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철 PD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한동철 PD(48)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그가 만든 프로그램에 대한 호불호도 강하고 대한민국 어떤 PD보다 논란의 중심에 많이 서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방송계 악동처럼 보이는 그가 현재 트렌드를 만들고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로 PD로서 일을 한지 23년차, 그동안 엠넷에서 ‘스쿨 오브 락’ ‘힙합 더 바이브’ ‘서인영의 카이스트’ ‘엠카운트다운’ ‘쇼미더머니’ ‘프로듀스 101’ 등을 탄생시킨 그는 아직도 어떤 PD보다 본능적인 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오랜 기간 몸을 담은 엠넷을 떠나 YG엔터테인먼트에 몸을 담으며 방송계 시선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아직 YG 엔터테인먼트에서 한동철 PD의 공식 직함이나 명함이 없지만 이미 ‘믹스나인’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변화하는 플랫폼 시대, 콘텐츠의 힘이 방송국에서 점차 분산되고 기획사가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전면에 나선 현실 속 대중에게 새로운 꿈과 희망을 팔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한동철 PD를 만났다.

-1996년 동아TV 입사 후 1999년부터 지난해까진 엠넷에 머물며 현재까지 23년간을 PD로 살아왔다.

첫째는 내가 나 자신에게 놀란다. 내가 무슨일을 20년을 넘게 한것에 놀란다. 두번째는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지만 아주 우연하게 시작을 했지만 그 우연이 나에게 필연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 같아 천만 다행이다. 그 우연이 없었으면 과연 지금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명의 트렌드가 과거 활자에서 영상으로 넘어갔고 문화의 전달이 영상을 통해서 발전을 할 거라고 예상을 하는데 PD의 시작은 우연이지만 내가 지금 이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과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 첫 시작이 다소 이상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지금은 업을 이해하고 이 분야에 밀알이 되고 작은 보탬이나마 되고자 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그 우연이 무엇인가.

당시 여자친구가 취직을 하라고 권해서 한진해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동아TV에 원서를 넣는데 유일하게 동아TV만 합격해서 PD가 됐다. 지금도 방송국에는 방송전공자가 오지만 비전공자도 많고 PD라는 것이 도제식 학습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러한 과정을 겪었다. 케이블 TV는 시청률도 안 뽑아 줄 시기였는데 조연출로 처음 주어진 것이 예고를 만드는 일이었다. 아무도 보지 않고 우리만 아는 거라 생각했는데 한 친구가 재밌게 봤다면서 피드백을 줬다. 내가 만든 것에 대해 반응하는게 너무 신기했다. 15초, 30초가 기본인 예고는 일반적으로 반나절 정도 걸리는데 나는 2~3일 동안 밤을 새우며 심혈을 다해 만들었다. 피드백이 작지만 조금씩 왔고 그러다 보니 욕심이 생겨서 코너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됐는데 이런 것이 PD에 대한 동기가 되는 단초였다.

IMF 시절을 거치며 처음 입사한 동아TV가 망하고 1998년에 외주 프로덕션에서 일 하다 19999년에 엠넷으로 경력직 입사했다. 난 경력이나 학벌, 영어 점수 등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680여명 지원자 중 내가 덜컥 붙었다. 나중에 면접을 하신 분께 들으니 내가 SBS 외주 제작을 할 때 레퍼런스를 체크 했는데 나쁘지 않았고 얼굴과 옷, 말하는 것도 너무 이상했는데 오히려 엠넷에는 저런 똘아이나 이상한 아이가 와야지 미국의 MTV 같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하셨다.(웃음)

-엠넷은 초창기부터 역사를 만들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채널이 가진 정체성과 코드를 만들어 내셨다.

방송국은 경쟁이 심한 사막이다. 선인장이 사막이 좋아서 선인장이 된 것은 아니다. 거기에 살려다 보니 선인장이 된 것이다. 내가 엠넷의 정체성을 만들었다는 것인 좋은 표현이고 사실 내가 하는 것들이 논란을 만드는 것 같아 반성을 해야 한다.

