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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 루이 지로데 드 루씨-트리오송의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 253 x 202cm 루브르 박물관 소장.

[스포츠서울 이주상기자] 옛날 옛적 지중해에 키프로스라는 나라가 있었어.

지금도 있으니 정말 오래된 나라지.(하긴 우리나라가 5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 웬만한 나라가 오래되었다고 해도 큰 반응은 없지. 이집트나 이라크 정도가 우리보다 조금 앞설까? 참고로 일본은 2600년 밖에 안됐어~ㅋㅋ)

그 나라에 피그말리온이라는 엄청나게 유명한 조각가가 있었어.

무엇을 조각해도 살아있는 듯해서 사람들은 그가 만든 조각을 만지면서 감탄했지.

어느덧 나이가 들었지만 그는 늘 혼자였어.

키프로스의 여자들이 방탕했기 때문에 결혼할 생각이 없었던 거야.

원래 그러진 않았는데 여인들이 섬을 방문하는 남자들을 쌀쌀맞게 대했기 때문이라네.

이 사실을 안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열이 받아서 섬의 여자들에게 모든 나그네들을 받아들이도록 만들어 버린 거야.(사실 아프로디테가 키프로스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그런 조치를 취했어. 신으로서 자기 고향에서 불평이 나와서는 안 되었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지독한 남존여비 사상이야. 요즘 그랬다간 죽지~ㅋㅋ)

아무튼 피그말리온은 자신의 사랑을 받아 줄 여자가 없다는 것을 알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하려고 마음먹었어.

피그말리온은 매일 밤을 새워 가며 조각상을 만들었지.

드디어 몇 달에 걸쳐 모든 정성을 기울여 만든 조각상은 너무 아름다웠고 피그말리온은 ‘갈라테아’라는 이름까지 붙였어.

달걀 같은 얼굴, 오똑한 코, 붉은 입술에 따뜻한 시선까지, 미녀 중의 미녀였어.

완성된 조각상을 보고 피그말리온은 충격을 받았지.

갈라테아를 보고 사랑에 빠졌으니까.

이제 피그말리온에게 갈라테아는 더 이상 조각이 아닌 사랑하는 여인이 돼버렸어.

추우면 그녀에게 따뜻한 옷을 입혔고, 축제 때는 반지와 팔찌 등 온갖 보석으로 치장을 해줬어.

급기야 키스까지 했지.

하지만 키스는 차가웠어.

대리석이었으니까.

그는 사랑하는 여인이 사람이 아니라 차가운 돌이라는 것에 마음이 아팠어.

매일매일 사랑하는 여인을 곁에 두고 봤지만 아무런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지.

어떤 시인은 이 장면을 보고 이렇게 시를 읊기도 했어.

“나는 너를 창조했는데,

너는 나를 결박하고 구속하고 있네.

이제는 나의 주인이 되어 버린 갈라테아여!“라고.

이윽고 그는 괴로운 마음에 신에게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지.

특히 사랑을 주관하는 아프로디테에게 더욱 절실하게 기도했어.(같은 고향의 신이기도 했으니까~ㅋㅋ)

불면의 밤을 거듭하며 기도한 것이 통했을까?

찌릿찌릿~~

어느 날 그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갈라테아의 입술에 입맞춤을 했어.

그런데 그 느낌이 이전과는 달랐던 거야.

감촉이 느껴졌고, 온기 또한 전달됐지.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갈라테아는 사람으로 변해있었어.

차가운 대리석은 핏줄이 선명히 보일 정도로 투명한 우윳빛 살결이 되어 있었지.

갈라테아도 피그말리온의 정성에 그를 안으며 반겨주었고.

사랑의 간절함이 아프로디테를 감동시켰던 거야.(사실 피그말리온의 애절한 호소에 아프로디테가 자신의 아들이자 ‘사랑의 전령’인 에로스를 지상으로 보내 갈라테아에게 생명을 불어 넣었던 거야~)

두 사람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어.

