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고개 숙인 계주 임효준
한국선수들이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결승 경기 후 아쉬워하고 있다.2018. 2. 22강릉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강릉=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한국의 메달밭 쇼트트랙이 평년작을 거두며 평창동계올림픽을 모두 마쳤다.

22일 기대했던 ‘금메달 데이’가 충격의 노골드로 막을 내리면서 아쉬움은 컸다. 이날 한국 쇼트트랙은 여자 1000m, 남자 5000m 계주, 그리고 남자 500m 등 세 종목을 치렀지만 남자 500m에서 황대헌(부흥고)의 은메달과 임효준(한국체대)의 동메달로 막을 내렸다. 금메달이 유력했던 여자 1000m에서 최민정(성남시청)과 심석희(한국체대)가 충돌하면서 금메달을 허공에 날렸고 남자 5000m 계주 역시 임효준이 레이스 도중 넘어지면서 4위에 그쳐 충격을 더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내 평년작에 그쳤다. 역대 최고 성적은 2006 토리노 대회에서 기록한 금메달 6개,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다. 남녀 1500m에서 임효준과 최민정(성남시청)이 나란히 금메달을 따냈고 확실한 금메달 종목인 여자 3000m 계주에서 시상대 맨꼭대기 위에 서며 지금까지 7번의 올림픽에서 6번의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뤄냈다. 서이라(화성시청)도 남자 10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특유의 강철 지구력으로 1500m와 계주에서 강점을 보였던 한국 쇼트트랙으로선 향후 500m와 1000m에서 보완해야할 숙제를 남겼다. 1000m도 단거리에 속할 정도로 스피드 넘친 레이스로 진행되는 트렌드에서는 변화만이 살 길이다. 후미에서 기회를 엿보다 레이스 막판 뒤집기에 들어가는 한국의 전략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어졌다. 초반부터 절대 스피드로 레이스를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변화가 절실해졌다.

정교한 테크닉 외에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몸싸움도 한국 쇼트트랙이 새롭게 보완해야 할 숙제다. 스피드 넘치는 레이스가 진행되는 시대로 접어든 만큼 좁은 공간에서 몸싸움이 치열해졌고 이를 이겨낼 수 있는 강력한 파워가 필요해졌다. 새로운 기술개발도 필요하다. 쇼트트랙 초창기에 매 올림픽 마다 새로운 기술과 주법으로 다른 나라를 앞선 한국이었지만 최근 새로운 기술개발이 눈에 띄지 않고 있어 걱정이다. 한국 지도자들의 해외 진출이 늘면서 더 이상 쇼트트랙은 한국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도 입증됐다.

다만 이번 대회를 통해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남자는 황대헌, 임효준 등이 세대교체의 중심으로 급부상했고 여자 역시 2관왕 최민정이 2022베이징올림픽에선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잡을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줘 다행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쇼트트랙의 상향평준화로 한국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한국을 향한 다른 나라의 집중 견제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점쳐진다. 치열해진 경쟁을 뚫고 한국 쇼트트랙이 국제경쟁력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선 과학적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전략과 기술로 무장하는 길 밖에 없다.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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