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와人드'는 되감는다는 영어 단어 '리와인드(rewind)'와 사람을 뜻하는 한자 '人'을 결합한 것으로서, 현역 시절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의 과거와 현재를 집중 조명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주>


[스포츠서울 최민지 인턴기자] 이젠 축구팬들에게 '사냐 아빠', '가레스 상윤'으로 더 친숙한 이상윤(48). 입담 만큼이나 화려했던 전성기 시절을 지나면 그의 축구 인생은 롤러코스터 그 자체였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그라운드를 떠났지만, 희망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그라운드 주변을 맴돌았다. 그 결과 구수하고 시원시원한 해설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이상윤.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그는 수많은 별명 중에서도 여전히 '팽이'란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렸다.


▲ 포기하지 않은 지도자의 꿈


이상윤은 은퇴 후 차범근 축구교실의 코치, 성남 FC 코치와 감독대행, 건국대학교 감독 등 지도자 생활도 거쳤지만, 역시 쉽진 않았다. 그는 "감독은 팔색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아도 좋다고 표현 않고, 싫어도 싫다고 표현 않고, 적도 내 편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 근데 난 그 부분이 부족했다"고 자신을 평가했다.


이제는 감을 어느 정도 잡았다고. 그는 "이제는 감독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습득했다. 아마추어와 프로에 있던 그 짧은 순간 겪었던 시행착오를 알게 됐고, 잘했던 부분은 그대로 발전시키고, 못했던 부분은 컨트롤할 수 있게 됐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금은 방송에 전념하지만, 추후에 지도자로서 기회가 온다면 놓치지 않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최근 아시아 축구연맹(AFC) P라이센스도 땄다는 그는 "지도자는 분명한 내 꿈이자 목표이다. 아마추어든 프로든 기회가 온다면 오래 하고 싶다. 물론 커리어도 안 되는데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계속 준비하고 공부하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고 바람을 내비쳤다.


▲ 이상윤에게 축구해설이란 '핵꿀잼'


방송은 이상윤이 힘든 시절을 이겨낼 수 있었던 버팀목이었다. 차범근 축구교실 코치 시절 MBC에 스포츠 채널이 생기면서 지인으로부터 제안을 받아 한번 하게 됐고, 당시만 해도 이토록 오래 해설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그였다. 해외축구 해설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계속 공부해가며 노력하고 있다고. 그의 앞에 놓인 글씨로 빽빽한 A4용지 뭉치는 노력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처음엔 현장에서 축구를 했던 사람이 해외 축구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데 회의감을 많이 느꼈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발음을 잘못했다가 호되게 혼난 기억이 난다. 잘하고 싶었던 간절함이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지만, 공부하고 노력했다. 그라운드에서 떠나있지만, 브라운관을 통해 보다 보니 정말 공부가 많이 된다. 나에게 축구 해설은 이제 '핵꿀잼'이다."


10년 안에 축구 해설가로 독보적인 입지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그러기 위해 선택한 키워드가 '소통'이었다. MBC스포츠플러스 뿐 아니라 아프리카TV에서도 해설방송을 하고 있는 그는 "방송국에서 해설하는 사람이 아프리카TV 방송을 한다는 데 부정적인 인식도 있다. 그러나 내가 퀄리티있는 해설만 한다면 그런 건 걱정 없다고 생각했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이상윤만의 트렌드를 구축해 질도 좋고 수준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물론 나를 100%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싫어하는 사람들도 내 팬으로 만들기 위해 소통의 창구를 통해 다가가려 한다"며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 노력도 한다. 선미의 '가시나'를 즐겨 듣고, 아이돌 그룹 B1A4도 매우 좋아한다"고 자칭 '젊은 해설가'로서 면모를 뽐냈다.


▲ 러시아 월드컵, 태극마크의 무게


어느덧 밝은 2018 러시아월드컵의 해. 월드컵에 개인적으로 안 좋은 기억이 큰 이상윤은 "위기가 오히려 기회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표팀이 바닥까지 내려간 상태에서 올라가는 중이라고 본다. 토니 그란데 수석코치의 영입도 신의 한 수다. 히딩크 감독이 좋은 성적을 냈던 이유 중 하나도 '히딩크 사단'의 힘이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대표팀의 고질적인 문제인 수비조직에 대해서는 "그걸 커버할 수 있는 미드필더가 중요하다. 결정적인 찬스를 주지 않으려면 공격선부터 수비를 얼마나 잘해주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선수들에게는 "단기전인 만큼 선수들이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빨리 따라가야 한다"고 조언하며 후배들을 향한 믿음도 보였다.


"직접 만나서 얘기하진 않았지만, 지금 선수들도 충분히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느끼고 있다고 본다. 시대가 흘러 선수들의 몸값이 올라갔더라도 태극마크를 달고 싶지 않은 선수는 없다. 능력이 있기에 뽑는 거고 실력이 있어서 태극마크를 다는 거다. 충분히 지금 선수들도 중압감을 느끼고 있으며 무게감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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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최민지 인턴기자 july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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