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재 미국 캠프 방문 1
샌디에고 파드레스 구단이 갖춘 시설을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는 정운찬 총재. 오른쪽은 박찬호와 샌디에고 홍성흔 코치. 제공|KBO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정운찬 KBO총재가 약 열흘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23일 돌아왔다. 뉴욕에서 롭 만프레드 MLB커미셔너를 만났고 이후 플로리다, 애리조나, LA에서 전훈중인 각 팀을 방문해 격려했다. 메이저리그(ML)에서 활약중인 선수들도 따로 만났다.

그런데 정 총재의 해외 순방을 두고 설왕설래다. KBO리그 발전을 위한 행보라는 긍정적 반응과 공치사를 위한 외유라는 부정적 시선이다. 그렇다면 정 총재는 이번 출장에서 어떤 실질 성과를 냈을까.

정 총재의 첫 일정은 뉴욕의 MLB 사무국 방문이었다. 정 총재와 일행(민훈기 KBO자문위원장, 운영팀)은 맨프레드 커미셔너, 재미교포인 크리스 박 MLB 수석부사장과 회동했다. 스피드업, 클린베이스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1시간 이상 대화했다.

정운찬 총재 SK 캠프 방문
KBO 정운찬 총재. 사진제공 | KBO

특히 정 총재는 “MLB닷컴을 본보기 삼아 KBO리그의 수익성을 늘리겠다”며 조언을 구했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야구세계화 과정에서 한국야구가 큰 도움을 준다”며 함께 시장을 키우자고 했다. 각 리그를 대표하는 두 사람은 통역 없이 현안과 고충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일각에서 “MLB방문은 총재가 아닌 실무진이 가야 하는게 맞지 않나”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 부분에 대해 KBO 관계자는 “커미셔너가 서로 안면을 트면 실무진 차원에서 업무진행이 편하다. 그리고 이번 MLB 사무국 방문엔 실무진인 KBO 운영팀장과 과장이 동행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과가 곧바로 나올 순 없겠지만, 정책으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운찬 총재 넥센 캠프 방문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넥센 캠프. 제공| KBO

정 총재의 다음 행보는 각 구단 스프링캠프로 향했다. 여기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

그 부분에 대해 한 구단 관계자는 “총재는 오랜기간 야구를 지켜봤지만 비야구인이고 경제학자다. 야구는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건 다르다. 총재는 이번 출장을 통해 현장의 많은 의견을 수렴했다. 현지캠프 여건을 돌아보는 기회도 가졌다”라며 경험축적에 의미를 두었다.

더불어 KBO총재가 전훈중인 구단을 직접 찾아가 ‘클린 베이스볼’을 강조했기에, 선수들이 큰 영향을 받았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미국 출장을 마친 정 총재의 광폭 행보는 계속된다. 정 총재는 28일 일본으로 출국한다. 그곳에 캠프를 차린 구단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하고 연습경기를 관전한다. 3월 3일에는 나고야돔에서 열리는 일본-호주대표팀의 평가전을 참관한다.

그 자리에서 정 총재는 일본 프로야구기구(NPB)의 사이토 아츠시 커미셔너, 대만 CPBL의 우즈양 커미셔너, 호주 ABL 캠 베일 CEO와 회동한다. 아시아 야구발전과 각국간의 협력을 도모할 예정이다. 또한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19프리미어12, 2010도쿄올림픽까지 매년 열리게 되는 국제경기도 논의 대상이다.

정운찬 총재 미국 캠프 방문 3
kt 스프링캠프. 제공|KBO

정 총재가 전구단 스프링캠프를 방문하고 각 국 리그 대표를 만나는 일정이 성사되는 건 이전 총재와 달리 상근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런데 KBO 수장의 연속 해외 출장으로 국내 문제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BO는 올시즌을 앞두고 스피드업 등 경기 규정을 다듬어야 한다. 특히 야구인 생존권 문제가 발등의 불이다. 2023년 의경 전면폐지로 인해 경찰청 야구단도 시한부 운명에 처했다. 상무야구단도 매년 8명씩 정원이 축소된다. 한국야구의 지류 두 개가 말라붙기 직전이다.

이에 대해 KBO 관계자는 “총재는 취임하자마자 해당 관계자부터 만났다. 정부정책이 진행중이지만, KBO는 선수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게 노력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문제에도 꾸준히 신경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 총재가 KBO 수장으로 취임한지 이제 두 달이 되어 간다. 해외 출장을 비롯한 총재의 초반 행보에 야구계 눈이 주목하고 있다. 아직까진 날카로운 비판보다 지켜보며 관망하는 눈이 상대적으로 많다. 허니문 기간은 100일이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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