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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햄버거를 둘러싸고 여러 잡음이 많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외국에서 온 음식 중 햄버거만큼 사랑받고 있는 것이 또 있을까. 수제버거 맛집을 소개한다. 사진은 서교동 뉴욕아파트먼트 뉴욕스테이크버거.

[글·사진=스포츠서울 이주상·이우석·황철훈기자] 요새 햄버거가 난리다. ‘햄버거병’이라니! 파킨스도 루게릭도 아닌, 음식 이름이 붙은 최초의 병명(정식 병명은 아니다)이 아닐까.‘비만의 주범’, ‘성인병 환자의 사료’ 등으로 언제나 눈총받는 처지지만 사실 이만큼 각별한 사랑을 받는 음식도 없다.그저 빵 사이에 고기를 끼워넣었을 뿐인데 무슨 요리냐고?. 그건 사실 대부분의 음식에 모두 해당하는 악랄한 평이다. 그저 국에 밥을 말았고, 그저 밥을 김으로 말았다. 사실 알고보면 미국 햄버거나 중국 만두나 한국 비빔밥이나 모두 같은 종류의 음식이다.햄버거를 만드는 모든 공정에서 사람 손이 안가는 게 없지만, 패티부터 알찬 내용물까지 직접 만드는 수제버거는 패스트푸드 버거와는 당장 구분된다. 눈이 쇅쇅 돌아갈 지라도.식욕의 가을, 입맛을 사로잡을 수제버거 맛집을 모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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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게도 돼지고기 목살 통 스테이크 패티를 쓰는 뉴욕아파트먼트의 뉴욕 스테이크 버거.
●서교동 뉴욕아파트먼트=

햄버거는 뉴욕 스타일이 유명하다. 건축을 배우러 뉴욕에 갔던 한국인 유학생이 엉뚱하게도 햄버거를 배워왔다. 홍대 입구 상상마당 근처에 뉴욕 스타일 수제버거 집을 차렸다. 시그니처 메뉴 뉴욕스테이크 버거는 독특하게도 돼지고기를 쓰니 ‘햄버거병’으로부터 자유롭다. 0.7~1㎝에 이르는 두툼한 숙성 목살을 그릴에 구워 치아바타 번에 넣었다. 진한 풍미의 소스가 돼지고기 맛을 한층 이끌어낸다. 양상추 등 고급 채소를 신선한 상태로 올려 부드럽고 아삭하다. 오이피클 하나까지 직접 담가 쓴다. 패티와 채소 사이를 찰싹 붙여주는 것은 양파. 불맛이 나도록 구운 양파가 각각의 맛을 지휘한다. 얼마나 빨리 구워냈는지 양파는 달고 아삭거린다. 버터를 발라 구워 ‘방수처리’한 번은 식사가 거의 끝날 때까지 바삭하다. 주문 즉시 갓 튀겨낸 감자튀김과 함께 내주는 게 고맙기만 하다.

고소한 치즈와 진한 육즙을 담은 소고기 패티 2장, 계란프라이 등 재료를 심하다 싶을 정도로 ‘과하게’ 넣은 ‘다이어트? 버거’도 식이요법을 비웃으며 젊은 층에서 아주 인기다. 훈제 립, 프라이드 오레오 등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뉴욕스타일 메뉴들도 눈에 띈다.

★뉴욕스테이크버거 9500원. 세트 1만3000원. 칠리스택버거 1만1500원, 다이어트?버거 1만6000원. (02)333-7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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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신도시 수제버거 맛집 버거307의 시그니처 메뉴 307버거. 씹는 맛 좋은 수제 패티와 콜비 잭 치즈가 들어가 맛의 하모니를 이룬다.

●일산 탄현동 307버거=

특이한 가게 이름이다. 메뉴도 특이하다. 301부터 307까지 있다. 각각 다른 맛을 자랑한다.

직접 호주산 고급육을 갈아 빚은 패티가 압권이다. 육질이 살아있으면서도 촉촉함을 잊지 않은 꼬득꼬득 씹히는 맛이 좋다. 보드랍고 촉촉하고 끝까지 보송보송한 빵도 우유 내음을 품은 것이 고급스럽다. 빵과 고기패티가 맛있는데 무엇이 더 필요할까.

