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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두산 김태형 감독, KIA 김기태 감독. 최승섭기자 | thunder@sportsseoul.com

[마산=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NC와 롯데의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을 앞둔 12일 마산구장에 오전부터 비가 내렸다. 2승 1패로 PO 진출에 1승만을 남겨둔 NC는 내친김에 준PO를 빨리 끝내고 홀가분하게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싣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표정이다. 반면 벼랑끝에 몰린 롯데는 이미 부하가 걸린 불펜진이 하루 쉴 수 있고 부진에 빠진 타자들도 머리를 식힐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반가운 날씨였다.

벼랑끝 혈투를 준비 중인 양팀의 다른 마음처럼 준PO를 지켜보는 KIA와 두산도 상반된 생각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두 팀 모두 “어느팀이 올라와도 상관없다”는 입장이지만 심리적으로 껄끄러운 상대를 피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NC에 4전승을 거둔 두산이지만 포스트시즌을 통해 드러난 NC 전력이 정규시즌 가장 좋을 때 모습과 비슷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두산 관계자는 “비로 하루 순연되더라도 5차전까지 빡빡하게 치렀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경기를 많이 치르면 선발 로테이션도 문제이지만 불펜 소모가 극대화될 수밖에 없어 여러모로 불리하다. 롯데의 PO행 가능성을 낮게 점치면서도 “이왕이면 마지막까지 모든 전력을 쏟아붇고 오는게 좋지 않겠는가. 상대가 조금은 지친 상태여야 우리도 최대 4차전에서 승부를 가르고 정규시즌 우승팀과 대등한 승부를 펼칠 수 있다”며 본심을 드러냈다. 두산은 올시즌 롯데와 8승 8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고 NC에는 11승 5패로 압도했다. 롯데의 PO 진출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것은 상대적으로 롯데를 더 까다로운 팀으로 보고 있는 두산의 속내가 담겨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NC는 단기전 명수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정규시즌 때와 사뭇 다른 모습으로 포스트시즌에 임하고 있어 역시 경계심을 늦출 수 없다. 어느 쪽이든 힘을 빼고 올라올수록 유리하다.

와일드카드결정전(WC)부터 포스트시즌 진출팀들을 현미경 분석 중인 KIA는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KIA 관계자는 “WC가 단판승부로 끝나 내심 준PO도 한 쪽이 3전승을 거뒀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며 웃었다. 전력소모를 최소화하고 PO에 진출해야 두산의 힘을 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는 “우리 입장에서는 디펜딩챔피언이 가장 껄끄러운 상대다. 전력이 워낙 좋기도 하지만, 선수 대부분이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다르지 않겠는가. 체력이나 기세면에서 우리가 우위에 있다고 보더라도 경기를 풀어가는 평정심은 무시 못한다. 평정심을 흐트러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체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준PO 승리팀이 경기 감각과 체력을 남겨둔 상태로 두산을 상대해야 PO를 4차전 이상의 장기전으로 끌고갈 확률이 높다. 정규시즌 종료 후 열흘 가량 휴식을 취해 경기감각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2015년부터 드러난 두산의 단기전 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PO를 3전승으로 따낼 경우 경기 감각 회복은 물론 심리적 안정까지 가미돼 최강의 면모를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 2009년 이후 8년 만의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KIA 입장에서는 PO에서 무승부도 나오고, 우천 순연으로 컨디션 조절까지 엉망으로 만드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KIA 관계자는 “우리 선수들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어떤 여건, 어떤 상황에서도 정규시즌 우승팀의 자존심을 잃지 않는 경기를 할 것으로 믿는다. 선수단 전체가 똘똘뭉쳐 한국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정규시즌 중반에 보인 압도적인 모습을 1차전부터 뽐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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