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하은 인턴기자] '미투' 바람이 태풍처럼 불고 있다. '미투' 열풍이 불어 성추행·성폭력 글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유독 서울예대 출신 교수의 성추행 의혹이 연달아 일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ㅎㅁ구 선생님'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기사가 터진 후부터 잊고 살았던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꿈에서도 성ㅊ(추)행을 당한다”며 “안마 레퍼토리나 손 레퍼토리가 똑같다. 강제로 입술을 갖다 댄 것도"라고 적혀 있다.


"목격자도 많고 당한 사람도 많다"고 적힌 글에는 "복도 파티에서도 매일 그 손을 조금이나마 덜 들어오게 다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덜 보일 수 있도록 숨기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조금 지난 후엔 한낱 아저씨 같은 게 뭐가 두려워서 참았는지 제가 너무 멍청했더라"는 심경이 담겼다.


이 폭로글의 가해자는 배우 겸 서울예술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한명구로 밝혀졌다. 그는 일부 언론을 통해 "당시 열정적으로 가르치다 보니 늦게까지 작업한 적이 많고 술자리도 많았다"며 "그 과정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뼈저리게 반성하고 사과한다"고 말했다.


한명구는 1986년 연극 '아프리카'로 데뷔한 뒤 최근에 연극 '레드', '햄릿' 등으로 대학로에서 활동하고 있다. 극동대학교 전임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예대에서 재직 중으로 앞서 성추행 사실이 불거진 원로 연출가 오태석의 제자다.


'소나무 사진'으로 이름을 알린 사진작가 배병우도 제자들을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향신문은 23일 서울예대 졸업생들의 인터뷰를 근거로 배 작가가 서울예대 교수 시절 제자들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일삼았다고 보도했다.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배병우 작가 역시 서울예대와 인연이 있다. 그는 1982년 서울예대 사진과 교수로 임용된 뒤 2015년 정년퇴직했다.


졸업생 A씨는 경향신문에 "2010년 11월 배 교수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수업하던 중 내게 다가오더니 뒤에서 내 엉덩이를 움켜 잡았다"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 또 다른 졸업생 B씨도 "교수님이 술자리에서 내 허벅지를 만지고 다른 여학생들에게도 신체 접촉을 했다"며 "내가 방 키를 떨어뜨리자 '오늘 밤 방으로 오라는 신호냐. 끼 부리고 있네'라며 성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해자 C씨는 "교수님이 나를 지목해 교수들 술자리에 호출해 술집 접대부처럼 대하고 다른 교수들이 지켜보는데도 신체를 만지고 술을 따르게 했다"며 "함께 제주도에 내려가자는 말을 자주하며 학교 근처 카파에서도 내 손을 잡고 다녔다"고 폭로했다.


앞서 오태석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 또한 성추행 사실이 폭로됐다. 배우 출신의 A씨가 지난 15일 'ㅇㅌㅅ'이란 이니셜로 SNS에 그의 과거 행적을 폭로했다.


A씨는 "대학로의 갈비집 상 위에서는 핑크빛 삼겹살이 불판 위에 춤을 추고, 상 아래에서는 나와 당신의 허벅지, 사타구니를 움켜잡고, 꼬집고, 주무르던 축축한 선생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죠"라며 "소리를 지를 수도, 뿌리칠 수도 없었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앞에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순간 우리는 그들에게 투명인간 이었어요"라는 내용을 적었다.


역시 서울예대 교수인 오태석 교수를 향해 서울예술대학교 학생들은 교수직 해임과 서울예대에서의 퇴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비단 서울예대, 예술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교수'라는 직위를 이용해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을 마치 성(性) 노리개처럼 이용하는 그들의 행태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정확한 진상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ㅣ스포츠서울 DB, 신시컴퍼니 제공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