아삭거리는 신선한 채소와 고소하게 녹아내린 치즈는 풍미를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한입 크게 베어물면 패티가 품고있던 뜨거운 육즙이 마치 귤이라도 깨문 것처럼 터져나온다. 불맛을 가득 안은 고기 향이 순식간에 빵으로 스며들며 마지막으로 씹는 뒷맛까지 고소하게 만든다.

있는 듯 없는 듯하면서도 무게감있는 소스는 채소와 섞여 각각 와글와글 소리지르는 식재료들의 아우성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피클과 양배추, 양상추 등 채소의 감촉이 빵 속에 갇혀서도 끝까지 살아있다.

307버거에는 모차렐라 치즈와 체다가 섞인 ‘콜비 잭(colby jack) 치즈’가 들어가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맛을 함께 낸다. 씹는 맛 좋은 패티와 환상의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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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신도시에서 수제버거 맛집으로 사랑받고 있는 버거307. 맥주 한잔 곁들이기도 좋다.

얇게 저민 감자튀김은 바삭하니,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햄버거와 맛의 조화를 이룬다.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안에 위치했지만 바깥에 너른 테라스가 있어 생맥주 한잔 곁들여 마시기에도 좋은 집이다. 크림 생맥주를 2500원에 판다. 햄버거도 싸다. 패스트푸드 가격이다.

★301~303버거 5700원. 307버거 6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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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비 버거.

●자코비버거

=이태원 해방촌 자코비버거. “햄버거 하나 주세요”로 간단히 주문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인기 메뉴는 일명 내장파괴버거(Gut buster burger)다. 이름도 무시무시한 이 햄버거는 여느 햄버거의 약 3배 크기(460g)에 달한다. 두툼한 패티 2장과 양상추, 양파, 토마토, 베이컨, 크로켓, 치즈 등을 거의 20㎝ 높이로 쌓아올린 초대형 버거다. 면면도 엄청나다. 치즈 양도 선택할 수 있는데 보통 3장을 넣는다. 빵과 패티, 치즈, 채소 등 여러 항목의 메뉴에 취향대로 꼼꼼히 기재한 다음, 자신 만의 버거를 즐길 수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재미있다.

쇠고기패티도 로즈마리 패티와 마늘 패티 등 2종류, 치즈도 8종류나 된다. 스위스 치즈, 아메리칸 치즈, 체다 치즈, 모짜렐라 치즈, 페퍼잭 치즈, 뮌스터 치즈, 콜비잭 치즈, 프로볼론 치즈 등을 준비한다.

일반 자코비버거를 주문했다. 받아보니 생각보다 크다. 한입에 먹기 어렵다. 입을 최대한 벌려 힘껏 베어물었다. 부드럽게 닿는 치즈와 달콤한 소스, 뜨거운 육즙을 내뱉는 고기 패티가 입속에 한가득 퍼진다. 화이트 번은 부드럽고 채소는 아삭하다. 호주산 냉장유통 와규 목심의 풍미가 좋다.

★자코비버거(9900원), 더블패티버거(1만3900원), 고르곤졸라치즈버거(1만900원). 내장파괴버거 2만7900원.(02)3785-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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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스모키살룬’의 ‘앰뷸런스 버거’.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이태원 스모키살룬 ‘앰뷸런스 버거’

=국제 도시, 서울에서도 많은 외국인이 생활하는 이태원. 세계인의 음식인 버거를 파는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해밀턴 호텔 뒤에 위치한 수제버거 레스토랑 ‘스모키살룬’은 2005년에 개업했다. 손님의 절반은 내국인이고, 나머지 절반은 외국인이다.

두터운 소고기로 만든 패티, 해시브라운, 베이컨, 치즈소스, 반숙 계란 등이 주재료다. 버거 속에 채소는 없다. 고소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반숙 계란을 빵 위에 얹어 비주얼을 중시하는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 맛이 너무 좋아 한번 맛보면 앰뷸런스에 실려 갈 정도라고 해서 재미난 이름이 붙었다.

‘앰뷸런스 버거’와 함께 ‘볼케이노 버거’도 많이 찾는다. 말 그대로 화산처럼 터져 나오는 강렬한 맛이다. 앰뷸런스 버거와 달리 양상추, 할라피뇨, 칠리소스 등이 듬뿍 얹혀 나온다. 보통 두 사람이 오면 맛이 다른 두 버거를 시킨다. 나눠 먹으며 색다른 맛을 즐기기 위해서다.

