가 심판원에게 닿았더라도 볼 인플레이다. 베이스코치가 고의로 송구를 방해하였을 경우 주자는 아웃’이라는 규정을 적용해 문제될 게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스포츠서울이 규정 적용 미숙을 지적하자 당시 상황을 다시 모니터링 해 오류를 발견했다. 이날 대기심이던 박 심판팀장은 “논의 결과 3루 주자(강백호)의 아웃이 맞는것 같다. 야구규칙 4.05 베이스코치 항목을 적용하면 수비방해가 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빠르게 오심을 인정했다. 야구규칙 4.05 베이스코치 (b)항 (3)행에는 (베이스코치는)‘항상 코치 박스 안에 있어야 한다’고 명시 돼 있다. 부칙에는 ‘코치가 코치 박스를 벗어나 선수에게 슬라이딩, 귀루, 진루 등의 신호를 보내는 것은 일반적인 관례다. 이 행위는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는 한 허용한다’고 적혀있다.

경기 중 취재진의 질의에 규정 적용 미숙을 발견하고, 이를 인정한 사례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김 위원장은 “규칙 적용은 심판의 기본 책무다. 오류를 범할 수도 있지만 이를 인지했을 때에는 빠르게 인정하는 것이 신뢰회복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다.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토] 시범 경기 지켜보는 정운찬 총재
정운찬 KBO 총재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오심을 인정한 용기는 박수받아야 하지만 경기 도중 규정을 잘못 적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KBO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KBO 박근찬 운영팀장은 “야구규칙 5.08과 4.05가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는 내부 의견도 있어 면밀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심판고과에 반영하거나 직접적인 징계를 주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계속되는 오심 논란에 심판진의 신뢰를 어떤식으로 회복할 것인지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애매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4심 합의뿐만 아니라 심판이 스스로 비디오판독을 요청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박 팀장은 “심판진에서도 비디오판독 확대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검토하고는 있다. 여러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적용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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