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권준영기자] '칸의 여왕' 배우 전도연이 스크린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전도연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한국 영화의 또 다른 이름'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듯하다. 스크린 데뷔 후 20년 동안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역사를 써 내려간 그는 '칸의 여왕'으로 통한다.


전도연이 이토록 거창한(?) 수식어를 갖게 된 건 20년간 17편의 굵직한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


전도연은 데뷔 20주년과 함께 자신의 영화 인생을 총망라하는 특별전을 개최했다. 지난 6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이어지는 '제21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20년간 스크린속 활약상을 만날 수 있다.


특별전 '전도연에 접속하다'에서는 전도연의 연기 인생을 보여주는 17편 모두를 상영하고 관객과 소통의 자리도 마련된다. 부천시청 2층 어울마당 입구에서는 그의 영화 인생을 한눈에 엿볼 수 있는 전작들의 포스터와 스틸 사진 등이 전시 중이다.


전도연의 연예계 데뷔는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청소년 잡지의 엽서 응모에 당첨된 그는 상품을 찾으러 갔다가 표지 모델을 권유받게 됐고, 이를 계기로 1990년 '존슨 앤 존슨' 광고로 연예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CF로 데뷔해 1992년 청춘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본격적인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대중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5년 주말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로 순수한 마스크와 개성있는 연기로 안방극장 팬들을 사로잡았다.


전도연은 '슈퍼선데이', '연예가중계'등의 MC로서 활동 영역을 넓혔고, 드라마 '프로젝트','간이역', '사랑할 때까지', '별은 내 가슴에', '달팽이' 등의 여러 작품에 주조연으로 출연하며 탄탄한 연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1997년 '제1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관객상 수상작이기도 했던 드라마 '접속'으로 스크린에 데뷔, 연기 인생에 전환점을 맞았다.


'접속'을 통해 그는 이전의 드라마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배우로서 가능성과 매력을 한껏 드러내며 한국 영화 평론가협회상, 백상예술대상, 대종상영화제,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상을 휩쓸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두 번째 작품 '약속'까지 히트시키며 전도연은 '멜로의 여왕'에 등극했다. 이를 방증하듯 그는 청룡영화상과 대종상, 백상예술대상 등에서 수많은 작품으로 수많은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전도연은 강수연, 심혜진, 최진실에 이어 90년대 말 심은하 · 고소영과 트로이카를 구축했고, 영화 '약속', '내 마음의 풍금', '해피 엔드'에 출연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피도 눈물도 없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인어공주', '너는 내 운명' 등의 작품에서 카멜레온 같은 연기 내공을 선보였다.


아울러 작품성있는 작품에 잇달아 출연해 대종상 영화제, 청룡영화상 등 국내 영화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으로 SBS연기대상시상식에서 첫 연기대상을 수상하면서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2007년 그의 '인생 영화'로 꼽히는 '밀양'에서는 신들린 연기력을 펼치며 '제60회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칸의 여왕'이라는 값진 수식어까지 쟁취했다. '칸 국제영화제'는 베니스 영화제와 베를린 영화제 등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로 손꼽히면서도 전 세계 감독과 배우가 초청받기를 바라는, 규모와 인지도 면에서 최고의 영화제이기에 그 의미가 크다.


전도연은 '밀양'에서 남편을 잃은 후 인생의 마지막 희망인 아들과 함께 남편의 고향인 밀양에 내려와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신애 역을 맡았다. '밀양'을 통해 사랑하는 아들마저 유괴범에 잃고 종교에 귀의하려 하지만, 용서와 분노 사이에서 갈등하는 복합적인 심리를 세심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전도연은 평범한 외모 속에 일상과 욕망을 모두 담아내는 연기로 커리어를 쌓았다. '밀양'을 통해 강인함과 연약함을 모두 체화할 수 있는 배우라는 사실도 증명했다.


전도연과 칸의 인연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2010년 영화 '하녀', 2011년 '무뢰한'으로 잇달아 칸으로 향했다. 지난 2014년에는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만하면 세계가 주목할 만한 여배우가 아닐까 싶다.


이처럼 전도연은 한국 영화계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졌지만 결코 자만하지 않았다. 2015년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토크를 통해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다. 극복하고 싶지만 너무 큰 타이틀"이라며 "배우를 할 때까지 이 수식어를 달고 있지 않을까 싶다. 굳이 벗어나려고 하거나 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게 최선"이라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전도연은 충무로의 보석이다. CF, 드라마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는 지난 20년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성채를 구축했다. 특히 남자배우 중심으로 움직이는 충무로의 한계를 보란 듯이 뛰어넘었다.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카리스마넘치는 연기, 그리고 26년 차 배우의 노련함은 현재 진행형이다. 언제나 작품에 들어가기 몇 개월 전부터 캐릭터 분석에 나서는 전도연이기에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믿고 볼 만' 하다. 데뷔 후부터 지금까지 쉴 틈 없이 '열일'하며 관객들을 찾고 있는 뜨거운 열정이 있어 향후 그의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


kjy@sportsseoul.com


사진ㅣ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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