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히어로즈 리드오프 이정후와 4번타자 김하성
추석특집넥센히어로즈 리드오프 이정후와 4번타자 김하성. 고척돔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이다’는 문장은 넥센 김하성(22)과 이정후(19)를 위해 만들어졌다. 풀타임 첫 시즌부터 놀라움을 안겼던 두 신예가 소속팀은 물론 한국야구의 미래를 밝혔다. 이미 한국 최정상급 유격수가 된 김하성과 역대 최고 고졸 신인타자 이정후가 한 자리에 앉아 당차게 청사진을 그렸다.

김하성과 이정후는 공통점이 많다. 둘 다 고교시절 특출난 재능을 뽐냈고 넥센 입단 당시 유격수가 주포지션이었다. 일찌감치 코칭스태프로부터 즉시전력감이라는 도장을 받았고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고속성장의 과정은 조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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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넥센히어로즈 리드오프 이정후와 4번타자 김하성. 고척돔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김하성에게 프로 첫 무대는 공포와 충격이었다. 김하성은 “프로 와서 처음 치른 마무리캠프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캠프 첫 날 미팅에서 보니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라’가 슬로건이더라. 진짜 한계를 봤다.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 수비 훈련만 했다. 가만히 있어도 쥐가 날 정도였다. 마무리캠프 한 달이 일 년 같았다. 선수들도 힘들었지만 홍원기 코치님도 고생을 많이 하셨다. 그래도 그 때 고생하면서 기본기가 많이 좋아졌다. 나중에 스프링캠프에 가서 1, 2주 지나니까 몸이 훈련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돌이켰다.

반면 이정후는 순조롭게 프로 첫 캠프를 보냈다. 코칭스태프가 수비보다는 장기인 타격을 살리기로 결정하면서 순식간에 자리를 꿰찼다. 그는 “나는 하성이형 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즐겁게 했다. 장정석 감독님께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연습을 주문하셔서 안 되는 부분에 중점을 두고 훈련했다. 하성이형 때와는 콘셉트가 달랐던 것 같다. 1군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도 1군 개막전은 전혀 생각 안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고 생각했다. 부족했던 내야수비에 집중하면서 캠프를 보냈는데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수비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장점을 살리자. 타격에 집중하자’고 하시더라. 어떻게 타격이 잘 돼서 운좋게 개막 엔트리에도 들었다”고 말했다.

넥센 구단 관계자는 “김하성이 이정후를 잘 챙긴다. 어떨 때는 둘이 형제 같다. 항상 붙어 다닌다. 늦은 밤 원정에서 올라오는 날에는 정후가 하성이 집에서 자기도 한다”며 둘의 돈독한 관계를 설명했다. 실제로 김하성은 “정후를 볼 때마다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고 웃었다.

넥센히어로즈 리드오프 이정후와 4번타자 김하성
추석특집넥센히어로즈 리드오프 이정후와 4번타자 김하성. 고척돔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문에 스프링캠프에선 정후와 마주하지 못했다. 시범경기부터 봤는데 정말 잘하더라. 시즌이 개막하니 시범경기보다 더 잘 쳤다. 코치님이나 선배님들이 정후에게 조언하는 게 내 1년차 때와 비슷하다. 그래서 그런지 정후를 볼 때 마다 내가 떠오른다. 나도 경험을 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정후에게 더 설득력 있는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후에게 ‘모든 사람이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 ‘야구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정후는 조언을 하자마자 슬럼프에서 탈출하더라. 이제는 뭐 딱히 챙겨줄 게 없다.”

이정후는 고등학교 1학년부터 김하성을 봤다. 넥센에 지명된 순간 “김하성 선배처럼 야구를 하고 싶다”고 다짐한 이정후다.

“넥센에 지명된 순간 하성이형의 모든 것을 본받겠다고 다짐했다. 고1 때부터 열심히 하성이형의 플레이를 봤다. 하성이형처럼 야구를 하고 싶었다. 하성이형을 직접 보니 왜 하성이형이 잘 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성이형은 야구선수에게 필요한 모든 걸 다 갖춘 선수다. 파워, 스피드, 정확성…. 나도 하성이형의 길을 따라가고 싶다.”

넥센히어로즈 리드오프 이정후와 4번타자 김하성
추석특집넥센히어로즈 리드오프 이정후와 4번타자 김하성. 고척돔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이변이 없다면 김하성과 이정후는 오는 11월 중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에 나란히 출전한다. 둘 다 만 24세 이하 선수들이 참가하는 이번 국제대회에서 한일 라이벌전을 기대했다. 특히 김하성은 11월 일본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23)와의 맞대결을 고대하고 있다.

“오타니가 나올지 아직 모르겠지만 정말 한 번이라도 붙어보고 싶다. 물론 내가 안타를 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큰 경험이 될 것 같다. 상대하는 것 자체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이다. 오타니 같은 투수에게 지면 다음에는 꼭 이겨야 한다는 목표가 생긴다. 메이저리그에는 오타니 같은 투수가 많지 않나. 내 자신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안타는 모르겠지만 파울은 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타니와 승부를 예상하는 김하성의 눈이 번쩍이자 이정후도 “오타니와 붙으면 정말 신기할 것 같다. 나도 붙어서 안타 하나 쳐보고 싶다”고 웃었다.

넥센히어로즈 리드오프 이정후와 4번타자 김하성
추석특집넥센히어로즈 리드오프 이정후와 4번타자 김하성. 고척돔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김하성은 뚜렷하게 자신의 미래를 그렸다. 첫 목표는 2018년 아시안게임 참가다. 이정후와 함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넥센과 대표팀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을 꿈꾸고 있다.

“2018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첫 목표다. 정후와 함께 뽑혀서 꼭 한 번 금메달을 걸어보고 싶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우승을 못해봤다. 준우승만 많이 했다. 그래서 큰 대회 우승을 꼭 해보고 싶다. 마지막 경기 우승해서 환호하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 넥센에서도 정후가 출루하면 내가 정후를 불러들이는 모습을 꾸준히 만들어서 한국시리즈 무대도 밟고 싶다. 정후와 이루고 싶은 게 참 많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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