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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오는 26일 출시하는 두 번째 AI 스피커 프렌즈 모습.  제공 | 네이버

[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 인공지능(AI)이 전 세계 시장에서 구글과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AI 스피커 등 AI 비서 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을 놓고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IT기업들도 AI 관련 서비스를 다양한 형태로 잇달아 선보이며, 선점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SK텔레콤과 KT 등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AI 스피커인 ‘누구(NUGU)’와 ‘기가지니(GiGA Genie)’를 출시하며 포문을 연 데 이어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기업들도 AI 스피커 경쟁에 합류했다.

◇ 치열해지고 있는 AI 전쟁

국내 1위 포털기업인 네이버는 자사의 AI 플랫폼 클로바(Clova)를 앞세워 AI 생태계 확장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네이버랩스 대표는 지난 16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데뷰(DEVIEW) 2017’ 기조연설을 통해 “AI 기술이 생활 속에 녹아들어 편리함을 제공하는 생활환경지능 확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네이버는 지난 8월 클로바가 탑재된 AI 스피커 ‘웨이브(WAVE)’를 출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무게를 최소화해 이동성을 높인 두 번째 AI 스피커 ‘프렌즈’의 정식 출시도 앞두고 있다. 또한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세 번째 라인업 제품인 ‘페이스(가칭)’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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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인공지능 스피커 ‘카카오미니’ 모습.  제공 | 카카오

경쟁사인 카카오 역시 자사의 AI 플랫폼 ‘카카오아이(I)’ 생태계 확장에 박차를 가하며 AI 선점 경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네이버가 LG전자를 비롯한 LG그룹 계열사와 합심한다면 카카오는 삼성전자 ‘빅스비’와 연동 제휴로 맞서는 형국이다. 카카오의 AI 스피커 ‘카카오미니’나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으로 삼성전자의 세탁기나 에어컨 등 가전제품의 제어를 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최근 네이버는 LG유플러스, 대우건설과 손잡고 클로바를 아파트에 입힘으로써 AI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카카오 역시 GS건설과 협력, 스마트홈 구축 경쟁에 뛰어들면서 ‘건설 대전’을 예고하고 있다.

◇ 네이버, 글로벌 IT기업과 AI 대전 합류…높은 ‘범용성’ 승부수

네이버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IT기업과의 AI 경쟁에서 높은 범용성과 방대한 데이터 기반 지식 정보 검색 등을 앞세워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각오다.

지난 5월 애플리케이션(앱) 형태로 베타 오픈한 ‘네이버-클로바’의 경우 디바이스나 OS에 제한을 받지 않고 앱을 다운로드하기만 하면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범용성이 높다.

또한 네이버-클로바는 답을 주는 지식 정보 검색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네이버가 구축한 방대한 검색 데이터베이스를 클로바와 연동,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정답에 가까운 정보를 재가공해 제공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남역까지 버스로 가는법 알려줘”, “알랭 드 보통 책 알려줘”, “알리오 올리오 재료 알려줘” 등과 같은 정답형 검색뿐만 아니라 “한남동 회식 장소 추천해줘”, “볼만한 영화 추천해줘” 등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도 추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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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지난 8월 출시한 AI 스피커 웨이브.  제공 | 네이버

이 같은 강점을 모아 네이버는 음성인식 기반 AI 스피커를 본격 출시했다. 지난 8월 웨이브를 시작으로 오는 26일에는 두 번째 AI 스피커 라인업인 프렌즈를 정식 출시한다.

웨이브의 경우 1·2차 특별판매를 통해 모두 매진을 기록했으며, 정식출시를 앞두고 있는 프렌즈는 무게를 줄인 데다 라인의 인기 캐릭터를 이용해 디자인을 강화, 또다시 매진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아침 시간 ‘아침 브리핑’ 기능은 바쁜 아침 시간에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정보인 날씨, 미세먼지, 주요 뉴스 등의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알려줘 이용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네이버는 이달 중 일정관리, 다음 달에는 배달음식 주문 등의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향후 네이버는 ‘클로바 CEK(Clova Extension Kit)’를 출시, 외부 서비스 제공업자들도 자신들의 서비스나 콘텐츠를 클로바를 통해 이용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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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우건설 사옥에서 진행된 네이버-대우건설-LG유플러스 ‘인공지능 IoT 스마트홈 사업 업무 협약 체결식’에서 (사진 왼쪽부터)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송문선 대우건설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 네이버

◇ 네이버 대우 푸르지오에 클로바 탑재…이통사와 ‘건설 대전’ 예고

네이버는 자사의 AI 플랫폼 클로바를 앞세워 일상생활 환경을 모두 연결하겠다는 각오를 현실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전자와 건설,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이용자들의 생활환경 지능을 한 층 더 높이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의 일환으로 네이버는 지난 19일 대우건설, LG유플러스와 함께 앞으로 인공지능 IoT 스마트홈 구축 사업 분야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네이버는 자사의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를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아파트에 탑재해 인공지능 생활환경 구축을 시작하게 된다. 푸르지오 아파트에 입주하는 주민들은 세대 내에 구축된 홈 IoT 플랫폼에 음성인식 기반 디바이스를 연동하고 냉난방과 조명 제어, 무인택배, 에너지사용량 확인, 주차 관제 등 홈네트워크 시스템, IoT 가전 제어 등 음성 명령만으로 쉽게 제어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클로바는 이미 LG전자 가전제품에 탑재를 확정했다. 구체적인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세부적인 내용 조율이 끝나면 조만간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LG그룹 계열사와 모든 스마트홈 서비스에서 네이버 인공지능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클로바는 우리은행, YG엔터테인먼트, 우아한형제들 등과도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 관련 서비스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각 분야를 대표하는 업체들의 제휴를 통해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IoT 플랫폼이 구축된 주거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와 이미 AI 플랫폼을 앞세워 홈 IoT 사업 확장을 진행 중인 이동통신사들과의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이통사들도 건설사들과 협력하며 스마트홈 구축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경쟁사들을 제치고 수 천여세대에 스마트홈 서비스를 공급하게 됐다.

SK텔레콤은 제휴사인 롯데건설과 함께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아파트에 스마트홈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SK텔레콤이 공급한 스마트홈 가구 수는 1만2000여세대를 넘어섰다. 계약 기준으로 2년 내 20만가구로 확대될 전망이다.

KT는 현재까지 약 8400여 세대에 스마트홈 구축 공급을 확정했다. 대림산업, 한화건설 등의 업체들과 협력을 통한 결과다. 계열사인 KT에스테이트의 대구 수성, 부산 가야, 광주 쌍암동에 스마트홈 서비스를 공급한다. 동부건설, 현대산업개발 등과는 구축 협의를 진행 중이다. KT는 내년까지 2만8000여 가구에 스마트홈을 공급할 방침이다.

이처럼 이통사와 포털기업이 건설사와 협력해 AI 스마트홈 서비스를 내놓는 것은 기업과 입주민 입장에서도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입주민들은 보다 더 편리하고, 지능화된 생활편의 서비스를 입주 당시부터 이용할 수 있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한 이통사나 포털기업, 건설사가 협력하는 것은 B2B 솔루션을 통한 수익창출과 입주민들 입장에서도 더욱 지능화된 생활환경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데 강점이 있다”면서 “향후 아파트 등 이용자들의 생활환경에 인공지능을 더한 스마트홈 서비스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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