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도형기자] 썰매 종목으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에 메달을 안긴 스켈레톤, 봅슬레이 대표팀. 이 값진 결과는 개척자인 강광배(한국체육대학교 교수 겸 썰매부 감독)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강광배는 지난달 9일부터 25일까지 펼쳐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하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MBC 해설위원으로 맹활약했다. '가가가가가가'라는 유행어도 탄생시켰으며, 후배들의 '금은빛 질주'를 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강광배에게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은 모든 걸 쏟아부은, 그야말로 인생의 전부였다. 전문위원, 유치위원으로 실무를 담당하면서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두 번이나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좌절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끝내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성공적인 개최에 여한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한 강광배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환경 올림픽', '경제 올림픽' 등 많은 수식어들이 따라붙었는데, 남북 간 화합을 통한 평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값진 기회였다"며 의미를 되새겼다.


또한 개막 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던 국내외 평가를 완전히 뒤집는 선수들의 기량과 자원봉사자들의 희생정신이 없었다면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도 있었지만 대한민국에는 '저력이란 것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특별히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은 자신들의 제자인 윤성빈(24·강원도청), 원윤종(33·강원도청) 등이 메달을 목에 걸어 더할 나위 없이 뜻깊었을 터. 그런데 의외로 강광배는 "메달은 한순간이다. 영원한 챔피언은 없다"고 남다른 지도 철학을 밝혔다.


"나는 학생들에게 '인성이 돼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메달 따는 건 '인생에 있어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세상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사회에 잘 적응해 나가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게 더 보람차다."


선수로서 4차례 동계올림픽 무대를 밟은 강광배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해설위원으로 마이크 앞에 섰다. 해설로 보면 새내기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부담과 기대감을 동시에 느꼈다는 그는 "한편으로는 해설을 쉽게 봤다"며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막상 마이크를 잡으니 말문이 막혔다며 첫 리허설 때를 떠올렸다. 그는 "담당 PD에게 많이 혼났다. 나의 멘트가 방송용이 아니라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담당 PD에게 '철저하게 모니터링을 해달라'고 부탁했고, 무수한 지적을 받았다. 이후 조금씩 고쳐나갔다"고 회상했다.


MBC 김나진 아나운서와의 호흡도 눈길을 끌었다. "김 아나운서가 준비를 잘 했더라. 두 번째 리허설 때는 편하게 할 수 있었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멘트는 스켈레톤 해설할 때였다. '스켈레톤은 납작하게 엎드린 채 마음을 비우고 타야 한다'고 말했는데 제작진이 빵 터지더라"며 미소지었다.


끝으로 강광배는 현재 진행 중인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진정한 스포츠 정신과 모습은 패럴림픽이라고 본다"고 강조한 그는 "장애가 있는 분들이 신체의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것 만큼 대단한 건 없다"며 자신도 시간과 여건이 허락된다면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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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스포츠서울 DB, 김도형기자 wayne@sportsseoul.com,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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