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딩동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MC딩동(38)은 최근 KBS2 ‘1박 2일’에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나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차세대 예능 기대주로 꼽히게 손색이 없는 활약상이었다. 그는 대중에겐 아직 낯선, 스스로의 표현대로 아직 ‘듣보잡’일 수 있지만 사실 방송가, 가요계 등에서는 최고의 행사MC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SBS 공채 개그맨 출신인 그의 행사MC 경력만 10년. 적어도 방송국 사전MC, 가요 쇼케이스 및 팬미팅 등의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진행 능력과 순발력을 뽐낸다. ‘재야의 유재석’이라는 타이틀이 괜히 붙은게 아니다.

MC딩동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행사MC의 매력, 노하우, 방송계 진출 의욕,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평소 예능프로그램을 잘 보지 않는다는 게 의외다.

‘세상에 이런일이’, ‘TV동물농장’, ‘VJ특공대’, ‘생활의 달인’, ‘집시맨’은 돈내고라도 보는데 다른 예능 프로그램은 잘 안본다. 아니, 굳이 찾아보진 않는다. 안보는 이유는 우선 진행방식을 나도 모르게 따라할 거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두번째는 배가 아파서 그렇다. 세번째는 MBC ‘라디오스타’ 때문이다. 자막에 날 네 번 언급하고도 왜 안불러주나.(웃음)

-MBC 예능 ‘라디오 스타’에 나가고 싶나.

예전엔 정말 나가고 싶었다. 예능인 등용문이기 때문이다. 어떤 기자가 “딩동은 라디오 스타에 나가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나요?”라고 묻기에 나는 라디오스타 녹화일인 수요일엔 아예 스케줄을 안잡는다, 준비가 다 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제는 마음이 바뀌어 수요일 스케줄이 잡히면 다한다.

어떤 연예인의 행사 진행을 맡은 적이 있는데 그 분이 고마움을 느꼈는지 “예능 나가게 되면 너랑 할게”라고 하신 적이 있다. 공백기 뒤 라디오 스타에 다른 분이랑 나가시더라. 장난으로 물었는데 “제작진이 너를 모르더라”라고 하더라.

그런데 지난 4월 라디오스타 ‘행사, 어디까지 가봤니?’ 특집에 출연한 장윤정씨가 내 이름을 언급해 내가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라디오스타에서 지금까지 네 차례 내 이름이 자막으로 나왔다. 제작진이 이제 나를 안다는 것만으로 나는 성공한 거다.

조세호도 그렇게 계속 언급되다가 마침내 출연했다고 하더라. 나도 언젠가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최근 KBS 예능 1박2일에 출연했다. 열심히 살다보니 1박 2일이 나를 불러주더라. 열심히 하고 왔다.

-행사MC를 넘어 방송에서 두각을 나타내겠다는 목표도 있나.

내게 기회가 주어지면 무조건 출연해야 한다. 방송적 측면에서 보면 나는 10년차 연습생이다. 연습생들은 워너원처럼 잘나가는 친구를 보기도 하고, 잘 안되는 사람을 보기도 한다. 나도 연습생을 그만하고 데뷔하고 싶은 마음도 가끔 든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한번에 잘 할 자신은 없다. 그러려면 뭔가 하늘이 열려야 한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뭔가 따라줘야 한다. 그런데 몇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간 쌓은 내공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신동엽, 유희열 등 당대 최고의 MC들을 옆에서 보며 배우고 있는데 기회가 안올까 싶기도 하다.

MC 딩동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

나가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 SNS를 통해 “스무살입니다. MC딩동 재밌어요. 제 꿈은 방송 MC가 되는 거에요. 국민MC가 되고 싶어요. 방법을 가르쳐주세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답장했다. “저도 궁금합니다.” 분명 순서라는 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다보면 내 순서도 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갖는다.

-방송에 나가는 순서, 위치가 정해지는 기준이 뭐라고 생각하나.

순서와 위치는 분명 존재한다. 그의 능력일 수도 있고, 자리를 만들어준 회사의 힘일 수도 있고, 하늘이 내려준 기회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MC에겐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운좋게 순서가 앞서거나, 좋은 위치에 올라갈 순 있다. 그런데 실력이 없으면 금방 들통난다. 분명 ‘진짜’라는 게 존재한다.

-방송에서의 존재감은 아직 행사에서만큼 강렬하지 못하다.

첫째, 많이 안해봤으니 그렇다. 오래 했지만 처음엔 맥락을 모르겠더라. 쇼케이스를 백번할 때 방송을 한번 할까말까였으니.

둘째, 내가 놀던 물이 아니라 다를 수 있다. 가만히 앉아서 인이어를 끼고 하면 약할 수도 있다. 그런데 마이크를 손에 쥐면 다르다. 두려움이 없어진다. 내게 마이크는 검같은 무기다. 다른 예능인이 마법사라면 나는 검투사인 거다.

그런데 최근 ‘1박2일’에 나가서 내가 조금 달라진 걸 느꼈다. 5년전에 나갔으면 말도 잘 못했을 텐데 이제는 내가 뭘 자꾸 하려 하더라. 내가 달라졌구나 느꼈다.

-자신에게 맞는 예능 프로그램 스타일이 따로 있나.

뭘 해봤어야 알텐데, 해본게 없어 잘 모른다. 굳이 꼽자면 아이돌 관련된 건 잘할 자신이 있다. 나만큼 그 분야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다. 아이돌 신예 발굴 혹은 일반인과 대화하는 형태도 자신이 있다.

-TV 예능 출연을 위해서라면 기획사에 들어가는 게 편한 길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후배 MC 두명(MC배, MC준)과 딩동해피컴퍼니라는 회사를 차렸다.

예전에 기획사에서 몇번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 아니, 스스로에 대한 서운함을 느꼈다는 게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내 매력이 없나?’, ‘난 왜 통하지 않을까’ 고민했었다. 그럴 바엔 내가 좋아하는 걸 하는게 맞지 않나 싶었다.

이번에 회사를 차리기 전에 기획사에서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나는 사람마다 자신의 시간과 세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따르는 동생 2명(MC배, MC 준)이 있는데 그들을 데리고 간다고 했을 때 받아줄 회사는 없을 것이다. 나 혼자 동생들을 버리고 가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회사에 들어간다면 함께 가고 싶은데 내 동생들은 아직 그 정도 힘이 없다. 우리끼리 재미있게 일을 하다보면 뭔가 다른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

monami153@sportsseoul.com

<MC 딩동이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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