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부자 노익장 생과부에 “맴맴”



돈 털리고 망신하고 말못하는 7순(旬)의 답답한 사정


노익장(老益壯)이라던가.토지개발「붐」을 타고 하룻밤사이에 억대의 갑부가 된 70노인이 40대의 생과부와 불장난을 하다 결국 돈잃고 망신하고 답답해서 「맴맴」-.





술내기 섰다판서 첫 대면 “어쩐지 좋아” 「호텔」로 직행


망신살이 뻗은 노인은 박택상(朴澤相·70·가명·서울 영등포구 상도동).


조상으로 부터 물려 받은 상도동의 야산이 주택지로 각광을 받아 벼락부자가 된 그는 슬하에 아들, 며느리, 손자등을 줄줄이 거느린 다복한 할아버지.


애인역은 임영숙(任英淑)여인(43·가명·서울 영등포구 봉천동). 남편있는 몸이나 자식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남편이 첩살림을 차려 오랫동안 별거한 생과부.


남·녀가 처음 만난것은 지난해 봄, 상도동의 어느 술집에서였다.


시내 여러기관에 구내이발소를 별여놓긴했지만 아들들에게 맡겨두고 동네늙은이들과 어울려 술내기 섰다판을 벌이며 소일하는게 박노인의 유일한 일과였을때 이 섰다판에서 임여인을 만났다.


독수공방이 서러워 친구집을 찾아 다니며 외로움을 달래던 임여인이 친구의 술집에 들렀다가 노인네들의 섰다판에 끼여 든 것.


이렇게 무료를 주체할 길없던 두 남·녀는 판이 끝나 다른 노인네들이 돌아가자 이심전심이라고 할까, 다방으로 갔다.


제법 아기자기한 이런 저런 이야기끝에 『내일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그날은 그대로 헤어졌다.


다음날 다시만난 둘은 다방에서 영화관, 식당을 거쳐 끝내는 여관으로 갔다.


동네에서는 지독한 구두쇠 영감으로 소문난 박노인이지만 임여인에게는 아낌없이 돈을 썼다. 그래서 둘이 든곳도 도봉유원지의 S「호텔」의 화려한 특실.


이렇게하여 40대 생과부의 달아 오른 뜨거운 몸을 안아버린 박노인은 다음날 부터 정력에 좋다면 무엇이든지 먹어대며 늘그막의 사랑을 즐겼다.


생과부 뜨꺼운 몸 안뒤엔 매일같이 보신탕집 찾아


냄새를 맡기조차 싫어하던 보신탕집을 찾아 다니는가 하면 염소탕집을 찾아 몇십리 길을 멀다않고 청계천까지 가는 극성을 부리기도 했다.


둘은 그럭저럭 1년동안의 밀회를 끌어 왔다. 그러나 달구어진 쇠는 식기 마련. 올봄 둘의 사이가 흐지부지하게 끝나 버렸다.


박노인으로 볼때는 나이70이라 정력에 한계를 느끼게 되자 그동안 임여인에게 준 돈이랑 비용에 쓴 돈등 50여만원이 아까운 생각까지 들었으며, 임여인은 임여인대로 『영감쟁이가 너무 늙어 만족도 못주는 주제에 갈수록 돈에 인색해져 싫어졌다』는 것.


그러다가 지난8월 어느날, 헤어진지 반년도 지났는데 박노인은 임여인의 전화를 받았다.


『뵙고 싶으니 하오7시까지 E다방으로 나와달라』는 것이었다.


둘이 다시 만난지 1시간쯤 뒤, 채 어둠이 깔리기도 전에 X여관 맨구석방에서 박노인과 임여인이 벗다시피하고 한창 「무드」를 돋구어가고 있을 때였다.


느닷없이 방문을 박차고 한 여인이 뛰어 들었다. 엉겁결에 당한 둘은 몸을 가릴 생각도 못하고 꼭 껴안은채 눈을 감고 있었다. 『흥』하는 코웃음 소리와 문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임여인의 시누이인 김경례(金慶禮)여인(가명·40)이 정사의 현장을 덮친 것이다.


남편이 전직경찰관이라서 인지 『눈치와 계산 빠르기로 알아주는 아낙네』라는 임여인의 귀뜸이고 보니 그렇지 않아도 눈앞이 캄캄해 진 박노인은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누라 보다 다 큰 자식과 며느리 볼 낯이 없었다.


가족이 알까 “쉬쉬”하며 혼자 애태웠는데…


궁리끝에 박노인은 사업관계로 알게된 『눈치 빠르고 수단 좋은』황택민(黃澤珉)씨(48·가명)에게 사실을 털어 놓고 『말썽나지 않게 가운데서 수고 좀 해 달라』고 부탁했다. 수고의 댓가로 땅 40평을 주기로 하고.


황씨와 김여인의 담판이 사작됐다. 김여인은 『3백만원만 받아 주면 10%의 「커미션」을 주겠다』고 황씨에게 제안했다. 물론 『오빠(임여인의 남편)와도 타협이 됐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황씨는 수단이 좋기로 이름난 사람, 흥정끝에 결국 합의된 금액은 2백만원으로 낙착됐다. 그 공으로 황씨는 40평의 땅을 얻었다.


또 김여인측에게 전해 주라는 2백만원도 받았으나 이중 40만원을 자기 몫으로 빼놓고 1백60만원만 넘겨줬다.


1백60만원을 받은 김여인은 『약속대로 10%만 「커미션」으로 떼고 나머지 20만원을 더 내 놓으라』고 펄쩍 뛰었다.


그러나 황씨는 『그까짓것 남의 사랑에 끼어 들어 생긴 공돈 좀 떼어 먹기로서니 무슨죄가 되느냐』며 배짱을 부렸다.


이렇게하여 김여인이 황씨를 상대로 문제의 20만원을 받게 해달라 경찰에 고소.


엉뚱한 곳에서 말썽이 생겨 참고인으로 14일 경찰에 불려온 박노인은 『당초 유부녀를 욕심낸게 잘못이긴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모든게 그들이 짜고 한짓에 걸려든것 같다』면서 『여관에 든지 10분도 안돼 시누이가 나타난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라고 입맛을 다셨다.


『그녀의 남편에게 위자료를 주었는데 또 그녀에게도 돈을 줘야합니까?』어디가서 탁 터놓고 얘기할 수도 없는 처지인 박노인의 심정은 고추를 먹은것보다 더 쓰리고 따가운 처지.


<유창하(柳昌夏)기자>


<서울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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