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와人드'는 되감는다는 영어 단어 '리와인드(rewind)'와 사람을 뜻하는 한자 '人'을 결합한 것으로서, 현역 시절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의 과거와 현재를 집중 조명하는 코너입니다.<편집자주>


[스포츠서울 최민지 인턴기자] 타이거즈를 떠난 지 12년, 과거 젊은 4번 타자에서 이제는 감독님으로 불리는 홍현우다. 2008년 광주 동성고 타격 인스트럭터로 시작한 지도자의 삶은 잠깐의 휴식을 거쳐 어느덧 10년 차에 접어들었다.


전라남도 나주의 한적한 곳에 위치한 야구장. 영산강을 따라 넓게 펼쳐진 운동장에서 여전히 '타이거즈맨'의 자부심을 간직한 채 동강대학교 야구부를 이끌고 있는 홍현우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단연 첫 번째 화두는 'KIA 타이거즈의 우승'이었다.


▲ 레전드로서 바라본 KIA 타이거즈


홍현우 감독은 영원한 '타이거즈맨'으로서 KIA를 응원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응원을 많이 했다. 김기태 감독이 작년부터 리빌딩을 통해 팀을 재건하는 모습이 좋았다. 주축 선수들이 부상없이 잘 마무리해서 좋았다"고 KIA의 우승을 지켜본 소감을 전했다.


내년 시즌 KIA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올 시즌은 김기태 감독이 준비를 철저히 잘했다. 한 해를 버리다시피 해서 신진 선수들을 잘 발굴해 냈다"며 "야구는 70%가 투수 싸움이다. KIA 투수진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김기태 감독이 슬기롭게 신구 조화를 이뤄나간다면 내년 시즌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김기태 감독과는 한가해지면 소주 한잔하기로 했다고.


▲ 90년대 해태 전성기를 이끌던 '젊은 그대'


KIA의 우승을 지켜보며 자연스레 과거 해태의 90년대 전성기를 떠올리게 된다. 홍현우는 '젊은 그대'라 불리던 그 시절을 회상했다.


"그때가 제일 행복했다. 90년대 초, 중반 롯데-LG-해태가 라이벌 관계를 이룰 때가 제일 재미있었다. 3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것은 팀 성적이 워낙 좋았던 덕분이었다. 개인 기록은 골든글러브를 수상하지 못했던 99년에 더 좋았다. 그땐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너무 많이 칠 때라 할 수 있는 건 30-30, 40-40이라 생각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했고 몸무게를 10kg까지 늘렸다. 그렇게 준비한 결과 3할 타율-30홈런-30도루-100타점이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 90년대 해태 VS 2017년 KIA


다소 예민할 수도 있는 질문이었다. 90년대 해태와 지금 KIA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솔직히 말해서 당시 선수들이 훨씬 더 잘했다. 지금 선수들도 물론 훌륭하다. 현장에서 안 뛰어서 못 느끼는 점도 있겠지만 내가 뛸 땐 선수들이 서로 뭉쳐서 눈빛만 봐도 알 정도로 팀워크가 좋았다"고 답변했다.


▲ 지도자의 길, 고교야구와 대학야구


은퇴 후 한때 프로 팀의 제안도 거절한 채 야구를 꺼렸다던 홍현우 감독은 모교인 광주 동성고등학교에서 어려움이 있어 도와달라는 부탁을 계기로 지도자의 길에 발 담그게 됐다.


그는 "지도자로서 처음이다 보니 힘은 들었는데 재미도 느꼈다. 나도 현역 시절 땐 박수도 많이 받고 인정받고 대접받으며 운동했는데 지도하다 보면 선수들이 모르는 부분이 많더라. 스스로 하는 아이들이다 보니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2009년까지 광주 동성고에서 지도자로 활약했던 그는 잠시 휴식기를 거쳐 2014년 동강대학교 타격코치로 다시 지도자 활동을 시작했다. 고교야구와 대학야구를 모두 맡아본 홍현우 감독은 두 아마추어 세계를 이렇게 비교했다.


