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 배우 류준열이 새로운 변신을 펼쳤다. 그동안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여러 얼굴을 보여 온 그지만 이번에는 또 다른 새로운 류준열의 색을 보일 수 있었다.

류준열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영화 ‘독전’(이해영 감독)에서 버림 받은 조직원 락 역을 맡았다. 역할에 대한 설명만큼 락은 의미심장하고 어딘가 외로워 보이는 인물이다. 류준열은 “전사가 없는 캐릭터다. 어떻게 풀어야할까 생각했는데 정말 외롭고 공허한 캐릭터였다. 부모가 진짜인지도 모르고 국적이 어디인지도 알 길이 없었다. ‘나는 누구일까’라는 캐릭터에 대한 의문도 있고 동시에 외롭고 공허한 마음도 컸다”고 락에 대해 접근한 과정을 전했다.

‘독전’에서 류준열은 검정색 수트를 주로 입고 등장한다. 게다가 검정색 수트와 대비되는 창백한 얼굴은 락의 복잡하고 미묘한 캐릭터를 표현해주는 외적 요소 중 하나다. 류준열 역시 “무게감이 저승사자 같지 않나”라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는 “아무래도 얼굴이 조금 하얀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해서 좋아하던 축구도 못했다. 유령 같은 모습을 원하신 것 같다. 영화 속에서 살짝 염색을 한 이유도 너무 까만 모습이면 답답할 것 같았다. 넥타이도 그렇고 비주얼적으로도 고민을 했다”고 설명했다.

류준열의 락 뿐 아니라 조진웅이 연기한 원호, 故김주혁의 진하림, 김성령의 오연옥 등 ‘독전’에서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향연이다. 영화 속에서 가장 탐이 나는 캐릭터를 묻는 질문에 류준열은 “모두 다 탐이 난다”면서도 “그래도 영화를 다시 한다 해도 락을 하고 싶다”고 역할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많은 대사가 있지는 않지만 감정적으로 많이 보여줄 수 있어 배우로서 감사한 역할이었다고. 류준열은 “어떤 역할보다도 저와 많이 가깝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저는 어둡거나 외로운 사람은 아니다”고 미소를 지었다.

류준열

이처럼 ‘독전’에서는 어둡고 무게감 있는 연기를 보였지만 전작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순박한 농촌 청년의 밝은 모습을 그려내기도 했다. 유독 다양한 감정을 오가는 연기를 보이는 그인 만큼 감정적으로 어려움은 없었을까. “연기할 때 감정에 빠져 나오지 못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크게 부담은 없었다”며 ‘독전’에서도 이해영 감독을 비롯한 배우들과 농담도 많이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그는 “재밌는 것은 ‘독전’ 현장 후에 ‘리틀 포레스트’ 현장에 가면 분명히 기분이 좋은데 ‘혹시 무슨 일 있냐’고 묻더라. 시골에서 촬영하는 만큼 얼굴이 타기도 했는데 ‘독전’에서 하얗게 나와야 하는 만큼 선크림도 바르고 현장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고 유쾌한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데뷔 후 류준열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부터 ‘운빨로맨스’, 영화 ‘더 킹’, ‘택시운전사’ 등 계속해 열일 행보를 걷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그를 두고 ‘소준열’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류준열은 작품 선택에 있어 어떤 모습을 보여주려 하기 보다는 시나리오의 재미와 몰입감을 가장 우선적으로 본다며 “우연찮게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됐다. 또 좋은 선배님들이 고르신 시나리오를 나도 재밌게 읽었다는 것에 위로를 얻는다. 보는 눈이 나쁘지 않는가 싶어서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류준열에게 있어 ‘독전’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영화를 준비하며 자신도 모르게 안전하게 잘 할 수 있는 연기를 보였고 초반에는 이해영 감독과 이견도 있었으며 NG도 많이 났다고 솔직하게 전했다. 하지만 이해영 감독이 “넌 감정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고 신뢰를 줬고 자신도 의지하게 됐다고. 이후에는 NG도 줄어들고 OK 소리를 들었을 때 그 짜릿한 연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류준열은 “연기하는 재미가 이런 맛이구나 생각했다. 그런 면에 있어서 ‘독전’을 통해 좀 더 나아진 배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재밌는 생각이 들더라”고 의미를 전했다.

true@sportsseoul.com

사진 | NEW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