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남과 북이 다함께 파도타기 응원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스웨덴의 경기가 12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렸다.북한응원단이 관중과 함께 파도타기 응원을 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손 동작이 다르다. 강릉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강릉=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우리!~ 민족끼리!~”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리그 B조 2차전 남북 단일팀 ‘코리아’와 스웨덴전이 열린 12일 오후 강릉 관동하키센터. 이틀 전 단일팀 첫 경기에 이어 북한 응원단 229명이 흰색과 붉은색으로 어우러진 트레이닝복을 맞춰 입고 입장했다. 1층 본부석 가운데와 2층 관중석 두 구역에 나눠 앉았다. 1층에 앉은 북한 응원단이 주도했고, 2층에 앉은 나머지 인원이 힘껏 따라 하는 방식이다.

경기 시작 4분을 남겨두고 ‘반갑습니다’를 열창, 장내를 가득메운 6000여 관중의 이목을 끌었다. 기자는 2층에 있는 북한응원단 쪽에 있었는데 처음엔 경호 및 안내 인력이 지근거리에 없었다. 일반 관중과 외신 기자가 한꺼번에 몰려와 사진, 영상 촬영을 했다. 뒤늦게 경호 인력이 다가와 북한 응원단 근처를 둘러섰다. 그렇다고 접근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취재진과 시민이 북한 응원단이 노래를 할 때마다 촬영하는 것을 저지하진 않았다. 북한 응원단도 슬쩍 미소를 보이는 등 방남 초기보다 여유로워진 모습이었다.

이날 응원전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1피리어드 종료 이후 15분 휴식 때다. 장내에 케이팝(K-POP) 음악이 흘러나오자 응원 단원들은 다소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최근 거부감이 사라졌다고는 해도 북한에서는 케이팝에 대해 ‘날라리풍’이라며 통제하는 흐름이 있었다. 곧바로 1층에서 ‘고향의 봄’, ‘청춘성가’, ‘아리랑’ 등이 흘렀고 북한 응원단은 케이팝 음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여 ‘떼창’을 했다. 이어 전광판에 한 외국인 커플이 등장했다. 장내 이벤트로 카메라가 향한 것인데 외국인 남성이 여성에게 프러포즈했다. 6000여 관중이 환호하자 무릎을 꿇고 반지를 건넨 뒤 입맞춤했다. 이때도 북한 응원단은 슬쩍 눈을 올리면서 전광판을 바라봤지만 응원에만 열중했다. 또 이들은 파도타기 응원을 시도했는데 처음엔 국내 팬 모두가 호응하지 않았지만 두 번째 시도에서 전 관중이 파도타기에 동참했다. 북한 응원단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물개박수’를 하며 환호했다. 여기서 재미있었던 건 국내 팬이 파도타기 할 때 자리에서 일어나 ‘만세 동작’을 하는 것과 다르게 북한 응원단은 하나같이 두 손을 파도가 흐르는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그리는 동작을 했다. 파도타기 응원이란 개념은 같으나 방식은 달랐다.

단일팀이 1피리어드에만 4골을 내주자 북한 응원단은 “용기를 내어라!”, “우리~민족끼리!”를 외쳐댔다. 골리 신소정이 연달아 선방했을 땐 “우리 선수 잘한다!”, “장하다!”, ‘힘내라!”고 목청을 돋우기도 했다. 경기 결과를 떠나 가슴이 뭉클한 장면이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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