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본 -스팅어 주행사진(1)
‘스팅어’ 제공 | 기아차

[스포츠서울 임홍규기자]기아자동차의 ‘스팅어’가 새로운 역사에 도전하고 있다. 스팅어가 표방하고 있는 ‘퍼포먼스 세단’은 수입차 시장의 전유물이었다. 국산차 중 모델명 뒤에 ‘스포츠’라는 이름을 더해 주행 성능을 끌어올린 사례는 있었지만, 파생 모델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국산 완성차 업계가 정복하지 못한 영역이었던 셈이다. 기아차는 현대자동차 보다 먼저 퍼포먼스 세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디자인 혁신을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렸던 기아차가 국산 모델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퍼포먼스 세단이라는 벽을 허물 수 있을까.

◇긴장감을 끌어올린 외관 디자인

스팅어는 모델 성격에 걸맞는 전면부 디자인을 갖췄다. 화려하고 동시에 날렵하다.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멋을 부렸다는 지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한 부분이 튀거나 하진 않는다. 기아차의 상징인 호랑이코 형상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날렵한 헤드 램프와 짝을 맞췄다. 전면부 보다는 측면부에서 바라보는 인상에 더 후한 점수를 줄만하다. 긴 보닛과 짧은 앞 오버행, 긴장감을 갖춘 루프라인 등을 통해 탁월한 균형감을 자랑한다. 후면부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리엄 콤비네이션 램프의 디자인은 전면부부터 팽팽하게 끌어당긴 긴장감을 왠지 느슨하게 만든다. 실내 내부 디자인은 군더더기가 없다. 항공기 엔진에서 모티브를 삼은 에어벤트 아래로 기능버튼이 간결하게 처리돼 있다. 내부의 마감재는 대시 보드를 빼고는 고급스럽다. 뒷자리의 머리 공간도 비교적 넉넉하다.

◇도로 위에서 돋보이는 존재감

시승한 모델은 3.3 터보 가솔린 GT 모델으로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m의 동력 성능을 갖췄다. 정부 공동고시 신연비 기준 복합연비는 8.8km/ℓ(2WD, 19인치 타이어 기준)다. 특히 정지 상태에서 4.9초만에 100㎞/h에 도달하는 가속력을 자랑한다.

사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선보인 신차 중에서는 발표된 제원 상 수치와 실제 주행에서 느끼는 체감 수치 달랐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적어도 스팅어는 앞서 밝힌 제원의 수치를 넘는 성능을 보여줬다.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고스란히 타이어까지 와닿는 느낌이다. 엑셀레이터를 밟으며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에 전혀 스트레스가 없다. 빠르고, 부드럽게 밀고 나간다. 수동 변속 시에도 응답성은 나무랄 데가 없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시인성도 합격점을 줄만했다. 급가속과 급정지, 고속 회전에서도 차체는 상황에 따라 지면을 힘입게 움켜쥐고 반응했다.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은 헐렁한 느낌 없이 짜임새가 돋보였다. 전반적으로 힘을 받아안는 차체의 밸런스가 정교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실제 연비는 공인 연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수입차와 경쟁, 가능할까?

스팅어가 보여준 주행 성능만 놓고 보면, 경쟁 수입차로 꼽히는 모델과 견줘 결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가격 경쟁력도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다. 시승한 모델은 스팅어의 최고급 모델로 가격은 4880만원이다.

스팅어는 보험료를 포함한 유지비와 사고 시 수리비 때문에 수입차에 대한 부담을 떨쳐 내지 못하는 소비자 중 달리는 재미와 뛰어난 스타일을 찾는 이들에게는 분명 합리적인 선택이다. 모처럼 제대로 달릴 수 있는 국산차가 나왔다.

hong7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