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신혜연기자] 중화권 대표 배우 유역비가 할리우드 대작 '뮬란'의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디즈니 실사 프로젝트 영화 '뮬란'에 타이틀롤을 맡은 유역비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할리우드 진출에 나선다.


유역비에 앞서 많은 중국 스타들이 할리우드에 도전했다. '엑스맨'의 판빙빙, '트랜스포머'의 리빙빙, '인디펜던스데이'의 안젤라 베이비, '나우 유 씨 미2'의 주걸륜 등 모두 할리우드 대작에 출연해 중국을 넘어 세계적인 영향력을 과시했다.


할리우드는 막강한 차이나 파워를 의식해 점점 영화 속 중국 배우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무조건 중국 배우를 출연시키는 게 할리우드 영화의 새로운 트렌드가 됐을 정도. 하지만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영화시장 중국을 겨냥한 이 같은 캐스팅은 엇갈린 결과를 낳기도 한다. 어떤 배우는 좋은 흥행 성과를 거두기도 하지만 할리우드에 다시 쉽게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배우도 있다.


▲ 애니메이션의 실사 프로젝트, 도전이 될 '뮬란' 유역비


지난달 미국 '할리우드 리포트'의 보도로 디즈니가 준비 중인 애니메이션 '뮬란'의 실사 영화 타이틀롤이 유역비로 최종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디즈니는 5대륙을 거치며 뮬란 찾기에 나섰고, 마샬 아츠에 능숙하고 중국어, 영어 등 언어에 능통한 여배우를 필수 조건으로 꼽았다. 그 결과 유역비가 낙점됐고,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유역비는 중국 톱 여배우로 빼어난 미모와 특유의 분위기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송승헌의 연인으로도 유명하다.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이 중국인인 만큼 화이트 워싱(유색인종 캐릭터를 백인이 연기하는) 논란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관객들은 애니메이션 이미지에 익숙한 만큼 유역비 캐스팅에 네티즌들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나누어지면서 완성된 영화에 대한 호불호도 갈릴지 이목이 집중된다.


▲ '대륙 여신'의 굴욕, '아이언맨3- 엑스맨' 판빙빙


판빙빙은 '아이언맨3'와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까지 두 편의 할리우드 대작에 출연했다. '아이언맨3'는 중국 DMG가 투자해 중국 배우 캐스팅도 필수였다. 당초 토니 스타크의 친구로 유덕화가 물망에 올랐지만 대신 판빙빙이 간호사 역으로 나섰다. 하지만 막상 개봉하고 보니 판빙빙은 등장하지 않았고, 중국 개봉판에만 잠깐 등장했다. 중국에서 톱스타급인 판빙빙이지만 카메오 수준의 분량으로 굴욕을 당했다.


그로부터 1년 후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로 다시 할리우드 진출에 나선 판빙빙은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적어도 관객들이 그의 얼굴을 볼 수는 있었다. 텔레포트 능력을 가진 블링크 역을 맡아 영화 초반과 후반에 총 5분 정도 등장해 존재감을 뽐냈다. 하지만 대사는 "시간이 다 됐다(Time's up)"란 한마디뿐이었다.


▲ 할리우드 진출 성공 사례, '트랜스포머' 리빙빙


리빙빙은 다양한 할리우드 작품에 출연해 조연부터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다시 쌓아갔다. 중국에서는 주연을 도맡고 있지만 지난 2008년 '포비든 킹덤'을 시작으로 '레지던트 이블:최후의 심판',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 등 꾸준히 할리우드 작품에 출연하며 배역을 키워갔다. 특히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에서 트랜스포머 생산 기업의 CEO이자 박사 역을 맡아 긴 영어 대사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그룹 슈퍼주니어 출신 배우 한경이 3초만 등장해 굴욕을 당한 반면, 그는 작품 안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8년 3월 개봉을 앞둔 할리우드 배우 제이슨 스타뎀의 차기작이자 존 터틀타웁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메그'에도 리빙빙이 캐스팅됐다. 당초 판빙빙이 물망에 올랐으나 리빙빙이 최종 합류했다. 영화 '메그'는 워너브라더스와 중국 그래비티 픽처스가 공동 제작하는 영화로,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연구 프로젝트가 해저에서 진행되던 중 거대 상어 메갈로돈이 연구 기지를 공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할리우드 경험이 많은 리빙빙은 중국 과학자로 출연할 예정이다.


▲ 갈 곳 잃은 캐릭터, '인디펜던스 데이' 안젤라 베이비


지난해 6월 개봉한 '인디펜던스 데이:리써전스'는 20년 만에 돌아왔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갈 곳을 잃은 스토리와 허술한 캐릭터 설정으로 혹평을 받았고, 특히 영화 전반에 흐르는 차이나 머니의 유입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했다. 미국을 잇는 세계 2위 영화 시장이자 곧 1위 자리 쟁취를 앞둔 중국은 이미 할리우드에서 영향력이 커졌다. '인디펜던스 데이:리써전스'도 중국의 투자를 받으며 중국인들에게 익숙한 미녀 배우 안젤라 베이비를 캐스팅했다.


20년 전 '인디펜던스 데이' 1편에서는 중국이 등장도 하지 않았지만 속편에서는 아시아 대표로 중국이 미국과 힘을 합쳐 적과 맞선다. 레인 역을 맡은 안젤라 베이비는 주요 캐릭터는 아니어도 전투기 조종 실력을 갖춘 능력있는 중국인 역을 맡아 백인 남성과 러브라인을 그렸다. 억지로 넣은 중국인 설정에 의아함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중국에서는 안젤라 베이비를 내세워 대대적인 영화 홍보에 나서며 흥행 기록을 세웠다.


▲ '중국 배우 효과' 톡톡, '나우유씨미' 주걸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로 국내 영화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대만 출신 배우 겸 가수 주걸륜은 주로 중화권을 무대로 활동해왔다. 그러다 지난 2011년 할리우드 영화 '그린 호넷'에 이어 지난해 개봉된 '나우 유 씨 미2'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할리우드 진출에 나섰다. 영화 제작사는 시나리오 작업 전부터 주걸륜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을 정도.


주걸륜은 마카오의 마술 용품 상점 주인인 리 역으로 출연했다. 역할 비중이 크진 않았지만 중국은 '나우 유 씨 미2'를 '주걸륜이 출연하는 영화'로 적극 홍보했고, 전편의 흥행 기록을 뛰어넘었다. 2013년 개봉한 '나우 유 씨 미1'이 중국에서 2300만 달러를 벌어들인 반면 '나우 유 씨 미2'는 이보다 4배 많은 97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heilie@sportsseoul.com


사진 | 영화 포스터, 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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