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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배우 윤현민은 연기를 하기 이전에, 본인 표현에 따르면 ‘실패한 프로야구 선수’였다. 2005~2008년 4시즌간 프로야구 두산과 한화에서 뛰었지만 1군 무대는 밟아보지 못했다. 그는 “고등학교 땐 내가 야구를 잘 하는 줄 알았다. 프로 무대에 나와보니 우물안 개구리였다. 나도 모르게 위축돼 결국 실패했다”고 되돌아봤다.

성인이 된 뒤 첫 도전이었던 프로야구 무대에서 철저히 쓴맛을 봤지만 ‘인생 2막’인 배우인생에서는 야구 선수로서의 실패가 큰 힘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최근 진행된 KBS2 드라마 ‘마녀의 법정’ 종영 인터뷰에서 그는 “OCN 드라마 ‘터널’에 이어 ‘마녀의 법정’까지 올해 출연한 두 작품 모두 잘 된 걸 보면서 참 운이 좋은 한 해였다는 생각이 든다. 잘 된 작품을 만나는 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야구선수 때에도 홈런은 쳐도 연타는 쳐본 적이 없다. (연타석 홈런을 치는 게)확률이 정말 적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야구에 빗대 올해의 성공을 표현했다.

윤현민은 야구에서 배운 게 적지 않다. 그는 “아직 나는 연기자로서 삶보다 야구를 해온 경력이 훨씬 길다. 한 분야에서 내 몫을 제대로 해내며 ‘난 이런 직업을 갖고 있다’고 말하려면 10년은 버티고 이겨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아직 내겐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내가 한 직업에서 실패했던 게 의지를 다지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야구를 그만두고 배우로 전업을 결심했을 때 주위의 조롱어린 무시도 경험했다. “나를 말도 안되는 놈이라고 생각한 분이 많았을 것이다. 배우로 첫발을 내디뎠을 때 오디션에 가서 설움도 받았다. 그렇다고 프로필상 연극영화과 소속도 아니니 이상한 얘기도 많이 듣게 되더라. ‘운동선수 하다가 얼굴과 허우대만 멀쩡하다고 이 일을 시작했지?’라는 말을 들었을 땐 정말 속상했다.”

이런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길게 보고 천천히 가자’는 다짐 때문이었다. “연기를 시작할 때 내 목표는 확 불타오르는 ‘톱스타’가 아니었다. 연기 전공자도 아니고 이십대 중후반에 연기를 시작해서 서른 무렵에 톱스타가 되겠다는 허황된 꿈을 꾸지 않았다. 다만 평생 직장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컸다. 삼십대 후반이나 마흔이 됐을 때 이름을 조금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길게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야구에서 실패를 겪고 얻은 깨달음이었다. 그런데 당초 목표를 세운 거 보단 빠르게 가고 있다. 마냥 감사하다.”

그는 제대로 연기를 배워본 기간이 야구선수 은퇴 이후 고작 3~4개월 뿐이다. 요즘은 그때 봤던 연기 이론 책인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의 ‘배우수업’을 다시 펼쳐 보며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내 실력보다 운이 따라주는 것 같아 겁이 난다. 자꾸 감사할 일들만 생긴다. 그래서 ‘마녀의 법정’ 종영 이후 오랜만에 ‘배우수업’을 정독하고 있다. 최근 쉬지 않고 연기를 하다보니, 가장 무서운 게 익숙함이다. 나만의 익숙함이 생기는 지점이 있어 자꾸 나를 자책하게 된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지는 차원에서 책을 읽고 있다”는 윤현민은 “훗날 아무말을 하지 않아도 얼굴 자체로 모든 걸 표현할 수 있는 멋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monami153@sportsseoul.com

<2005년 프로야구 한화 입단 직후 윤현민. 사진 | 스포츠서울 DB·제이에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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