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천우희가 강단 있는 모습으로 시선을 끌었다.

지난달 tvN 8부작 드라마 ‘아르곤’을 끝마친 천우희의 표정에서 여유가 묻어났다. 그동안 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도 드라마 출연이 없었는데, 데뷔 첫 드라마를 만족스럽게 끝낸 덕분이다. 그뿐만은 아니었다. 스스로도 “담대하다. 타고난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배포가 있는 성격이다. 그를 지켜본 관계자들과 취재진들이 “풍파가 많아 쉽지 않은 연예계를 잘 견디겠다”는 평을 하게 하는 이유가 있었다.

-극중 용병기자라는 캐릭터가 쉽지 않았겠다.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늘 어려운 역할을 해왔다. 그때마다 느끼는건 어떤 것들이 대입되거나 연상될 수는 있지만, 나는 대본과 내 캐릭터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그게 제일 중요하더라.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해의 소지를 최대한 덜어내고 이 캐릭터에 몰입하는 것이었다.

-주변 반응은.

너무 좋아했다. 영화가 아닌 TV에서 자주 볼 수 있고, 현실적인 이야기여서 좋아했다. 특히 부모님이 좋아하셨다. 친구들은 “네가 직장생활을 하면 저렇겠다”라는 이야기도 해줬다.

-그동안 드라마를 하지 않은 이유는.

영화만 한다고 오해하신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천우희가 드라마를 하겠어” 말하시면서 시놉시스를 줬다고 들었다. 워낙 영화에서 강한 인상을 남겨서 그런 것만 추구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드라마를 하면서 좀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이 첫 시작이긴 하지만 조금씩 나를 보실 때 ‘저런 것도 할 수 있구나’ 하는 가능성을 봐주시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만족스럽나.

흥행해도 캐릭터가 마음에 안 들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만족감의 차이는 굉장히 크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목표했던 지점이 잘 맞아서 아주 만족스럽다. “영화에서 드라마 가면 좋은 소리 못 듣는다”고 하던데, 나는 쓴소리를 안들어서 만족스럽다. 여러모로 괜찮았고, 여러모로 좋았다.

천우희

-극중 이연화와 천우희는 얼마나 비슷한가.

성향적으로 비슷하다. 나도 힘들어도 내색 안 하는 편이다. 힘들어도 ‘이정도 힘든 건 당연하지’ 하고 버티는 편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에 흔들림이 없는 것도 비슷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웅얼웅얼 해서라도 할말 한다. 자존심도 센 편이다. 자존심이 정말 상하는 일이 있어도 ‘쓸데 없는 사람에게 내 에너지를 소비하지 말아야지’ 한다. 악플을 봐도 ‘그런가보다’ 하고 만다.

-그런 여유의 원천은.

“대차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유가)뭘까’ 생각해봤는데, 천성 자체가 주변에 흔들리거나 감정 기복이 크지 않은 것 같다. 힘들어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르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의욕을 잃는게 아니라 ‘이런것도 당연한거지’ 한다. 억지로 긍정적으로 이겨내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돌이켜 보고 곰곰히 곱씹어보면 얻는게 있다. 그러다 보면 화날 일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어렸을 때부터 그래서 애늙은이 소리를 들었다. 천성인 것 같다.

-그래도 가장 힘들었던 건.

매 작품 힘들다. 나를 쥐어짠다. 연기에 대한 목표점이 높아서 그랬다. 거기에 도달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았다. 영화 ‘블랙스완’을 보면서 공감을 많이 했다. 어떻게든 완벽함을 추구하고 싶은 마음이다. 다른 사람들이 ‘이정도면 됐다’고 해도 그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걸 받아들이면 무뎌질까봐 무서웠다. 그래서 “이정도면 잘했어” 해주시면 나 스스로 멈출까봐 ‘더 노력해야지’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내가 나를 너무 옭아맨다’ 싶어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아쉬워도 ‘이제 처음이니까. 더 잘 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 토닥여주기로 했다.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건.

멜로와 로코를 너무 하고 싶다. 어필하는데 기회가 안 온다. 장르가 좀 쏠려 있다보니까 그런가보다. 그래도 드라마를 더 해보고 싶다고 느끼는게, 드라마에서 멜로와 로코 기회가 많다. 기회가 있을 거라 본다.

-평소엔 어떻게 지내나.

집순이다. 평범하다. 친구들 만나고, 전시 정도 보러간다. 취미가 딱히 없다. 진득하게 뭘 해본 적이 없다. 부모님이 한정식 집을 오래 하셔서 나도 음식을 하는 편이라, 요리를 취미로 조금 한다고 말하고 싶어도 플레이팅을 못한다. 친구들에게 한번 차려준 적이 있는데, 사진을 찍어놓으니 별로였다. 운동은 필요한 만큼 하고 있고, 올들어 좀더 하고 있다. 연기할 때 깡으로 버텼는데, 이제는 체력이 안되겠더라.

cho@sportsseoul.com

사진|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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