"고교야구의 경우 고졸 프로가 아니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전례가 있어서 그런지 다들 절실하게 열심히 했다. 이에 반해 대학야구 선수들은 소외된 선수들도 많다. 그래서인지 지도해본 결과 크게 차이는 없지만 절실한 면에서 조금 뒤처졌다."


▲ 야구계에 부는 대졸 '취업 한파'


홍현우 감독은 최근 프로에서 고졸 출신을 선호하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공생 관계를 강조하며 "고등학교에도 뛰어난 선수가 많지만, 대학교에도 못지않게 많다. 프로가 되는 게 궁극적인 목표지만,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빨리 프로에 가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프로에서 살아남는 고졸 선수들이 과연 몇 명인가 정확히 체크해보면 알 수 있다"고 토로했다.


"갈수록 형편이 좋아져야 하는데"라며 "졸업하고 모두가 프로선수가 될 수 없으니 독립구단이 더 생긴다든지 실업 야구가 활성화된다든지 해야 한다. 그 활로를 위에 계신 분들이 열어주셨으면 좋겠다"는 홍현우 감독의 말에서 대학야구 선수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감독 홍현우가 꿈꾸는 동강대 야구의 미래


2년제 전문대인 동강대학교는 지난해 전국대학야구대회 하계리그에서 3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홍현우 감독은 "학교에서도 우승하라는 강요가 없다"면서 "우승보다는 선수들이 자신이 가진 장점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활용했으면 좋겠다. 그 결과 드래프트 시장에서 두세 명이 한 번에 같이 지명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또 "허두현 총 동창회 회장님이 야구부에 처음으로 지원금도 주시고 많은 도움을 주셨다"며 "올해 신입생으로 온 선수 중 좋은 성적을 지닌 선수들이 많다. 같이 훈련하다 보면 '저 선수는 프로에서 데려갔을 것 같은데 왜 못 갔을까' 하는 안타까운 선수들도 있다. 내년부터 차츰차츰 전문대에서도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고 자부심도 보였다.



▲ 홍현우 감독의 이유있는 자부심, 나용기


홍현우 감독의 이유있는 자부심, 그 중심에는 98년생 우완 투수 나용기(1학년)가 있다. 홍현우 감독은 "장신이면서도 몸이 유연해 발전 가능성이 높다. 야구 관계자들도 잘 알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수술과 재활을 거쳤고, 내년쯤에는 대형 투수가 될 것 같다. 메이저리그도 노려볼 만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직접 만난 나용기는 천안 북일고등학교 출신으로 195cm 큰 키를 자랑했다. 지난해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과 인대접합수술을 받아 1년간 재활을 거친 그는 "2주 전 첫 등판한 게임에서 최고 구속 140km를 찍었다"며 빠른 회복세를 자랑했다. 현재 러닝 위주 훈련과 함께 페이스를 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신의 강점으로 '큰 키에서 내리꽂는 직구'를 꼽았다. 강점을 바탕으로 "2년제 대학교인 만큼 빨리 성공해서 프로 무대에 진출하고 싶다. 내년에 지명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구체적 목표도 밝혔다.


일본 괴물 투수 오타니 쇼헤이가 롤모델이라는 나용기는 '메이저리그 감'이라는 홍현우 감독의 평가에 "아직은 모르겠지만, 차근차근히 하다 보면 기회가 올 거라고 믿는다"며 조심스러워했다. 홍현우 감독의 안목이 들어맞을지 나용기를 주목해볼 만하다.


▲ 소신있는 지도자의 道, 그래서 더 의미 있는


대학 야구팀에 몸 담그면서 선수들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는 홍현우 감독의 소신은 뚜렷했다. 프로팀에서 코치직 제의가 오면 가야 하지 않냐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 현실이지만, 그는 "아마추어 쪽에서 좋은 선수를 발굴해내고 싶다. 고교에서 소외받던 선수들이 대학에서 열심히 해서 성공하는 케이스를 만들고 싶다"는 소신있는 포부를 드러냈다.


"최소 5, 6년 이상. 내가 움직일 수 있는 한 좋은 선수들을 발굴하고 싶습니다."


타이거즈 레전드에서 소신있는 지도자로, 홍현우의 변신이 의미있는 이유다.



julym@sportsseoul.com


사진ㅣ김도형기자 wayn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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