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골망을 흔드는 정조국의 역전골
강원 정조국(오른쪽)이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K리그1 서울과 원정 경기에서 역전 결승포를 터트리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친정팀 골망을 출렁인 정조국의 결승포에 서울월드컵경기장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종료 휘슬이 울렸고, 야유가 쏟아졌다. 홈팬들에게 박수 받은 선수는 100여m를 달려와 인사한 상대팀 골잡이 정조국이었다.

전북, 제주, 울산(이상 10일)에 이어 11일엔 서울까지 2라운드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서울이 11일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2라운드 홈 경기에서 상대팀 강원에 충격패를 당했다. 기분 나쁜 1-2 역전패였다. 데얀와 윤일록, 오스마르 등 최근 몇 년간 중심이었던 선수들을 줄줄이 떠나보내고 리빌딩에 착수한 서울은 ‘강원전 쇼크’로 시즌 초부터 큰 고비를 만났다. 반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부리그 6강 진출을 일궈낸 강원은 올시즌 개막과 함께 2연승을 챙기고 지난해 6강 이상의 성적을 노릴 자신감을 얻었다.

서울은 전반 44분 간판 골잡이 박주영이 올해 팀에 공식 경기 첫 골을 안겨 부담을 터는 듯 했다. 주장 신광훈이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박주영이 훌쩍 뛰어올라 머리로 받아넣었다. 강원 골키퍼 김호준이 부랴부랴 걷어냈으나 이미 볼이 골라인을 통과한 뒤였다. 그러나 서울은 후반 초반 강원의 날카로운 측면 공략에 두 골을 내리 허용하고 고개를 숙였다. 후반 5분 정승용의 왼발 프리킥을 국가대표 공격수 이근호가 앞으로 달려나와 방향 바꾸는 헤딩슛으로 연결했는데 볼이 서울 수비수 이웅희의 몸에 맞고 굴절되면서 강원의 동점포가 됐다. 분위기를 되찾은 강원은 9분 뒤인 후반 14분 또 한 번 웃었다. 왼쪽 측면 크로스를 196㎝ 장신의 세르비아 용병 제리치가 페널티킥 지점에 떨궈줬고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투입된 정조국이 넘어지며 벼락 같은 오른발 발리슛으로 역전골을 완성했다. 서울은 이후 이상호와 에반드로, 조영욱 등 공격 자원들을 연달아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으나 강원도 디에고와 김승용 등 공격수 교체투입으로 맞받아치며 한 골 차 리드를 지켜냈다.

강원은 이날 전남을 3-2로 꺾은 포항, 경남과 함께 초반 2연승을 달렸으나 다득점에서 뒤져 3위를 차지하게 됐다. 전력 누수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목표로 내걸며 ‘정면돌파’를 선언한 서울은 1무1패에 그치며 하위권인 9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특히 서울은 일주일 뒤인 18일 ‘1강’ 전북과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한다. 개막과 함께 밀려드는 파고가 예상보다 높다. 강원은 17일 상주를 홈으로 불러들여 3연승에 도전한다.

황 감독은 “경기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팬들이 야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팬들의 마음은 이해한다. 선수들과 더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전북전에 대해선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좋은 결과를 얻은 뒤 (전북전을)준비하고 싶었다. 이겨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스태프와 모두 같은 마음으로 준비하겠다”며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서울에서 2016년 광주로 이적한 뒤 1부리그 MVP를 차지하고, 지난해 강원에 새 둥지를 튼 정조국은 “서울은 내 축구인생의 반 이상을 바친 팀이다. 여기 올 때마다 서울 서포터들이 ‘정조국 송’을 불러줘서 감사하다.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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