★앰뷸런스 버거 1만3300원. 볼케이노 버거 1만2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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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다운타우너의 ‘아보카도 버거’.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이태원 다운타우너 ‘아보카도 버거’

= 2010년 개업한 다운타우너는 제일기획 맞은 편, 좁은 골목길에 자리 잡고 있다. 찾기 어려운 곳이지만 늦은 점심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을 정도로 인기만점이다. 조그만 매장에 8명의 직원들이 쉴 새 없이 버거를 만들어내며 손님들을 맞는다. 이태원 인근 경리단길에서 실력을 갈고 닦은 3명의 친구들이 의기투합해 창업했다.

다운타우너의 대표메뉴는 ‘아보카도 버거’다. 우리 나라에서는 최초로 ‘아보카도 버거’를 만들었다. 슈퍼푸드인 아보카도를 식자재로 사용하면서 맛과 건강에 최고라는 소문이 급속하게 퍼졌다. 하루 평균 400여개의 아보카도 버거가 판매되고 있다. 다른 매장과 달리 접시가 아닌 종이 곽에 버거를 넣어 어디서나 먹기 편하게 만들었다.

아보카도 특유의 맛과 색깔이 여성들에게 어필해 고객의 90%는 여성들이다. 가격이 9300원으로 다른 가게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매장의 매니저는 “아보카도가 비싼 식재료다. 박리다매 전략이다. 좋은 음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에 방점을 뒀다. 원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판매가가 낮지만 많은 손님들이 만족하고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아보카도 버거 9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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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버거 펠라즈의 ‘페리 붐’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신촌 버거펠라즈 ‘페리 붐’

= 버거펠라즈는 지난해 개업했다. 청춘들이 많이 찾는 신촌이대거리에 위치해 있다. 창업자 이원빈(29)씨는 한국에서 외식조리학과를 졸업한 후 바로 미국 애틀랜타의 세계 정상급 호텔체인 JW메리어트에 취직한 실력파다.

개인적으로 햄버거를 좋아해 지난해 귀국하며 버거펠라즈를 열었다. 대표메뉴는 ‘페리 붐’이다. 깔끔하면서 매운 맛이 특징이다. 소스에는 다섯가지 고추가 들어간다. 청양고추를 비롯, 홍고추, 베트남고추, 카이엔 페퍼 등을 쓰고 할라피뇨를 튀겨 패티에 얹는다. 맵지만 뒷맛은 개운하다.

이씨는 “버거의 원조인 미국에서는 패티와 빵맛으로 먹는다. 한국에 들어오면서 우리 입맛에 맞게 마늘 등 여러 소스를 넣어 만들었다”고 말했다. 매장에는 세계 각국 교환학생을 비롯, 교수와 학생이 주로 찾는다.

★페리 붐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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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스버건디 ‘베이컨잼버거’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서울 망원동 ‘하비스 버건디’

=올 1월 서울의 핫플레이스 망리단길에 버건디 컬러로 외관을 장식한 수제 햄버거집이 생겼다. 중학교 때 미국 버지니아로 건너가 청소년기를 보낸 윤종원 대표가 귀국 후 자신만의 요리철학과 노하우로 야심차게 차린 햄버거집이다.

햄버거빵을 비롯해 케첩과 베이컨 등 모든 재료를 직접 만들어 쓰는 이 집은 홈메이드 방식을 고집한다. 아울러 버건디색을 내기 위해 빵에 비트와 올리브를 넣었다고 살짝 귀띔했다.

시그니처 메뉴 ‘베이컨잼버거’는 베이컨과 발사믹 소스를 불에 조려서 걸쭉하게 만든 베이컨 잼이 특징이다. 언뜻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재료가 오묘하게 어우러져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염장과 훈연을 거친 베이컨의 향과 짭조름한 맛이 발사믹 소스의 새콤한 맛과 어우러져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매력적인 맛을 창조했다. 여기에 치즈와 함께 토마토, 피클, 양파, 적겨자 잎 등이 햄버거 속을 가득 채웠다.

