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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최영미 시인의 ‘호텔 논란’이 뜨겁다.

온라인 상에서는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오가고, 예술가들도 가세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그런 곳에서 시를 쓴다고 좋은 시가 나올까?”라는 동료 예술가의 의견도 등장했다.

논란의 발단은 최영미 시인이 A호텔에 1년 동안 호텔객실을 무료로 내주면 시낭송 등으로 호텔홍보를 할테니 서로 윈윈하자는 내용의 이메일로 보냈다는 사실을 페이스북에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이 글을 본 네티즌들은 “시인의 갑질”이라면서 분노하면서 논란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최영미 시인은 최근 꾸준히 생활고를 알려왔다. 이번 역시 자신의 생활고를 알리는 차원에서 “다소 장난기 있는” 발상으로 시작한 일임은 분명하다. 최 시인의 말처럼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면 호텔이 거절하면 끝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의 분노가 뜨거운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그냥 호텔이 아니라 특급호텔이어야 하구요. 수영장 있음 더 좋겠어요. 아무 곳에서나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나”라는 대목이 뇌관이 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해외 사례를 들어 호텔 안에 작가의 방을 제안한 내용은 수긍이 가지만 마지막 대목에서 덜컥 걸리고 만다.

세상에는 가난한 사람이 무수히 많고 특히 예술가는 더욱 더 가난하다. 우리의 무의식 속, 가난을 동력 삼아야 할 시인이 ‘웬 수영장 딸린 호텔’이라는 심리가 깔려있는 것은 아닐까.

최영미 시인은 한때 문단을 뒤흔든 베스트셀러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유명 문학인으로 자리잡았다. 이렇듯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가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운 노릇이다. 그러나 최영미 시인은 최근 꾸준히 자신의 생활고를 알린 바 있다.

예술가들은 통상 가난하다. 지난 2011년 2월 시나리오 작가인 고 최고은 작가가 생활고로 굶다가 사망해 발견돼 사회적 충격을 준 후 같은 해 11월 일명 최고은법인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최고은법이 제정된 이후에도 예술인들의 생활고는 나아지지 않았다.

대중들은 한때 베스트셀러 시인이 왜 생활고를 겪는지 의아해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인세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문인은 1만5000명 중에서 상위 1%도 되지 않는다. 부모가 부자거나 투잡, 쓰리잡을 뛰지 않고는 순수예술로 먹고살기 힘든 구조다. 최영미 시인은 앞서 페이스북에 자신이 저소득층 대상 근로장려금 지급대상이 된 사실을 알렸다. 근로장려금은 연소득 1300만원 미만 무주택자에게 지급하는 생활보조금으로 최영미 시인은 연간 59만5000원을 받는다고 밝혔다. 그런 최영미 시인이 “수영장 딸린 특급호텔”을 로망한 것은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시인의 자존심 아니었을까.

최영미 시인이 생활고를 겪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했어야 할까. 베스트셀러를 팔아 번 돈에 대출을 잔뜩 받아 개포동 주공아파트를 구입했더라면 지금쯤 15억원의 집주인이 돼있을텐데. 만약 최영미 시인이 시쓰기 보다는 매일 임장을 다니면서 아파트를 구입하거나 경매를 통해 건물주가 됐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재테크를 잘한 시인으로 존경받았을까.

최영미 시인의 세번째 해명처럼 “한국사람들은 울 줄은 아는데 웃을 줄은 모르는 것 같다. 행간의 위트도 읽지 못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만약 예술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성숙한 사회였다면 재미있는 발상이라면서 싱긋 웃고 넘길 수 있는 문제 아닐까.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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