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

[LA = 스포츠서울 칼럼니스트] 2018시즌 데뷔전 3.2이닝 5안타 5볼넷 2삼진 3실점. 최근 2경기 12이닝 4안타 1볼넷 17삼진 2실점. 시즌 초반 LA 다저스 제5선발 류현진의 투구 내용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아직은 성급하지만 2년 연속 14승을 작성했던 2013~2014시즌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류현진은 17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를 상대로 시즌 2승째를 거뒀다. 방어율은 2.87. 다저스 전담방송 KLAC 해설자 릭 먼데이는 이날 류현진의 피칭에 대해 “볼넷을 1개도 주지 않고 삼진 9개를 낚으며 2실점으로 막았다. 2경기 12이닝에 삼진 17개다. 류현진의 2018시즌을 알리는 것 같다”고 호평했다. 찰리 스타인 캐스터는 경기 후 “다저스는 맷 켐프의 3점 홈런, 야스마니 그랜달의 만루홈런, 선발 류현진의 빛나는 (brilliant) 피칭으로 샌디에이고를 10-3으로 누르며 2연승을 기록했다”며 류현진의 호투에 큰 비중을 뒀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류현진은 원하는대로 던졌다. 브레이킹 볼의 변화와 커트 패스트볼이 매우 좋았다. 2경기 연속 6이닝 투구를 본다는 게 즐거웠다”며 흡족해 했다.

선발 류현진의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는 지난해 7월31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7이닝 무실점), 8월7일 뉴욕 메츠(7이닝 무실점)전 이후 처음이다. 호투의 방점은 삼진과 볼넷이다. 6이닝 이상을 던지며 볼넷을 허용하지 않은 마지막 경기가 8월7일 메츠전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몸에 맞는 볼을 제구력 난조로 같이 묶지 않는다.

2경기 연속 6이닝 피칭을 매우 중요하게 판단하지만 삼진은 투수의 파워를 가늠하는 척도다. 기자, 리포터, 해설자들이 류현진의 2경기 연속 8개 이상 삼진에 주목하는 이유다. 2013~2014시즌을 연상케한다는 배경도 바로 삼진이다. 2경기 연속 8개 이상의 삼진은 2013년 4월 26일 뉴욕 메츠(8개), 5월1일 콜로라도 로키스전(12개)이었다. 류현진은 2013년 MLB에 데뷔해 이날 샌디에이고전까지 9개 이상 삼진을 총 8차례 작성했는데 그 중 6번이 2013~2014년에 집중돼 있다. 어깨 수술 전이다. 수술 전보다 구속은 3~4㎞ 저하된 것이 분명하지만 최근 2경기에서는 투구에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시범경기 및 첫 경기 투구와는 완전히 달랐다. 샌디에이고전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4㎞(90마일)였다.

최근 2경기 볼배합은 체인지업 위주에서 탈피해 다양한 구종을 선택했다. 제구에 자신감이 붙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포츠네트 LA 오렐 허샤이저는 “류현진은 오늘 로케이션이 매우 좋았다. 2회를 제외하면 절묘한 보더라인 피칭으로 헛스윙을 유도해 샌디에이고 타자들이 공략하기에 쉽지 않았다”고 칭찬했다. 샌디에이고 타자들은 류현진이 93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총 12차례 헛스윙을 했다.

류현진은 1-0으로 앞선 2회말 선두타자 4번 헌터 렌프로에게 좌월 2루타, 5번 크리스찬 비야누에바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할 때까지만 해도 다소 불안했다. 그러나 3타자를 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 처리하면서 정상을 되찾았다. 9개의 삼진 가운데 2개는 ‘스리 스트라이크’였다. 류현진은 오클랜드전 후 “헛스윙 삼진에 더 쾌감을 느낀다고”했는데 이날도 승리투수와 함께 7개의 헛스윙 삼진이 더 뿌듯했을 법하다. 샌디에이고와 펫코파크에서 유난히 강한 면도 되살아 났다. 수술 전 펫코파크에서 20이닝 동안 단 2실점(0.90)에 그쳤고 이날도 6이닝 2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다. 샌디에이고전 통산 성적은 5승1패 방어율 2.63으로 빼어나다.

시즌 초반 선발진의 부진으로 승률 5할 밑으로 출발하고 있는 다저스는 전날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7이닝 1실점, 류현진의 6이닝 2실점 역투로 시즌 3번째 2연승을 작성했다. 시즌 6승9패인 다저스는 아직 3연승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23일 ESPN의 선데이나잇 베이스볼로 예정돼 있는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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