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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출발한 서울행 KTX 산천이 진부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유인근기자 ink@sportsseoul.com

[평창=유인근 선임기자]낯설다. 강릉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찾아간 곳은 청량리 역이 아닌 서울역이었다.

12월 중순 서울과 강릉을 잇는 고속철도인 ‘경강선’ 개통을 앞두고 15일 고속열차에 먼저 올라타봤다. 강원도 지역 최초의 KTX 노선인 경강선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원활한 수송을 위해 1973년 태백선 개통 이후 44년 만에 강원도를 관통하는 노선으로 착공됐다. 지금 당장이라도 운행이 가능한 상태지만 만전을 기하기 위해 최종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관계자는 “서울 청량리역에서 강릉역까지 1시간 반 정도면 주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시간 반에 강릉? 오래전 강릉의 푸른 바다를 보기 위해 친구들과 청량리역에서 만나 밤기차를 탔던 기억이 떠올랐다. 밤에 기차를 타면 밤새 6~7시간을 내달려 아침녘에야 강릉역에 떨어졌다, 세상에, 이젠 서울서 지하철 5호선 방화역에서 마천역까지 가는 시간 정도에 태백산맥 너머에 있는 강릉까지 갈 수 있단다.

오전 9시. 강릉행 KTX 산천이 서울역을 출발했다. 이날 목적지는 종착역인 강릉이 아니라 올림픽 주요 지원역사인 진부(오대산)역이었다. 서울을 빠져나가는 동안 KTX는 천천히 움직였지만 서울을 벗어나자 한층 속도를 붙였다. 그러나 서울~서원주역 구간은 현재 운행중인 열차 사이로 KTX가 들어가기 때문에 제 속도를 온전히 낼 수 없다. 완전 개통 후에도 인천국제공항~수색~청량리~서원주역까지는 기존의 중앙선 철도를 이용한다. 구간에 따라 시속 150~230㎞의 속도를 내지만 이후 새로 깔린 레일을 달리는 서원주~강릉역 구간은 시속 250㎞로 질주한다. 이 구간에 신설되는 역은 만종, 횡성, 둔내, 평창, 진부, 강릉 등 모두 6곳이다. 이 가운데 평창, 진부, 강릉역이 올림픽을 지원하는 역사이고 올림픽 관련 경기장까지 대략 20분 안팎이면 도착할 수 있다.

경강선진부역
마무리 공사가 한창중인 진부역. 평창올림픽 주요 지원역사인 진부역에서는 개·폐막식과 주요 경기가 열리는 평창 올림픽 플라자가 7분 거리(9㎞)에 있다.  유인근기자 ink@sportsseoul.com

가을빛으로 짙게 물든 강원도의 산천은 언제 봐도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하고 있지만 KTX의 속도가 너무 빨라 그런 서정을 느끼기에는 차창 밖의 풍경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강원도 지역의 특성상 터널(34개)도 많아 더욱 속도감이 더했다. KTX는 오전 10시 30분 진부역에 도착했다. 올림픽 주요 지원역사인 진부역은 개·폐막식과 주요 경기가 열리는 평창 올림픽 플라자가 7분 거리(9㎞)에 있다. 역사 앞에 올림픽 오륜기 조형물이 설치되는 등 한창 마무리 공사가 진행중이다. KTX를 이용한 관광객은 셔틀버스를 이용해 20분이면 평창 올림픽 플라자에 도착할 수 있다.

진부역에서 내려 10여분 거리의 대관령 환승 주차장을 둘러봤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관중은 환승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셔틀버스를 통해 경기장으로 이동하면 된다. 환승 주차장은 진부, 대관령, 봉평, 정선, 북강릉, 강릉역, 서강릉, 관동 등 8개소가 운영되며 전체 주차 규모는 1만580대(일반차량 1만대·대형차량 580대)에 이른다. 대관령 환승 주차장의 경우 개·폐회식장에서 2㎞ 정도 떨어져 있어 걸어서도 다닐 수 있는 거리다. 대관령 환승 주차장에는 아직 편의시설은 설치되지 않았지만 4300여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시설은 공사를 모두 마쳤다.

곧 경강선이 완전 개통되면 멀게만 느껴졌던 수도권과 강원도는 ‘1시간대 생활권’으로 좁혀진다. 청량리~강릉은 1시간26분, 서울~강릉은 1시간42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인천공항에서도 기차편으로 올림픽 스타디움과 스키경기장이 있는 진부역까지 이동하는 데는 1시간50분, 빙상경기가 열리는 강릉까지도 2시간12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진부는 한낮인데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체감온도가 영하 7도나 됐다. 역시 강원도는 강원도였다. 차가운 바람이 코끝을 찡하게 했지만 맑은 공기가 상쾌했다. 간간이 눈발도 흩날렸다. 첫 눈이다. 평창올림픽의 성공개최를 예감하는 좋은 징조가 아닐까 싶었다. 오후 3시30분 강릉에서 출발해 서울로 돌아가는 상행선 KTX에 다시 올랐다.

ink@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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