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스포츠서울] 동물들이 날씨를 미리 예측하는 것에 대해 과학자들은 부정적이다. 과학적으로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재해 현장에서 동물들의 움직임으로 피해를 줄인 사례들이 있다.

1975년 중국 랴오닝성 지진 때는 동물들이 대지진을 사전에 예측했다. 쥐가 쥐구멍에서 나와 취한 듯이 비틀비틀대고, 뱀이 동면하는 곳에서 나와 얼어 죽었다. 개들도 안절부절 못하면서 짖어대었다. 돼지들이 축사에서 나오려고 발버둥 쳤다. 동물들의 이상행동과 미진이 계속 관측되자 중국지진당국은 재난방송과 거리방송을 통해 전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저녁때 강한 지진이 엄습하면서 전체 건물의 98% 이상이 파괴되고 온 시가지가 불탔다.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강한 지진에서 겨우 300명의 희생자밖에 발생하지 않았다. 돼지도 날씨를 미리 예측하는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돼지가 짚을 나르는 걸 보니 비가 오려나 보구나” 할아버지의 일기예보를 따라 축사를 내다보니 돼지는 연신 꿀~꿀 거리며 짚을 물어 나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날 밤에는 어김없이 축사 지붕을 두드리는 비가 내렸다. 하지만 비가 오기 전 무슨 이유로 돼지가 짚을 물어 나르는지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비가 오기 전, 습도가 높아지고 기압이 떨어지면 지상의 모든 동물은 초조해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외부의 기압이 떨어지면 기압의 불균형을 느낀 몸에서는 흡수한 기체를 방출하려고 한다. 아마도 이러한 신체 작용이 돼지를 초조하게 만들어 이상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

할아버지는 돼지가 신통해서 비가 오는 것을 미리 알려준다고 했다. 그런데 북아메리카 인디언들도 돼지를 대령(大靈)의 모든 자식들에게 생명을 주는 ‘비의 사자’로 말할 만큼 그 신통함을 믿었다. ‘돼지가 짚을 물어 나르면 비’라는 속담은 가축과 생활공동체로서 오랜 세월동안 살아온 우리네 조상들의 알찬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멧돼지의 머리가 불행과 위험으로부터 지켜준다고 해서 돼지 머리가 전사의 투구에 장식으로 등장한다. 설의식 선생은 돼지의 덕을 이렇게 말했다. “돼지는 목이 짧다. 돼지는 다행으로 짧아서 곧은 목이다. 고집은 셀지 모르나 좌안우시(左眼右視)의 추태는 있을 수 없다. 목표를 향하여 일직선으로 직진할 뿐이다”

<케이웨더예보센터장>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