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포항의 패널티킥 지워냈던 VAR 영상판독!
지난 7월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라운드 경기에서 0-0으로 맞선 가운데 후반 포항 양동현이 얻어낸 페널티킥에 대한 VAR 영상판독이 진행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올해 K리그의 화두 중 하나는 판정 논란이었다. 심판에 대한 불만이야 지구상 모든 스포츠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올해 K리그에선 치명적인 오심이 여럿 있었고, 이에 따른 피해 구단 사장이나 단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등 시즌 내내 과열 양상을 보였다. 다행히 지난 7월부터 채택된 비디오판독시스템(VAR)이 오심을 줄여주면서 신뢰 회복의 전환점은 마련됐다. 물론 VAR 시행 뒤에도 오심 논란은 종종 터진 게 사실이다. 행정기관의 심판 교육 강화, 구단 및 팬들의 판정 존중이라는 두 가지 과제가 내년 K리그 앞에 놓여 있다.

판정 논란이 활화산처럼 타오른 경기는 지난 3월19일 3라운드에서 열린 서울-광주전이었다. 당시 주심은 등에 맞은 것을 손에 맞았다고 판단해 서울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에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기성용의 부친인 기영옥 광주 구단 단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오심이 있을 수 있지만 지난해에도 이런 게 2~3경기 있었다”며 “엉뚱한 페널티킥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번 판정에 대해 정식 제소할 예정이다”고 밝힌 것이다. 기 단장은 이 인터뷰로 제재금 1000만원의 징계를 받았고 주심은 무기한 배정정지, 부심은 영구퇴출이란 철퇴를 맞았다. 이후에도 몇몇 구단이 판정 불만을 틈틈이 제기했고 5월7일 인천-강원전 직후 김석현 인천 단장도 비슷한 이유로 오심 불만을 토로했다가 제재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판정 신뢰 회복을 위해 이뤄진 방법이 바로 VAR의 조기도입이었다. ▲골 상황 ▲페널티킥 미판정이나 오적용 ▲다이렉트 레드카드에 의한 퇴장 ▲징계를 잘못 적용한 경우(A선수가 반칙했는데 B선수에 적용한 경우) 등에 한해 주심이 본부석에 있는 비디오를 보고 판정을 수정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시행하고 있고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5월 한국 U-20 월드컵에 적용한 것에 이어 내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가동하기로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당초 K리그 클래식 각 팀이 서로 두 번씩 붙은 이후인 23라운드부터 VAR을 채택하려고 했으나 시즌 초반 판정 논란이 불거지자 한 달 가량 앞당겨 18라운드가 열린 7월1일부터 시행했다. 프로연맹은 고정비 10억원에 경기당 가변 비용 400만원이란 막대한 투자를 통해 신뢰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VAR은 일단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프로연맹에 따르면 VAR 적용 회수는 총 64회였고, 이 중 판정이 번복된 경우가 43차례였다. 43회를 유형별로 분석하면 득점 인정 4건, 득점 취소 7건, 페널티킥 선언 8건, 페널티킥 취소 8건, 퇴장 선언 15건, 퇴장 취소 1건이다. 승패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판정에서 VAR이 효과를 톡톡히 발휘한 셈이다. 팬들이 가장 기억할 만한 사례가 지난 19일 전북-수원 최종전에서 나온 수원 공격수 산토스의 득점 인정이다. 당시 수원은 전북에 1-2로 뒤지고 있었는데 후반 32분 산토스의 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수원 선수들도 체념한 상태였다. 그러나 VAR을 진행한 결과 산토스의 위치가 온사이드였음이 밝혀졌고 득점으로 인정되면서 수원은 분위기를 탔다. 산토스가 4분 뒤 역전 결승골을 넣으면서 수원은 극적으로 내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을 거머쥐었다.

물론 VAR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멀고, VAR을 시행하는 프로연맹과 이에 따른 이익 및 불이익을 받는 구단들이 이 제도의 확립을 위해 보조를 맞춰야 한다. 지난 9월24일 전북-대구전에서 대구의 골이 두 차례나 VAR로 취소된 것, K리그 경기는 아니었으나 지난달 25일 수원-부산 FA컵 준결승에서 수원 조나탄의 환상적인 골이 뒤늦게 취소된 것은 각각 대구와 수원의 반발을 강하게 샀다. 야구와 배구 등 다른 종목에서도 VAR이 올해 말썽을 일으켰다. 구단 관계자들은 “VAR이 도입될수록 심판들도 더 좋은 판정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충 넘어가도 VAR이 해결해 주겠지란 안이한 생각을 하면 도입 이전에 일어났던 논란과 불신의 싹이 다시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동시에 프런트, 코칭스태프, 선수, 팬 등 프로축구 이해 당사자들의 판정 존중 문화 역시 필요하다. 어느 구단이나 오심으로 이익도 받고, 불이익도 당하는 상황에서 ‘나만 피해본다’는 생각은 K리그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트릴 수 있다. 오심은 오심일 뿐 의도된 판정이 아니라는 의식을 모두가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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