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기다렸고, 기대했고, 충족됐다.

지난 2015년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에 환호했고, 속편을 손꼽아 기다리는 팬들이라면 또 한 번 가슴 벌렁이는 통쾌함을 맛볼 전망이다. 27일 개봉을 앞두고 언론배급시사회로 베일을 벗은 ‘킹스맨:골든 서클’은 영화에 몰입할 시간을 기다려주지도 않고 처음부터 현란한 액션과 경쾌한 음악으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전편에서 관객들을 뜨악하게 만드는 충격의 장면들이 이번에도 어김 없이 등장해 숨을 멎게 한다. 그런 장면들이 전편에서는 파격적인 참신함으로 느껴졌다면 이번에는 ‘킹스맨’의 DNA로 관객들에게 당연하듯 다가온다.

‘킹스맨’의 요원으로 완전히 자리 잡은 에그시(태런 에저튼 분)는 모든 게 완벽한 것만 같았지만 이내 ‘킹스맨’ 조직의 존폐가 위협당하는 위기를 맞으며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순간을 맞는다. 에그시의 울분이 폭발하려는 이때, 멀린(마크 스트롱 분)이 주는 교훈은 “감정은 처음부터 시나리오에 없다”는 것. 영화를 관통하는 ‘킹스맨’의 애티튜트다.

개연성 혹은 설득력이라는 단어를 잊은 듯한 ‘광속’ 전개는 곧바로 ‘킹스맨’ 팬들이 기다려마지 않던 해리(콜린 퍼스 분)의 부활로 관객들을 인도하고, 처음부터 ‘킹스맨’은 다른 영화들과 결이 많이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또한, 이번에도 다시 등장하는 해리의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대사는 전편의 감동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편에서 한치의 빈틈도 없는 액션을 영국 신사의 세련미로 포장했던 콜린 퍼스의 매력이 이번에는 반감했다며 실망하는 팬들이 생길지도 모른다.

킹스맨

젊음을 앞세운 에그시에게 ‘스킬’을 내주고, 해리는 노련미 넘치는 ‘브레인’이 됐다고 하기에도 해리에게 빈틈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해리가 없는 ‘킹스맨’, 콜린 퍼스가 없는 속편이었다면 더더욱 아쉬웠을 게 틀림없다. 부활 후유증은 불가피한 현실이라는 사실을 영화를 직접 보고 나면 ‘킹스맨’ 팬들도 다 인정하게 될 것이다.

킹스맨

할리 베리 등 화려해진 조연 캐스팅은 앞으로 이어질 속편들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로만 표현하기에는 부족할 정도로 역겹게 무자비한 캐릭터를 보여준 줄리안 무어의 연기도 압권이었다. 무엇보다 엘튼 존의 노래와 퍼포먼스는 ‘킹스맨:골든 서클’을 더욱 화려하게 만든다. 사실 영화의 후반부는 엘튼 존의 활약이 ‘킹스맨’을 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킹스맨:골든 서클’은 다양한 볼거리 뿐만 아니라 전편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툭툭 던져주는게 매력이기도 하다. 국제적인 마약조직 골든 서클은 마약을 합법화하려 하고,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사람, 마약에 노출된 무고한 사람들 등 각각의 입장들이 무심하게 이야기되며 마약으로 인한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준다. 심지어 사람을 고기 다지는 믹서에 넣어 죽이고, 부하에게 충성을 다짐하게 하며 인육을 먹이는 무자비한 마약 유통업자가 설정한 해독제 비밀코드는 자신의 행동과는 정반대의 단어여서 비꼬는 듯한 메시지의 의미를 생각하게도 한다.

눈과 귀, 그리고 온 신경을 다 쓰며 봐야할 정도로 너무 많은 게 담겨 있으면서도 광폭해야하는 ‘킹스맨:골든 서클’이어서 행여나 관객들이 놓치는게 많지는 않을지 걱정해야할 정도다. 그럼에도 놓칠 수 없는 한 가지는 바로 ‘킹스맨’의 ‘매너’다. 별 볼 일 없던 에그시를 명예로운 사람으로 바꿔놓은 것이 해리가 가르쳐준 ‘매너’였다는 사실을 영화가 엔딩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ch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