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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2018 글로벌 지속가능발전포럼(GEEF)’에 참석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의 역할’에 관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제공 | SK그룹

[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보유차량 5000대 수준은 국내에서도 열 손가락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하물며 중국 렌터카 시장에서 5000대로 사업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수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자본금 규모 1조 5000억원 이상의 SK차이나가 대대적으로 벌인 중국 렌터카 사업에 대한 국내 업계의 평가다.

SK차이나는 최태원 회장의 SK그룹이 중국내 사업을 위해 지난 2000년 홍콩에 설립한 법인이다. 초기 자본금은 150억원으로 설립됐지만 별다른 사업을 진행하지 못해 2000년대 중반 자본잠식 상태였다. 그런데 지난해 7월 SK㈜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이 약 1조4756억원을 출자해 중국내 유망 영역 투자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SK그룹이 중국 내 사업을 위해 SK차이나에 무게를 싣겠다는 행보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사업 성과를 보면 과연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던져진다.

현시점에서 SK차이나의 핵심은 렌터카사업이다. SK차이나는 렌터카사업과 부동산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사업은 렌터카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1조 5000억원의 자본금을 확보한 SK차이나의 렌터카 사업은 국내 중소 렌터카사업만도 못한 수준이다.

SK차이나의 중국 내 렌터카사업 규모는 중국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규모가 너무 작다. 중국보다 시장규모가 작은 한국 사업자들만 하더라도 이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내 전체 렌터카 차량대수는 73만8656대다. 이중 1위 롯데렌탈이 17만9561대, 2위 SK네트웍스가 8만9633대, 3위 AJ렌터카가 7만5860대를 보유 중이다. 한국 내 10위 사업자도 보유차량대수가 6563대로 SK차이나의 사업규모에 앞선다.

국내 렌터카 시장규모는 약 6조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으며, 중국 시장은 2배에 달하는 12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중국 내 렌터카사업 1위업체인 ‘선저우 렌터카’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공시기준 보유차량 대수가 10만3455대이며, 렌터카 사업매출은 28억4000만 위안(한화 약 4800억원)에 달했다. SK차이나가 보유한 5000대 수준과 비교하면 20배 이상 차이가 난다.

SK차이나의 중국 내 렌터카사업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K차이나와 SK네트웍스는 당시 금호렌터카 중국법인을 201억원에 공동으로 인수했다.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렌터카사업의 중국 진출을 위해서라는 SK측의 설명이다. 이후 SK차이나는 2016년 SK네트웍스가 보유한 중국 렌터카 법인인 ‘SK오토서비스’의 지분 70%를 인수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현재 SK차이나는 약 4900여대의 차량을 보유해 베이징과 심양, 광저우 등 20개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국내 렌터카 업계에선 중국에서 렌터카 사업을 진행하는데 5000대에도 못 미치는 규모로 성과를 내기에는 어림도 없다는 평가다. 거대 시장인 중국은 커녕 국내 사업자들과 비교해도 규모의 경쟁력을 이야기하기도 힘든 수준이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은 그만큼 사업자 수가 많아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규모가 더욱 필요하다. SK차이나에 사업을 매도한 금호렌터카 역시 고배를 마신 이유 중 하나다. SK그룹이 대대적으로 투자하지도 않은 채 중국에서 렌터카 사업을 하게 된 배경에 의문부호가 찍힌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사업 성과보단 중국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라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국내 렌터카 업계는 SK차이나의 렌터카사업은 성과나 수익창출과는 거리가 먼 사업이라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지난 2016년 SK차이나가 렌터카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당시 보유차량이 2600대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4900대로 2배 가까이 늘었다”면서 “이는 그만큼 렌터카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SK차이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이나 인사이드’ 전략에 따라 주요 계열사의 출자를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차이나 인사이드란 SK가 중국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이 아니라, 현지에서 사업을 추진해 중국에 재투자하는 ‘내부자’(insider)로 역할을 하겠다는 사업전략이다.

그러나 SK차이나는 지난 2000년 법인 설립 후 약 19년 가까이 운영하며, 주요사업으로 렌터카사업과 부동산 사업을 진행해 왔지만, 결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최근 이뤄진 SK차이나의 몸집 키우기에 대해서 SK그룹 관계자는 “중국 내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재원을 마련한 것”이라며 “농축산업, 인공지능, 헬스케어, 신에너지 등 잠재력이 크고 사업성장이 예상되는 영역에 대한 투자를 적극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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