‘아찔한 소개팅’ 때는 회사 가기가 무서웠다. 아침부터 기사가 별의별 기사가 나왔는데 그것에 비하면 모든 일이 아무것이 아닐 정도 였다. 지금은 YG 사람이 돼서 ‘믹스나인’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데 부정적인 기사나 반응도 많다. 항상 프로그램을 하면 힘든데 믹스나인이 안 좋은 기사 90개 정도에 좋은 기사 10개가 나온다면 과거 ‘아찔한 소개팅’을 할 때는 안좋은 기사만 100개 나왔다.

지금은 채널이 다양화되고 플랫폼 자체가 많이 분산되고 콘텐츠 소비가 다각화됐는데 당시에는 케이블이 태동할 시기여서 ‘서인영의 카이스트’, ‘아찔한 소개팅’을 할 때는 오히려 주목도가 크게 느껴졌다.

한동철 PD

-인기 프로그램을 다수 탄생 시켰지만 한동철 PD의 프로그램은 강한 호불호나 논란이 적지 않다.

프로그램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의 90%는 맞고 모두 나의 책임이다. 예를 들면 양현석 회장님은 회사에는 보스이지만 ‘믹스나인’에서는 심사위원이자 출연자다. 얼마전 김소리라는 친구에게 심사위원으로서 한 말이 전체가 아닌 일부가 왜곡되게 전달되면서 대중분이 불편하게 느꼈고 그런 이유로 많은 비난을 받았는데 출연자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 맞다.

대신 나의 10%의 반론은 10년간 가수를 하려고 다방면에서 노력한 김소리라는 친구를 대중들에게 알려준 것은 누구인지, 김소리에게 한번 당시 심사발언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이 방송이 싫은지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 물론 내가 미숙하고 우리가 이런 이슈 없이 김소리를 주목받게 했어야 하는 것이 맞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쇼미더머니’때도 많이 들어왔다. 여러 논란때도 내가 잘못을 한 것이 맞고 그런 프로그램을 하는데 자질이 부족한 것도 아는데 10% 정도는 우리가 현재 힙합을 알린 것에 대해 조명해 알아 주길 바란다. 현실적으로 바라보면 강론이나 인문학적인 것은 이야기 할 수 있는데 그것만으로 그 신을 성장하거나 키울 수는 없다. 대신 시즌을 거듭하거나 다른 작업에서는 보완을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럼에도 꾸준히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오셨다.

아직도 ‘아찔한 소개팅’을 만들 때 생각은 변함이 없다. 대중 문화라는 카테고리에 속해서 업을 하는 사람이고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내게 제일 중요한 것은 대중들이 지금 사는 현실에 맞는 현실성이다. 10년 전이지만 치기 어린 PD에게 기존 데이트 프로그램은 실제 데이트를 할 나이 사람들에게 공감대가 제로였다. 어떤 대학생이 사랑의 스튜디오처럼 부모님과 면접하고 장기자랑을 하지 않는다. 또 솔직히 소개팅 받을 때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게 얼굴인데 그런점을 보여주는 데이트 프로그램은 없었다. 물론 인성도 중요한 포인트지만 처음 만날 때 인성을 따지진 않는다. 물론 지금의 방송·사회적 규범에 맞게 언어적으로 잘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미숙하지만 근본적인 대중 문화인데 대중이 생각하지 않은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PD로서 본인의 장점은 무엇인가.

10년전만해도 나는 마이너한 피디였다. PD는 드라마 예능 교양 장르가 있는거지 콘셉트은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음식 예능이 인기라면 회사에서 그에 대한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면 보통은 자료를 찾고 전문가를 만나 준비를 하는데 나는 그런 것을 못하고 하기 싫었다. 나는 내가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것만 하는데 이제는 그게 장점이자 경쟁력이다. 힙합을 공부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힙합을 좋아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도 음악이라는 장르를 좋아하다 보니 내가 잘 알고 있는 것을 건드리는 것이다.

hongsfilm@sportsseoul.com

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