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구본능 KBO 총재가 양해영 사무총장과 함께 그라운드에 나서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강영조 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13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끝으로 공식 일정을 마감했다. KBO 관계자들은 총재 이취임식을 준비하는 한편 새 사무총장 선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BO 관계자는 “신임 총재에게 할 업무보고 준비는 사무총장 인선이 완료돼야 본격화하지 않겠는가. 총재 이취임식이 해를 넘길 것으로 보여 그 때까지는 추이를 지켜보며 준비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KBO 살림을 실질적으로 끌어갈 사무총장 인선을 완료해야 방향설정에 맞는 보고 자료를 준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다른 관계자는 “새 사무총장 후보에 관한 소문이 너무 많아 다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KBO를 이끌어갈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보다 누가 사무총장이 될지에 더 관심이 모여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신임 총재로 추대된 이후 “사무총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10여 명”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정치권부터 전·현직 구단 관계자, 언론인 등 광범위한 인사들이 물밑에서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는 루머가 파다하다. KBO 정관 제10조 ‘임원의 선출’ 2항에는 ‘사무총장은 총재의 제청에 의해 이사회에서 선출한다’고 명시돼 있다. 의결권을 쥔 구단 사장들에게도 사무총장 자리를 꿰찰 후보들이 앞다투어 줄을 대고 있다. 언론사 지위를 활용해 정치권과 결탁해 야구계를 흔드려는 이들이 있다는 제보도 줄을 잇는다. KBO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지만 제삿밥에 더 큰 관심을 드러내는 야욕도 엿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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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신임 총재로 선출된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행정을 함께 이끌어갈 사무총장으로 어떤 인물을 추천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KBO는 내년이면 출범 37년째가 된다. 이제는 확장된 외형을 따라잡을 수 있는 내실을 다질 때다. 프로야구를 성공적인 산업 모델로 끌어올려야 하고 외국인 선수와 프리에이전트(FA) 제도 개선, 선수 수급 방안 확보, 국제 경쟁력 향상 등 과제가 산더미다. 10개 구단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경우도 잦아 일반 기업 운영과 전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프로야구 위기론’을 잠재울 수 있는 탈구단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추진 중인 실업야구 창단이나 교육부와 연계한 엘리트 스포츠 입시제도 개선 등에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메이저리그를 산업화로 이끈 통합마케팅 시스템이나 중계권 문제도 합리적으로 풀어내야 한다. 행정 경험이 없거나 야구를 모르는 인사가 섣불리 달려들면 정치권과 목소리 큰 일부 구단에 휘둘리는 구태를 답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프로야구가 여가선용 도구를 넘어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비전도 새 사무총장이 10개구단과 함께 그려야 한다. 사안에 따라 적과 동지가 수시로 바뀌는 실행위원회와 이사회의 특성을 활용할 수 있는 수완도 필요하다. 수 십년간 야구팬으로 지내던 정 신임총재가 프로야구를 넘어 한국 야구계가 처한 현실과 방향성을 냉철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도 해야 한다. 개인의 이익이나 명예만을 위해 도전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의미다. 신임 총재 역시 명확한 비전과 절차의 투명성을 담보해 사무총장 후보를 추천해야 한다. 일각에서 사무총장 공모제 시행을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KBO가 단순한 행정 대리인을 넘어 진정한 커미셔너로 자리매김할 때가 됐다. 쇠퇴와 번성의 갈림길에 서 있는 KB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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