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애수(哀愁, The Waterloo Bridge)의 주연을 맡은 비비언 리와 로버트 테일러.
[스포츠서울 이주상기자] 머리가 희끗한 중년의 로이 크로닌 대령,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프랑스 전선으로 투입되기 위해 항구로 향하던 중 런던의 워털루 브리지에 차를 멈춰 세운다. 독신인 그는 다리에서 템즈 강을 내려다보며 회상에 젖는다. 손에는 작은 인형이 쥐어져 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공습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리던 다리 부근에 많은 시민들이 방공호를 찾느라 부산하다. 군인이었던 로이는 사람들을 진정시키며 대피를 도운다. 그러다 주운 작은 지갑. 지갑의 주인은 마이라 레스터. 작은 극단에서 활동하는 햇병아리 발레리나다. 로이는 지갑을 마이라에게 건네며 인사를 나눈다. 신사답고 매력이 넘치는 젊은 장교, 조용하지만 사랑스러움이 넘쳐나는 아름다운 발레리나. 두 사람은 이내 깊은 사랑에 빠진다.

마이라의 고운 품성과 아름다움에 매료된 로이는 이내 결혼을 결심하게 되고, 마이라 또한 받아들인다. 사랑의 행복과 미래에 대한 단꿈에 빠진 두 사람 이었지만 운명은 그들에게 가혹했다. 유럽대륙에서 독일이 승승장구하자 로이는 전선으로 차출된다. 미래를 약속하고 잠시 로이를 떠나보냈지만 마이라의 마음은 아프기만 하다. 게다가 마이라는 단짝인 키티와 함께 극단에서 해고됐다.

빈털터리가 됐지만 마이라에게는 로이가 있었다. 마이라는 로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힘든 시간을 버텼다. 어느 날 로이의 친구의 소개로 로이의 어머니를 만나게 됐다. 유서깊은 저택의 로비에서 어머니를 기다리는 마이라. 기다리는 동안 그녀의 눈에 띈 것은 로이의 사망소식이 실린 신문이었다. 애인의 사망소식에 너무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 어머니가 로비에 나타난다. 차마 로이의 어머니에게 사망소식을 알릴 수 없었던 마이라는 신문을 숨긴다.

마이라를 본 어머니는 이내 반가움을 표시하지만 마이라는 사망소식에 제정신이 아니다. 어머니의 질문에 대답을 제대로 못하며 횡설수설하기만 한다. 어머니도 그녀의 이상한 모습에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며 자리를 뜬다.

집으로 돌아온 마이라는 커다란 충격에 병이 들어 사경을 헤멘다. 키티는 마이라를 살리기 위해 무진 애를 쓰지만 그들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다. 돈을 벌기위해, 아니 친구를 살리기 위해 키티는 몸을 팔기로 한다. 이윽고 키티의 지극한 정성으로 몸을 추스르는 마이라. 하지만 키티가 자신을 살리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는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는다. 이제는 키티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한 마이라. 마이라도 키티와 함께 거리로 나선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여느 때처럼 워털루 브리지 인근의 기차역을 배회하며 군인들을 유혹하는 마이라 앞에 신기루처럼 로이가 나타났다. 로이는 마이라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줄 알고 감격해 하며 깊은 키스를 나눈다. 로이의 사망소식이 오보였음을 알게 된 마이라. 다시 찾아온 사랑에 두 사람은 이내 행복에 빠지지만 마이라의 마음 한쪽은 불안하기만 하다.

로이는 어머니에게 결혼 승락을 받기 위해 마이라를 데리고 집으로 향한다. 사랑에 대한 확신이 컸기에 마이라도 동행을 허락한다. 하지만 어머니와 아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마이라는 자신의 생각을 접고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털어 놓는다. 눈물을 뿌리며 로이 몰래 집을 뛰쳐나온 마이라. 로이도 그녀를 찾기 위해 런던의 집을 찾았지만 마이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키티만 있었다.

키티로부터 지난 1년 동안의 이야기를 들은 로이는 충격보다는 슬픔과 고통에 휩싸였다. 마이라를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지난 일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마이라를 찾기 위해 워털루 브리지를 향하는 로이. 같은 시간 마이라도 워털루 브리지에 있었다. 로이가 줬던 행운의 마스코트을 쥔 채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렸지만 그녀의 몸은 달려오는 트럭을 향하고 있었다. 회한과 함께 자신의 과거가 로이의 미래를 해칠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영화속 올드 랭 사인이 삽입된 장면

백조의 호수 중 ‘정경’ various artists

▶애수(哀愁) -

우리에게는 ‘애수(哀愁)’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명작 ‘더 워털루 브리지’의 스토리다. 전쟁이 가져다 준 참화를 두 연인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 비록 반전(反戰)을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는 아니었지만 마이라의 비극을 통해 더 큰 감동과 슬픔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1940년에 개봉한 흑백영화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유명한 비비언 리와 당대 최고의 미남배우 로버트 테일러가 주연을 맡았다. 비비언 리도 그가 맡은 수많은 배역 중 최고의 배역이라며 아꼈던 영화다. 다음해 아카데미상에 촬영상과 음악상 등 두 개 부문에 후보에 오르기도 했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백조의 호수와 올드 랭 사인 -

마이라의 직업이 발레리나여서 영화 전편에 러시아의 작곡가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백조의 호수’가 흐른다. 특히 백조의 호수가 내포하고 있는 애절함으로 인해 영화의 비극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일제강점기 시절 편곡돼 독립군의 애국가로 불렸던 옛 영국민요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도 심금을 울리고 있다.

▶한국개봉 -

한국에는 1952년에 개봉돼 수많은 젊은 남녀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게다가 한국전쟁이 한창이었던 터라 더욱 그랬다. 12년이 지난 뒤에야 한국에서 개봉한 이유는 경제력 때문. 당시 한국은 전 세계 국가 중 국민소득이 최하위였기 때문에 바로 수입할 만한 여력이 없었다. 요즘 한국에서 세계 최초 개봉 영화가 상영되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일 수 밖에 없다.

R-4967935-1380882227-4748_jpeg
아나톨 피스툴라리의 음반

▶아나로그 명반 -

아나톨 피스툴리 지휘의 콘서트헤보우 음반이 눈에 띈다. 1960년에 녹음된 피스툴라리의 음반은 차이코프스키 발레 음악의 스페셜리스트답게 연주 내내 서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여유있는 해석을 통해 곡이 지니는 낭만성이 두드러진다. 발레라는 분야가 극장에서 상영되는 것을 감안해 음향의 즉흥성 또한 꾀했다. 전곡이 아닌 46분짜리 발췌음반이지만 질적으로 높은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600x600bb
샤를 뒤트와의 음반.

▶디지털 명반 -

프랑스의 지휘자 샤를 뒤트와가 지휘한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반이 첫 손에 꼽힌다. 전곡음반이다. 오리지널 악보를 기반으로 연주했다. 뒤트와 특유의 드라마틱한 표현이 장점이다. 특히 ‘전경’ 등 주요 곡들의 해석에서는 강렬함과 함께 우아함도 견지하고 있다. 뒤트와는 최근 몬트리올 상임 지휘자 시절 저지른 성추문으로 인해 음악계에서 퇴출됐다.

rainbow@sportsseoul.com 사진출처 | 위키아트 영상출처 | 유투브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