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배우 박광현은 현재 SBS 주말극 ‘언니는 살아있다’(극본 김순옥, 연출 최영훈)에서 ‘찌질 악역’ 추태수 역을 열연해 시선을 모으고 있다. 추태수는 극중 아내 김은향(오윤아 분)을 버리고 재벌가의 딸 구세경(손여은 분)과 바람을 피다 돈 때문에 다시 김은향에게 달라붙는 철면피 캐릭터다. 박광현은 특유의 코믹함을 더해 ‘찌질 악역’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동안 본부장님 전문 배우였다면 이번 캐릭터로 망가진데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박광현은 “데뷔 20년이 됐으니 중견배우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연기해오면서 박광현이라는 배우에 대한 이미지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초반 ‘정통 악역’이었던 추태수를 ‘찌질 악역’으로 해석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탄생시켰다고 고백한 박광현은 “처음엔 오리지널 악역이었다. 중간에 박광현의 색깔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해 찌질한 느낌으로 가게 됐다. 마침 추태수가 경제적으로 망하면서 찌질해지기 시작했는데 감독님도 시청자들도 좋아해서 점점 더 찌질해졌다”고 밝혔다.

그러다 보니 촬영 현장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드라마 안에서 오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웃음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얼마전부터는 애드립을 치기도 했다. ‘꺼져’라는 대사였는데 ‘꺼지고 또 꺼져’라고 애드립을 했다. 이 대사가 재미있어서 요즘 ‘꺼지고 또 꺼져’를 밀고 있다. 대본이 나오면 이 대사를 어디다 또 써먹을 수 있을까 궁리한다. CF가 들어올 때 까지 밀어보겠다(웃음). ‘멍멍꿀꿀’이라는 애드립도 했다. 원래는 ‘너의 개돼지가 될께’였는데 ‘멍멍꿀꿀’ 했더니 반응이 좋았다.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

배우 박광현이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20년 연기 경험에서 이번 캐릭터만큼 몸이 고생한 캐릭터도 드물다. 땅에도 파묻혔고 공중에도 매달렸다. 노숙자가 되기도 했다. 산전을 겪었으니 수전만 남았다는 박광현은 “땅에 묻히면 가장 힘든 게 모기다. 두 손을 못쓰니까 모기가 다가오면 정말이지 무섭다”며 웃음을 웃었다.

이런 고생도 시청자들의 칭찬 한 마디면 보람으로 바뀐다. 드라마 초반 ‘라미네이트가 눈에 거슬린다’는 댓글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지만 이제는 감초연기를 칭찬하는 글이 많아 보람을 느낀다.

“드라마 초반에는 ‘이빨만 보인다’는 반응이 많았다. 악역이기 때문에 극단적인 표정을 많이 쓰다 보니 아무래도 치아가 눈에 띄었나보다. 나는 진심을 담아서 연기했는데 치아 때문에 연기가 안보인다는 반응이 와서 당황했다. 그러나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는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아졌다. 드라마가 방송되고 나면 ‘추태수 짤’이 만들어져 SNS에 올라온다. 화제가 되니 만족스럽다. 늘 시청자들과 소통한다는 마인드로 드라마를 찍고 있다.”

상대배우 손여은과의 키스신에 얽힌 스토리도 공개했다. 박광현은 “손여은씨와 통성명도 하기 전이었는데 첫신이 키스신이었다. 어색했는데 N.G를 내면 계속 찍어야 하니까 에라 모르겠다 하고 폭풍 키스를 했다. 순수한 키스가 아니라 불륜의 키스여서 더 어려웠는데 다행히 한번에 잘 끝냈다”고 말했다.

연기 인생 최초의 악역에 도전했으니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될까?

“아직은 계획된 것이 없다. 어떤 배역을 해야겠다는 욕심은 없고 나를 필요로 하는 분이 이런 역을 해달라고 하면 최대한 맞춰서 연기하겠다. 어떤 배역을 맡게 된다면 나만의 개성을 담아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싶다. 다만 살인자나 사이코 패스 같은 역할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런 역을 연기하면 내 인생이 망가질 것 같다. 연기자가 모든 역을 다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자기 전문이라는 게 있다. 기본 성격도 밝고 장난치는 거 좋아해서 ‘찌질 악역’이 내게는 최적화된 캐릭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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