파포스라는 이름의 아이를 낳기도 했는데 지금도 키프로스의 남부에 도시 이름으로 남아있어.(정말 오래된 나라야~ㅋㅋ)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부부가 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지금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며 입으로, 입으로 퍼져 나가고 있지.

이상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에 대한 에피소드다. 우리나라의 ‘선녀와 나무꾼’처럼 소박하고 가슴시린 이야기는 오랫동안 전승되었지만 18세기 무렵에야 본격적으로 유럽 대중들에게 소개되었다. 계몽사상가로 유명한 루소를 비롯해서 많은 작가들이 작품의 소재로 다뤘다. 특히 영국의 노벨상 수상 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 ‘피그말리온’(1913)이 히트를 치며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됐다.

피그말리온 이야기는 간절한 사랑의 끝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비극이 난무하는 그리스 신화에서 몇 안 되는 행복한 결말이다. 소재의 애틋함과 특이함으로 피그말리온은 심리학적으로 ‘피그말리온 효과’ 라는 용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피노키오’나 ‘프랑켄슈타인’도 피그말리온의 이야기에서 파생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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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에서 사람으로 변한 갈레테아를 쳐다 보는 피그말리온. 피그말리온의 놀라는 모습과 갈라테아의 수줍은 미소가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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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는 주연인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 외에 두명의 조연이 등장한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사랑의 전령’ 에로스다. 왼편 어둠속에 있는 아프로디테가 피그말리온의 사랑을 묵묵히 지켜보며 응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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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 사이에 있는 아기는 ‘사랑의 전령’ 에로스를 의미하고 있다. 에로스는 두사람의 손을 이어주며 사랑을 완성시키고 있다.

▶ 조지 버나드 쇼(1856 - 1950)의 희곡 ‘피그말리온’ - 희곡 피그말리온이 다루는 내용은 신화의 내용이 아니다. 이야기의 전개가 피그말리온과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1938년에는 동명의 이름으로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만들어 졌고, 1964년에는 오드리 헵번과 렉스 해리슨이 주연을 맡아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 라는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서 오스카상을 8개나 획득한 명작이다. 내용은 시골뜨기 출신으로 발음이 형편없었던 일라이저(오드리 헵번)를 화성학 교수인 히긴스(렉스 해리슨)가 정성을 다해 가르치면서 아름다운 숙녀로 변신시킨다는 내용이다. 강력하면서도 간절한 사랑의 힘을 표현해서 피그말리온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와 낙인 효과(Stigma Effect) - 피그말리온 효과는 심리학용어로 ‘자기암시효과’라고 불리기도 한다. 스스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시키고 주변에서 이를 격려하고 칭찬하면 미래도 점점 좋아진다는 의미다. 1968년 심리학자인 하버드대의 교수 로버트 로젠탈이 학생들을 상대로 실험한 결과 입증된 바 있다. 낙인 효과는 그 반대의 개념으로 한 대상을 부정적으로 ‘낙인(Stigma)’시키면 점차 주눅이 들어 발전이 아닌 퇴보를 거듭하게 된다는 개념이다.

▶ 앙 루이 지로데 드 루씨-트리오송(1767 - 1824) - 프랑스의 화가이자 철학자이다.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자크 루이 다비드의 제자로 초기 낭만주의 화풍을 그림에 담았다. 특히 나폴레옹 황제 일가의 그림을 정확한 묘사로 표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22세 때 ‘요셉의 이야기’로 로마 대상을 받고 이탈리아에서 5년간 유학했다. 후반기에는 프랑스 국립 아카데미 회원으로 ‘레종 드 뇌르’ 훈장을 받는 등 높은 명성을 얻었다. 말년에는 화가로서의 작업을 그만두고 시작과 철학에 몰두했다. 대표작품으로 ‘아탈라의 장례식’, ‘잠자는 엔디미온느’ 등이 있다. rainbow@sportsseoul.com 그림출처 |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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