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지난 1982년부터 36년째 국민과 희노애락을 공유한 KBO리그는 팀과 선수, 그리고 팬이 함께 만든 역사의 산실이다. 프로야구는 단순히 구기 종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와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반영하면서 세대와 세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20년 전 오늘도 야구장의 조명은 밤하늘을 빛냈다. 그날에는 어떤 에피소드가 야구팬을 울고 웃게 만들었을까. 20년 전 오늘 자 스포츠서울 1면 기사를 통해 당시를 돌이켜 본다. 이것이 프로야구 태동기를 직접 목격한 기성세대와 현재 부흥기의 주역이 된 신세대 사이의 연결 고리가 되기 바란다.


1997년 8월 16일 스포츠서울 1면


"1백만 달러를 내겠다"


미국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가 LG의 특급 소방수 이상훈을 영입하기 위해 1백만 달러(약 9억 원)를 제시함에 따라 이상훈의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보스턴 측은 14일 극비리에 한 재미 야구인을 대리인으로 파견, 스카우트에 대한 대가로 1백만 달러를 내겠다고 LG 최종준 단장에게 공식 제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1백만 달러는 이상훈의 연봉 및 LG 구단에 지불할 트레이드 머니를 합친 액수다.


제의를 받은 LG 최종준 단장은 당장 거부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팀 분위기에 해가 될까 두렵다"는 게 최 단장의 반응이다. 그러나 보스턴 측은 구체적인 협상을 위해 오는 22일 우리나라 야구계에 비교적 잘 알려진 레이 포이트빈트 국제담당국장을 파견, LG 측과 구체적인 협상을 펼칠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된다.


포이트빈트 씨는 지난 95년 최경환(현 보스턴 산하 마이너리그 소속)을 데려갔고, 재작년 말에도 선동열 스카우트를 위해 내한했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소속의 명문 구단인 레드삭스는 이상훈을 영입해 소방수로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턴은 지구 4위로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진 가운데 지난 7월 말 소방수 히트클리프 슬로쿰 마저 시애틀 매리너스로 트레이드해버려 내년에도 마땅한 소방수가 없는 형편이다.


이상훈은 박찬호의 활약으로 한국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미국 내에서도 구하기 힘든 왼손 강속구 투수라는 점에서, 보스턴뿐만 아니라 뉴욕 양키스 등 여러 구단의 관심을 끌어왔다. 그러나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하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보스턴이 처음이다.


전주에서 쌍방울 전을 치르고 있는 이상훈은 "반가운 소식이다. 나로서는 가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지만, LG에서 보내줄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과연 한국 야구가 박찬호에 이은 또 한 명의 메이저리거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인가. 팬들은 그 결말을 흥미롭게 지켜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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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ㅣ금경만 인턴기자 golduck@sportsseoul.com

사진ㅣ스포츠서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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