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은메달 이상화, 참았던 눈물이...
이상화가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500m 경기에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에 이어 은메달을 딴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8. 2. 18. 강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강릉=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레이스 뒤 흘린 눈물이 올림픽 전 받은 그의 마음 고생을 설명한다.

잘 싸웠다. 은메달도 훌륭했다.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강릉 오벌)에 모인 8000여 관중이 그에게 기립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빙속여제’ 이상화가 한국 스포츠사 첫 동계올림픽 단일 개인 종목 3회 연속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이상화는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강릉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33을 기록해 숙적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6초94)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동메달은 37초34를 기록한 체코의 카롤리나 에르바노바에게 돌아갔다. 지난 2010 밴쿠버 올림픽과 2014 소치 올림픽에서 이 종목 연속 우승을 달성했던 이상화는 이번 평창 대회에서 3회 연속 금메달을 노렸다. 비록 꿈은 이루지 못했으나 그의 폭풍 질주 자체만으로도 설날 연휴 마지막 밤을 보낸 국민들은 행복했다.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가 개인 종목 2연패를 이룬 적은 있었다. 김기훈(1992·1994년)과 전이경(1994·1998년) 등 한국 쇼트트랙의 두 전설이 위업을 이뤘다. 그리고 현역 선수로는 이상화가 유일하다.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도전을 이상화는 즐겼다. 그 것도 빙상에서 가장 전통있는 종목 스피드스케이팅, 그 중에서도 최단거리인 여자 500m에서였다. 비록 금빛은 아니었으나 동계올림픽 단일 개인 종목 3회 연속 메달을 따낸 것도 이상화가 국내 최초다.

전체 31명의 선수들이 16개조로 나뉘어 레이스를 펼친 가운데 먼저 나선 선수는 고다이라였다. 그는 이번 시즌 7차례 월드컵 시리즈에서 이상화를 모두 누르며 싹쓸이 우승을 했다. 하지만 나흘 전 네덜란드의 강자 요린 테르 모르스를 만나 1000m 은메달에 그쳐 이번 500m 레이스에서도 그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강했다. 14조 인코스를 배정받아 체코의 신성 카롤리나 에르바노바와 달린 고다이라는 36초94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이상화가 4년 전 세웠던 올림픽 기록 37초24를 0.30초나 앞당겼다. 그는 강릉 오벌에서 올림픽 직전인 지난 7일 열린 연습 레이스에서 37초05를 기록하며 ‘트랙 레코드’를 세울 만큼 기세등등했고 이날은 더 훌륭했다.

[포토]이상화, 고다이라에 올림픽 챔피언 자리 내주며 은메달

[포토]36초대 고다이라 이상화에 앞서며 금메달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가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500m 경기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기뻐하고 있다. 고다이라는 이상화에 앞서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2018. 2. 18. 강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그리고 이상화가 등장했다. 그는 고다이라 바로 다음 조인 15조에서 스타트를 끊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웃코스에서 일본의 2인자 고 아리사와 함께 달렸다. 초반 100m는 좋았다. 10초20으로 돌파해 고다이라의 10초26을 앞질렀다. 전체 1위였다. 이후가 아쉬웠다. 마지막 곡선주로를 돌아 나오는 그의 페이스는 살짝 떨어져 있었고 2위도 간신히 지켰다. 스퍼트가 부족했다. 이상화는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으나 표정은 굳어있었다. 모든 경기가 끝난 뒤 이상화는 패배의 아쉬움과 심리적 허탈함 등이 뒤섞인 눈물을 흘렸다. 생애 첫 금메달을 따낸 고다이라는 그런 그를 껴안았다.

이날 강릉 오벌은 축구나 야구 한·일전을 방불케 했다. 홈 관중이 태극기를 흔들며 이상화에게 힘을 불어넣은 가운데 일본인들도 관중석 곳곳에 일장기를 내걸어 고다이라의 생애 첫 금메달을 성원했다. 이상화를 지도하고 있는 케빈 크로켓 코치의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맞대결 같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이상화는 평창 올림픽 최대의 하이라이트에서 ‘빙속 여제’의 자존심을 지켜내며 소중한 메달을 국민들에게 선물했다. 관중석에선 “이상화”를 연호하며 그의 은메달을 축하했다. 이상화도 눈물을 훔치고 태극기를 흔들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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