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추위, 자원봉사자, 북한, 독도에 이어 이번엔 강풍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5번째 이슈로 강원도의 매서운 바람이 떠올랐다.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알파인스키가 강풍 때문에 이틀 연속 연기됐기 때문이다. 물건 다 진열해놓고 상점 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랑 똑같다. 국제스키연맹(FIS)과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12일 오전 10시15분부터 평창군 용평 알파인센터에서 예정된 여자 대회전 경기를 불과 두 시간 앞두고 “강풍과 추위에 따라 경기를 15일 오전 9시30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경기는 린지 본의 뒤를 이어 ‘스키 여제’로 올라서고 있는 미카엘라 시프린(이상 미국)의 평창 올림픽 첫 경기란 점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또 북한의 김련향이 81명 중 맨 마지막에 레이스를 펼치기로 예정하면서 북한 응원단까지 그를 격려하기 위해 올 예정이었다. 강영서와 김소희 등 한국 선수 둘도 나서려고 했다.

그러나 대회전 출발 지점에 초속 9m의 칼바람과 함께 기온이 영하 19.8도, 체감온도가 영하 32.5도까지 떨어지면서 모든 게 ‘올스톱’됐다. 거센 바람을 맞으면서도 취재를 위해 이동하던 전세계 미디어 역시 그대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알파인스키는 11일 남자 활강을 시작으로 폐막 전날인 24일 단체전까지 총 11종목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정선군에 위치한 남자 활강도 강풍으로 결국 무산되고 여자 대회전과 같은 날인 15일에 재배정됐다. 남자 복합(정선)과 여자 회전(용평)이 각각 열릴 13일과 14일까진 바람이 심하게 불 것으로 보여 후속 일정의 추가 연기 가능성이 높다. 조직위는 일기예보 등을 검토한 결과 15일부터는 바람이 잦아들면서 경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믿고 있다. 알파인스키의 경우 폭설이나 바람, 추위 등으로 연기되는 경우가 곧잘 일어난다. 2010 밴쿠버 올림픽과 2014 소치 올림픽에선 일부 종목이 경기장 폭설로 며칠씩 연기된 경우가 있다.

외국 선수 및 관계자들은 강원도 추위와 바람에 혀를 내두르며 걱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소치 올림픽 여자 활강 동메달리스트 라라 구트(스위스)는 연기 발표 직후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며 SNS에 “대자연이 오늘은 아니라고 한다. 일단 침대로 돌아가 더 자야할 것 같다”고 했다. 1992년과 1994년, 1998년 등 올림픽에 3번이나 출전했던 프랑스의 뤽 알판드는 방송국 해설과 스웨덴 국가대표인 딸 에스텔 알판드의 뒷바라지를 위해 평창에 왔다가 이날 연기 소식을 접한 뒤 “선수 때도 이런 날씨는 별로 겪어보지 못했다. 기온은 거의 영하 20도, 풍속은 시속 100㎞ 정도 된다. 경기장에 도착했는데 바람에 내동댕이쳐졌다”고 말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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