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최민지 인턴기자] "아이돌 친구들을 위한 심리 상담가가 되고 싶어요. 제가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룹 EXID 멤버 하니가 과거 한 방송에서 했던 고백이다. 믿을 수 없이 우리 곁을 떠난 샤이니 종현, 그 슬픔에 빠져있는 지금 문득 떠오르는 하니의 말은 가요계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18일 무대 위에서 늘 밝게 빛나던 별이 졌다. 2008년 '누난 너무 예뻐'로 데뷔한 종현은 샤이니로서 활동뿐 아니라 본인만의 독보적인 음색과 스타일을 기반으로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무대 위에서 늘 화려한 모습, 어린 나이에 성공을 거두고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모습은 부족할 것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 속은 누구보다 외로웠고 쓸쓸했다. "우울이 날 집어삼켰다", "난 오롯이 혼자였다"라는 유언은 생전 그가 얼마나 아프고 외로웠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게 한다. 자신의 노래로 많은 이들을 위로하고 어루만졌던 종현은 정작 스스로 위로받지 못했다. 이 사실이 대중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대중 앞에 늘 밝은 모습인 아이돌의 정신 건강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최근들어 다수의 아이돌 멤버들이 정신건강의 문제로 활동을 중단하고 있다. AOA를 탈퇴한 멤버 초아는 불면증과 우울증을 겪었다고 밝혔고, 빅뱅의 탑도 10년간 활동하는 동안 공황장애와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다고 고백한 바 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도 이를 지적했다. 매체는 종현의 안타까운 비보를 전하며 "그의 죽음은 많은 팬들을 충격에 빠트렸고, 가수들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를 보냈다"고 덧붙였다. 현재 트위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해시태그 '#MyMentalHealthIn5Words' 캠페인과 연관지으며 사회 전반적인 정신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점점 상품화돼가고 있는 아이돌. 대중은 그 이미지를 소비하지만, 그들도 감정이 있는 인간이며 부와 명예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느끼는 성공에 대한 강박, 언제 팬들이 떠날지 모른다는 초조함, 무대에서 내려왔을 때의 공허함 등 여러 감정을 느끼면서도 제대로 표출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


그 무게는 "아이돌이니까 괜찮다"는 이유로 견뎌내라고 하기에 너무나 크다. 하니가 밝혔던 꿈처럼 아이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정신건강을 수시로 체크하며 관리하는 정신건강 프로그램이 절실한 때다.


한편, 뜻하지 않은 죽음 소식을 접한 뒤 고통을 느껴 도움이 필요하다면 129나 1577-0199 등 긴급구조라인을 이용해야 한다.


julym@sportsseoul.com


사진ㅣ샤이니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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