최고급 등급의 미국산 쇠고기 양지살을 갈아 만든 패티는 두툼하고 육즙이 살아있어 부드럽고 고소했다. 상호명 하비스 버건디(Harvey’s BURGUNDY)의 작명 유래를 물었다. 가을과 수확의 한자 뜻을 가진 윤종원 대표의 아들 이름에서 착안해 수확을 뜻하는 영문 하비스트 (harvest)에서 따온 하비와 ‘햄버거인데’를 재미있게 줄인말 ‘버건디’를 합쳤단다.

★베이컨잼버거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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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스버거 ‘문래버거’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서울 문래동 ‘양키스버거’

=2년 전 문래동 철공소 외진 골목에 느닷없이 생겨난 햄버거집. “도대체 이 외진 곳에 사람들이 찾을까?” 하는 우려도 잠시,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점심시간이 되면 긴 줄이 생겨났다. 최근 규모를 늘려 바로 옆 매장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점심시간 서두르지 않으면 여전히 웨이팅은 기본이다.

검은색 철제 프레임의 여닫이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니 빨간 네온사인과 함께 하얀 벽면엔 그려진 햄버거와 만화 주인공 심슨이 눈에 들어왔다. 공장 건물을 리모델링한 매장은 거친 듯 멋스럽다. 스테인리스 컵을 비롯해 실내 분위기가 온통 미국풍이다.

사실 문래버거는 2014년 8월 경기도 파주에 생겨난 양키스버거의 직영점으로 양키스버거의 2호점인 셈이다. 10여 년 전부터 요식업을 해왔던 이진우 대표가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 끝에 햄버거에 올인해 성공을 거뒀다. 본점이 있는 파주를 시작으로 서울 문래동, 익선동, 압구정동까지 진출해 각 지역을 대표하는 햄버거집으로 자리잡았다.

시그니처 버거인 문래버거는 향이 적은 대신 쫄깃한 흑미 치아바타 번과 트러플 오일로 볶아낸 느타리버섯이 특징이다. 여기에 육즙이 가득한 두툼한 쇠고기 패티와 살라미, 체더치즈, 양파, 토마토, 겨자잎으로 속을 채웠다. 트러플향으로 볶은 촉촉하고 부드러운 느타리버섯과 쇠고기 패티와 아삭한 양파와 토마토가 입안에서 어우러져 환상의 궁합이다.

★문래버거 8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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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미스리햄버거 ‘치즈버거’  황철훈기자 color@sportsseoul.com

●경기도 평택 ‘미스리 햄버거’

=우리 나라 토종 햄버거의 원조 격이자 평택의 명물 미스리 햄버거의 시작은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2년 3월 경기도 송탄 미군 부대 앞에서 손수레 노점을 하던 곽미란씨 부부가 미군을 상대로 햄버거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햄버거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었던 부부는 좌충우돌 오랜 시행착오 끝에 곽미란 표 햄버거 개발에 성공한다.

저렴한 가격에 넉넉한 인심과 정을 더한 햄버거는 미군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송탄의 명물이 됐다. 당시 햄버거 노점을 찾은 미군들이 이름을 물어볼 때마다 발음하기 어려운 ‘미세스 곽’대신 그냥 ‘미스 리’라고 대답한 게 굳어져 ‘미스리 햄버거’가 탄생했다.

원조메뉴는 치즈버거다. 특이하게도 달걀 프라이가 턱 하니 올려져있다. 여기에 치즈와 피클, 양파에 채썬 양배추가 가득하다. 한입 베어 물면 아삭하게 씹히는 양배추와 마요네즈와 겨자소스와 각종 소스를 배합한 새콤달콤한 일명 ‘마스터 소스’맛이 일품이다.

치즈버거에 들어가는 패티는 쇠고기가 아닌 돼지고기로 다진 돼지고기에 볶은 참깨와 콩가루, 각종 곡물가루를 배합해 완성한 만큼 일반 고기 패티와는 식감이 사뭇 다르다. 마치 고기 패티와 비스킷을 함께 씹는 느낌이다.

늦은 시각에 찾았지만 여전히 문전성시다. 가게 안은 미군 대신 한국의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궁금해 영업 마감 시간을 물었더니 새벽 1시까지란다.

★치즈버거 4500원.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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