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9단 2
박정환 9단이 일본 도쿄에서 열린 월드바둑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우승컵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제공 | 한국기원

[스포츠서울 유인근 선임기자]세계의 반상에 박정환(25)의 독주 시대가 활짝 열렸다. 올해 들어 벌어진 세계기전을 차례대로 하나씩 독식하며 ‘박정환 천하’를 열어가고 있다.

박정환 9단은 지난 19일 일본 도쿄 일본기원서 벌어진 월드바둑챔피언십 결승전서 일본 톱스타 이야마 유타(29)에 백 불계승을 거두며 대회를 2연패했다. 박정환 9단은 전날 준결승전에서는 중국랭킹 1위 커제(21) 9단을 130수 만에 백 불계로 꺾고 결승에 진출해 한·중·일 바둑 자존심 대결에서도 활짝 웃었다. 박정환 9단과 이야마 유타 9단의 상대 전적은 4승 2패로 벌어졌고 커제 9단과 상대 전적에서도 8승 6패로 앞선다.

박정환은 올 들어 세계 메이저 대회인 몽백합배를 비롯해 국내 기전인 크라운해태배 그리고 국가대표 정예 대결 무대인 하세배와 월드챔피언십까지 국내외 4개 대회서 우승하는 맹위를 떨치고 있다. 박정환의 시즌 상금은 어느새 7억5100만원대로 지난해 자신이 기록한 연간 1위 수입(6억7000만원)을 석 달도 안 돼 넘어섰다. 지난 1월 몽백합배 정상에 오르며 3억원의 상금을 받았고 2월 하세배 우승으로 1억4000만원, 크라운해태배 우승 상금 3000만원, 3월 초에는 국가대항 단체전인 농심신라면배에서 김지석 9단의 막판 2연승 활약으로 한국이 우승하면서 ‘마지막 주자’였던 그는 한 판도 두지 않고 우승 상금 중 8000만원을 나눠가졌다. 올해 15승 3패를 기록 중이니 1국당 평균 4160만원의 상금을 번 셈이 됐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지금같은 추세라면 10억 돌파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성적을 바탕으로 박정환의 국내 바둑랭킹 1위 질주는 52개월 연속 계속되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올 줄 모른다. 지난 1월랭킹에서 사상 최초로 ‘꿈의 점수’로 불리는 1만점을 돌파했고 매달 최고점을 경신하는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다. 박정환은 “예전엔 중요한 세계대회에서 지고 나면 힘들고 또 좋지 않은 댓글들에 상처를 많이 받아 다음 대국까지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부담감에서 벗어나 마음이 편해졌다”고 최근 이어지는 가파른 상승세의 비결을 털어놨다.

세계 최강의 자리에 군림했던 중국의 자존심 커제 9단의 콧대도 꺾어놨다. 커제는 지난해 중반까지만해도 박정환에게 넘기 힘든 벽처럼 여겨졌지만 지난해 말 부터는 힘의 균형이 박정환쪽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박정환은 한동안 커제에 뒤진 2위에 자리해 있다가 지난해 12월 3일 추격에 성공하며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섰다. 상승세의 박정환과 달리 커제는 점점 하향 곡선을 그리는 추세다. 유일한 적수로 꼽혔던 커제가 힘을 잃으면서 세계 바둑에서도 박정환의 독주 체제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이번 월드바둑챔피언십 준결승에서 커제에 승리하면서 최근 내리 3연승해 커제를 압도하고 있다. 복수심이 불타오랐던 커제도 절정에 이른 박정환에게 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번 승리로 박정환은 세계 1위를 ‘공인’받았다.

일찌감치 조훈현-이창호-이세돌에 이어진 한국바둑의 계보를이어갈 재목으로 주목받았지만 얼마전까지 ‘국내용’이란 오명을 썼던 박정환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서서히 만개하고 있는 그의 바둑에 한국의 바둑팬들도 달아오르고 있다. 바야흐로 ‘박정환 천하’가 열리고 있다.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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