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현준
석현준이 지난해 3월24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진행된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볼을 몰고 있다. 안산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이번엔 석현준 보자.”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한일전 대승과 함께 우승을 이끈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쉴 틈 없이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유럽으로 날아간다. 프랑스 리그1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유럽파 태극전사의 경기를 관전하면서 몸 상태를 점검하고 내년 3월 A매치 소집 때까지 대표팀 목표 등을 공유할 예정이다.

신 감독의 시선은 프랑스 무대에서 전성기 기량을 되찾은 장신 공격수 석현준(트루아)을 향해 있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 본선을 지휘할 때 신 감독은 석현준을 와일드카드(23세 이상)로 발탁한 적이 있다. 석현준은 당시 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포르투갈 리그에서 한 시즌 13골을 몰아넣으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마침내 올림픽을 통해 생애 첫 메이저대회 국가대표 경험을 하게 됐다. 성공작이었다. 석현준은 조별리그 1차전 피지전 멀티골을 비롯해 2차전 독일전에서도 골 맛을 봤다. ‘신태용호’가 8강에 진출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석현준은 올림픽을 마친 뒤 2016~2017시즌 FC포르투(포르투갈)에서 입지가 약해져 트라브존스포르(터키), 데브레첸(헝가리)에서 임대 생활을 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두 팀에서 각각 6개월 뛰었는데 1골씩만 기록했다. 포르투에서는 더이상 석현준을 찾지 않았다. 그러다가 올여름 프랑스 1부 승격팀인 트루아에 임대됐는데, 그게 반전의 신호탄이 됐다. 초반 5골을 몰아치며 훨훨 날고 있다. 동아시안컵 기간 신 감독은 “대회를 마친 뒤 석현준을 보러 갈 예정”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김신욱 동점골 세리머니
축구대표팀 공격수 김신욱이 16일 도쿄 아지노모토 경기장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남자부 3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전반 13분 헤딩 동점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석현준을 향한 신 감독의 관심은 대표팀 내 최전방 공격수 무한 경쟁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지난 동아시안컵에서 196㎝ 또다른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이 중국전 1골 1도움, 일본전 2골 활약으로 득점왕에 올랐다. 지난 2014년 1월25일 코스타리카와 평가전 이후 3년 11개월 만에 A매치에서 골 맛을 봤다. 특히 머리 뿐 아니라 발로 2골을 만들어내면서 ‘온몸이 무기’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대표팀 주력 2선 자원인 이재성이나 왼쪽 풀백 김진수 등 ‘전북 동료’와의 시너지도 돋보이면서 ‘신心’을 잡는 데 성공했다. 그런 그 역시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월드컵 본선 최종 엔트리에 대표팀 최전방 공격수는 대체로 2~3명이 뽑힌다. 아무래도 스타일 다른 공격수로 인원을 채우는 게 월드컵에서 여러 상황에 대처하기 쉽다. 석현준과 김신욱은 모두 머리와 발 사용에 능하다. 함께 월드컵 본선까지 갈 수도 있으나 현실적으로 한 명은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

대표팀의 최대 관심사는 신 감독에게 가장 잘 들어맞는 4-4-2 포메이션에서 손흥민과 최전방 호흡을 맞출 자원이다. 지금까지 가장 주목받은 건 베테랑 이근호(강원)다. 동아시안컵 기간엔 부상으로 일본전만 소화했으나 지난달 콜롬비아전에서 폭넓은 활동량으로 손흥민의 2골에 이바지하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소속팀 강원에서도 최전방 공격수로 꾸준히 뛰고 있어 경기 감각도 출중하다. 이밖에 K리거 가운데 김신욱을 비롯해 이정협(부산), 진성욱(제주) 등이 중용됐다. 김신욱이 동아시안컵에서 대활약하며 당분간 입지가 굳건할 전망이다.

해외리그에서 뛰는 자원 중에서는 석현준 외에 황희찬(잘츠부르크)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 신 감독 출장 기간엔 오스트리아 리그가 휴식 기간이어서 만남은 성사되지 않지만 전반기에 오른 무릎과 허벅지를 다쳐 두 달간 결장하고도 9골을 몰아넣고 있다. 황희찬 역시 신 감독과 올림픽 대표 시절 한솥밥을 먹었다. 동료와 연계 플레이를 즐겨하는 등 신 감독과 축구 철학이 비슷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신 감독은 프랑스로 날아가 석현준과 미드필더 권창훈(디종)을 본 뒤 잉글랜드에선 손흥민(토트넘),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을 만날 예정이다. 내년 1월 5일 귀국한 뒤 같은 달 22일 대표팀을 소집해 아랍에리미트(UAE) 아부다비로 동계 전지훈련에 나선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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