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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U-23 대표팀이 23일 중국 쿤샨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첫 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감독의 역량뿐 아니라 선수 기본 능력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김봉길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은 중국에서 개최된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23일 쿤샨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준결승에서 연장 승부 끝에 1-4로 완패했다. 후반 장윤호가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해 수적 열세에 놓인 상황에서 연장까지 끌고 갔지만 역부족이었다. 연장에만 세 골을 허용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조별리그 1차전부터 준결승까지 만족스러운 경기가 하나도 없었다. 매 경기가 고비였고 위기였다. 한 수 아래 팀을 압도하지 못했다. 시원하게 승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결과와 과정 모두 불만족스럽다. 감독과 선수 누구 하나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전술적으로 유연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인천유나이티드 시절부터 즐겨 썼던 4-2-3-1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을 배치하는 안정적인 카드였다. 하지만 전력이 떨어지는 팀들을 만날 땐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어야 했다. 4-1-4-1, 4-3-3 같은 전술로 변형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용병술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김 감독은 대회 초반 윤승원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썼다. 기술을 갖춘 윤승원에게 공격의 모터 역할을 바랐다. 결과는 실패였다. 윤승원은 무리한 플레이로 공격의 흐름을 끊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중요했던 첫 경기 베트남전에서는 페널티킥을 허무하게 날렸다. 시원하게 출발할 기회도 한 순간에 사라졌다. 반면 한승규가 이 자리에 들어간 경우에는 공격이 활기를 찾았다. 처음부터 한승규 활용법을 알았더라면 대회 흐름을 초반부터 긍정적으로 끌고 갔을지도 모른다.

감독의 문제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표팀은 불과 한 달 정도밖에 호흡을 맞추지 않았다. 연습경기를 꾸준히 치르기는 했지만 베트남전이 이 팀으로 치르는 첫 번째 공식전이었다. 충분히 훈련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김 감독이 같은 포메이션을 고집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조직력이 떨어질 땐 개인 역량에 기대를 걸 수 있지만, 이번엔 이것조차 부족했다. 전체적으로 1대1 싸움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선수가 많지 않았다. 스트라이커 이근호와 한승규 정도만이 눈에 띄었다. 나머지 선수들, 특히 좌우 풀백은 매 경기 상대 공격수에게 돌파를 허용하는 약점을 드러냈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똑같은 패턴의 공격에 대처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당했다.

경기 운영 능력, 정신적인 부분도 아쉽다. 앞서 갈 때 리드를 지키거나 아예 골을 더 넣어 상대를 무너뜨려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닌 운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호주, 말레이시아와의 경기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약점이었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끈기 있는 플레이가 실종됐다. 수적 열세에 놓여 한 발자국 더 뛰며 공간을 메워야 하는 상황에서 투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압박, 혹은 경합 과정에서 쉽게 포기하는 모습을 자주 눈에 띄었다.

U-23 대표팀의 최종 목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아직 7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멤버들이 최정예도 아니었다. 김민재, 황희찬 등이 이 연령대에 해당한다. 그 외 선수들도 아직 선발의 여지가 있다. 와일드카드로 국가대표급 선수도 합류한다. 이번 대회에서의 실패를 교훈 삼아 발전해야 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거저 얻는 게 아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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