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4회말 추가 득점 뽑아내는 NC 나성범
NC 나성범이 5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NC와 SK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4회말 1사 2루 상황에서 모창민의 적시타 때 득점을 한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창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마산=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2017 KBO리그 정규시즌이 KIA의 8년 만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144경기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5일 마산구장은 아침부터 북적였다. 택시기사는 “오늘부터 포스트시즌 티켓을 판매하는지, 구장에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더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시즌이 끝난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은데다, 지난 4일이 추석이라 포스트시즌 개막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와일드카드결정전(WC) 1차전 준비로 구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던 NC와 SK 선수들도 같은 표정이었다. NC 박석민은 “정규시즌이 그대로 이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가을잔치 분위기를 느낄새도 없이 곧바로 경기를 치러야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WC만 세 경기째 치르는 SK 노수광도 “포스트시즌이라는 기분이 나지 않는다. 순위 결정전에 임하는 각오, 한 경기만 패하면 끝이라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훈련에 임하는 선수들의 움직임도 시즌의 연장선 위에 서 있는 듯 했다. 다만 경기를 준비하는 양팀의 모습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어찌보면 경기를 치르기 전에 NC가 이긴 싸움이 됐다.

[SS포토]타구 놓치는 최정, \'아차!\'
SK 3루수 최정이 5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NC와 SK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5회말 1사 NC 김성욱의 내야 안타 때 타구를 놓치고 있다. 창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가을잔치 단골 손님인 NC 선수들은 “2연전 1승 1패면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왕이면 1패할 기회를 박탈 당하고 싶다”며 웃었다. 심리적으로는 ‘진짜 가을잔치’를 향한 마지막 리허설처럼 치르고 하루 더 휴식을 취하겠다는 각오로 가득차 보였다. 타격훈련 때에도 이른바 ‘머리를 남겨놓고 친다’는 기본에 충실하며 의식적으로 힘빼기에 집중했다. 수비훈련 때에도 강한 것보다 빠르고 정확한 플레이에 더 집중했다. 겉으로는 시즌의 연장선으로 표현했지만 본능적으로 ‘가을잔치 모드’가 이미 발동된 모습이었다. 반면 SK는 시즌과 큰 차이 없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평소와 다름없이 선수들과 장난을 쳤고 데이브 존스 투수코치는 “이 곳(마산구장)한국인이 이렇게 많이 모여 있는 것을 처음 본다. 무슨 일이 있는가?”라며 농담했다. 훈련에 나선 야수들은 포구나 송구 실책이 많았고 타구도 힘이 들어갔는지 드라이브가 걸려 빨리 떨어지는 빈도가 높았다.

양팀에서 가장 결의에 찬 표정을 지은 이들은 올해를 끝으로 유니폼을 벗는 NC 이호준과 은퇴기로에서 주전 안방마님으로 도약한 SK 이성우였다. NC 이호준은 “이미 은퇴식까지 했지만 선수로서 내 타석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마음 같아서는 WC도 2차전까지 하는 등 올해 편성된 포스트시즌 19경기에 모두 나서고 싶다. 진짜 마지막 타석에 들어서면 눈시울이 붉어질지도 모르겠다”며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워내고 싶은 표정이 묻어났다. SK 이성우는 올가을이 또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는 “KIA에 있던 2012년 준플레이오프에서 SK와 상대할 때, 지난해 LG와 WC 모두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경기 출전은 오늘이 처음이다. 하는데까지 해보고 은퇴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가을잔치에 선발로 뛴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SS포토]적시타 NC 박민우, 나도 1점 추가!
NC 박민우가 5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NC와 SK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3회말 2사 1,2루 상황에서 1타점 적시타를 치고 덕아웃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창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공교롭게도 1회초, 말 한 번의 공격을 주고 받은 뒤 양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진짜 마지막을 향해가는 이호준은 3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낸 뒤 벤치로 들어와 다음 경기 준비에 돌입했다. 내년에도 중용이 예상되는 이성우는 9회초 마지막 아웃카운트와 함께 내년을 기약했다. 이호준에게는 이어지는 하루 하루가 아쉬움으로 남지만 이성우에게는 선수생활 연장을 넘어 주전 도약이라는 희망의 싹을 틔운 가을이다.

끝은 늘 시작과 맞닿아 있다. SK의 시즌 끝은 NC에게 본격적인 가을의 시작이다. 사실상 단판승부로 치러지는 WC는 그래서 끝과 이어짐의 묘한 경계선 위에서 줄타기를 하는 분위기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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