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워싱턴 내셔널스-LA 다저스전은 21일(한국시간) 사이영상을 3차례 수상한 맥스 셔저와 클레이튼 커쇼의 맞대결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사이영상 투수들의 격돌은 전문가들과 팬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커쇼의 초반 실점으로 팽팽한 투수전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그러나 이튿날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대결은 예상치 못한 보너스 투수전이었다. 좌완 류현진은 절묘한 완급조절로 워싱턴 타자들을 제압했고 구위는 에이스급인 우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는 시속 155㎞(97마일)의 강속구로 팽팽하게 맞섰다. 경기 전 분위기는 전날 커쇼를 누르고 5-2로 이긴 워싱턴의 일방적인 경기가 예상됐다. 하지만 류현진의 상승세는 2년 연속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워싱턴을 압도했다. 7이닝 2안타 3볼넷 8삼진 무실점. 시즌 3승에 방어율은 2.87에서 1.99로 뚝 떨어졌다. 3경기 연속 퀄리트 스타트에 시즌 최다인 7이닝을 던졌다. 류현진이 7이닝을 던진 것은 지난해 8월7일 뉴욕 메츠전(7이닝 1안타 8삼진 무실점) 이후 처음이다. 3경기 연속 8삼진 이상도 처음 작성한 기록이다.

스트라스버그는 홈런 두 방을 허용하고 7이닝 5안타 2볼넷(고의4구1) 1사구10 삼진 2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투수에게 빠른 볼이 전부는 아님을 입증했다. 류현진은 “처음부터 긴장됐다. 모든 선수들이 ‘좋은 투수와 맞대결이라는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스트라스버그는 우완으로는 정상급 투수다. 나도 집중해서 던진 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류현진-스트라스버그의 명승부는 2000년 5월14일 구 부시스타디움에서 벌어진 LA 다저스 우완 박찬호와 세인트루이스 좌완 릭 엔키엘의 맞대결을 연상케 했다. 당시 박찬호는 8이닝을 3안타 3볼넷 12삼진 1실점으로 호투해 3-1 승리를 이끌었다. 엔키엘(7이닝 4안타 4볼넷 9삼진 무실점)도 잘 던졌지만 승리는 박찬호의 몫이었다.

이날 다저스는 2-0으로 앞선 8회 말 코디 벨린저의 굳히기 투런 홈런으로 4-0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구단은 지난 시즌 신인왕 벨린저를 위해 입장 관중(5만908명)에게 바블헤드 인형을 선물로 증정했다. 2회 선제 솔로 홈런을 터뜨린 작 피더슨은 이날 26세 생일을 맞았다. 다저스 전담방송 KLAC 해설자 릭 먼데이는 “류현진의 초반 성공은 직구에서 비롯됐다. 경기 전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류현진의 직구가 살아나면서 모든 게 좋아졌다. 특히 오늘은 체인지 오브 스피드가 탁월했다. 3회 연속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모이세스 시에라를 커트 패스트볼로 처리하면서 최근의 호투를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류현진은 투구수 89개에도 아쉽게 7회말 타석때 대타로 교체됐다. 코칭스태프도 고민한 기색이었다. 류현진은 “1-0으로 간신히 앞선 가운데 타석이 돌아왔고 불펜진도 고려해서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8회까지 던지려면 투구수를 줄여햐 하는 게 첫 번째 조건이다. 두 번째는 7회처럼 내 타석이 돌아오지 말아야 한다. 물론 점수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 후 로버츠 감독은 “모두 좋았다. 스피드의 완급조절, 몸쪽 바깥쪽 코스의 볼이 완벽했다”고 류현진의 호투를 칭찬한 뒤 “투구수를 보면 8회까지도 던질 수 있었지만 그동안의 투구수와 최근 6이닝씩을 던진 점, 완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 등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해서 판단했다. 불펜에도 9명의 투수가 있고 모두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며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류현진- 스트라스버그의 명승부는 올시즌 하이라이트로 남을 만한 경기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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