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김주찬 \'헥터, 사진 욕심 그만내\'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3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KIA 헥터가 우승트로피 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프리에이전트(FA)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 계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KIA지만 표면상으로는 느긋한 입장이다. 외국인 선수 계약에 키를 쥐고 있는 헥터 노에시(30) 덕분이다.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고향인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돌아간 헥터는 KIA 선수들과 꾸준히 연락하며 내년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9일 막을 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 참가한 임기영은 “대만전 등판 당일(17일) 정오 무렵에 헥터가 전화를 걸어왔다. 일상적인 얘기를 했는데 심심한 것 같았다”며 웃었다. 두 시즌 동안 KIA에 몸담았지만 외국인 선수가 팀 동료의 국제대회 등판에 맞춰 전화로 안부를 묻는 일은 흔하지 않다. 팀에 애정이 없거나 다른 리그 또는 팀에 이적할 생각이었다면 나몰라라 할 수도 있다.

구단 반응도 비슷하다. KIA 관계자는 “헥터는 서른을 넘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메이저리그로 복귀하기가 쉽지 않다. 에이전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몸값 등을 고려했을 때 헥터가 팀을 옮기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다년계약을 체결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구단측은 “원칙대로 계약했다”며 일축했다. 구단 관계자는 “에이전트가 헥터를 설득해 다른 리그로 보내기를 원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여지를 남겼지만 뉘앙스 자체만 놓고보면 헥터는 내년에도 KIA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헥터가 팀에 잔류한다고 가정하면 팻 딘과 로저 버나디나도 잔류할 가능성이 높다.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동시에 따내는 과정에 끈끈한 동료애가 생겼다. 팻 딘은 개막 초반 지독한 불운에 자신감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버나디나 역시 5월 초까지 퇴출을 고민할만큼 부진했다. 마음고생이 심할 때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한 목소리로 “너는 최고다.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헥터 역시 팀내 외국인 선수 주장으로 틈 날 때마다 함께 어울리며 결속력을 다졌다. 사실상 외국인 선수들의 구심점 역할을 한 헥터가 잔류하면 다른 선수들을 설득하기도 쉽다.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구단주 등이 모인자리에서 헥터는 “우리 셋 모두 내년에도 KIA 유니폼을 입고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외국인선수가 구단측에 먼저 재계약 의사를 내보인 독특한 사례로 이 자리에 모인 모든 관계자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구단 관계자는 “구단 입장을 에이전트를 통해 전달한 상태다. 몇 차례 협상 테이블이 차려지겠지만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는 점은 변함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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