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여 감독
윤덕여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이 6일 경주 알천체육공원에서 진행된 ‘한국수력원자력 제25회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의 현장을 찾아 조별 예선 포항 항도중과 울산 현대청운중의 경기를 관전한 뒤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웨 응하고 있다. 2017.06.06. 경주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경주=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당연히 남자 팀도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야죠.”

여자축구대표팀 평양의 기적을 이끈 윤덕여 감독이 WK리그 휴식기를 맞아 국내에서 가장 유서 깊은 여자축구 종별대회인 여왕기 무대를 방문했다. 6일 ‘한국수력원자력 제25회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 중등부 경기가 열린 경북 경주시 알천3구장에 윤 감독이 등장하자 여자 꿈나무 뿐 아니라 현장 지도자들도 반가워하며 인사를 나눴다. 윤 감독은 당분간 여자대표팀의 국제대회가 없는만큼 취약 포지션에 대한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매주 WK리그를 찾을 뿐 아니라 여왕기처럼 대학 선수까지 뛰는 전국대회 현장을 누비면서 ‘새로운 피’ 수혈을 꿈꾼다. 여자대표팀은 10월 미국 원정 평가전을 치른 뒤 12월 일본 동아시안컵을 대비한다. 그리고 내년 4월 아시안컵 본선에서 5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행 티켓 획득을 노리고 있다. 그는 스포츠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평양을 다녀온 게 엊그제인 것 같은데 1차 목표를 달성했지만 쉴 틈이 없다. 더 좋은 선수, 유망한 선수를 꾸준히 찾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 세대교체? 참 쉽지 않아…

여자대표팀은 지소연, 김정미, 조소현 등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 16강 멤버가 여전히 핵심 자원이다. 윤 감독은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자 월드컵 이후 점진적 세대교체를 목 놓아 외쳤다. 장창, 손화연, 문미라 등 연령별 여자 대표 선수들이 A대표팀으로 승격되는 등 변화의 기운이 싹텄다. 그러나 2019 프랑스 여자 월드컵 예선을 겸하는 아시안컵 1차 관문에서 북한과 같은 조로 묶였고 평양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악조건을 떠안았다. 대표팀 성적이 여자 축구 뿌리에 큰 구실을 하는 상황이라 ‘평양 원정’은 베테랑 중심으로 꾸릴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평양대첩으로 이어지면서 윤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이제 한 숨을 돌렸으니 새 얼굴을 다시 들여다보려고 한다. 그런데 쉽지 않다. 윤 감독은 “눈에 확 들어오는 선수가 적은 게 사실”이라며 “아직 WK리그와 대학 선수의 기량 차이는 크다. 다만 WK리그 팀 수도 그리 많지 않고 전체 선수가 200명 내외다. 늘 변화를 꿈꾸지만…”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2010년 U-17 월드컵 우승 이후 연령별 대표 선수들이 큰 국제대회 경험을 잘 못하고 있다. 이건 큰 문제다. 어릴 때 그런 경험을 거쳐서 올라와야 여자 축구가 강해진다”고 강조했다.

◇ 지도자도 변해야 산다

“아직도 초등부 경기보면 11명 선수가 부족해서 9명이 뛰는 팀이 있다. 엘리트 축구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이게 바로 내가 대표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사명감과 맞닿아 있다. 우리가 잘해서 더 많은 유망주가 축구를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여자 축구 위상은 태동기인 1990년대 초와 비교하면 크게 달라졌으나 여전히 저변이 넓지 않다. 윤 감독은 기형적이긴 해도 대표팀 성적이 곧 여자축구 미래라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면서도 현장 지도자도 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창의적인 선수 육성에 공감하면서도 어린 선수에게 경기 중 강압적인 어조, 동작 하나하나에 집착한 코칭법 등에 아쉬워했다. 그는 “지도자가 경기 중 답답한 마음은 이해하는 데 너무 모든 것을 코칭하려는 게 문제다. 선수들이 실수하면 지도자 눈치본다. 어떻게 창의적인 경기를 하겠느냐”고 강조했다. 또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이 부분에 공감한다. 우스갯소리지만 지도자가 경기 중 선수에게 말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둬야하는 것 아니냐고까지 한다”며 “훈련 때는 지도자가 말을 많이 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장에선 선수 스스로 극복할 수있게 이끄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남자 축구도 도전해야지

윤 감독은 6월 대한축구협회와 계약이 만료된다. 협회 측은 여전히 호성적을 거두고 있는 윤 감독과 재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월드컵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각에선 그를 주시하는 남자 축구계로 복귀할 가능성도 언급한다. 윤 감독은 지난 2003년 U-17 대표팀 감독을 맡은 뒤 남자 프로 팀 코치 생활을 하다가 2013년부터 여자 대표팀을 맡아왔다. 윤 감독이 여자 축구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지만 언제까지나 그를 믿고 의지할 수만은 없다. 해외 여자 팀처럼 유능한 여자 지도자를 승격시켜 기회를 주는 등 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윤 감독은 “당연히 지도자가 한 곳에 국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남자 팀도 기회가 된다면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주변에서 내가 여자 팀과 잘 맞는 것 같다고 하는데 그만큼 고민하고 투자했기 때문이다. 다른 지도자도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년 전 월드컵에서 본 다른 나라 여자 감독의 리더십을 거론했다. “몇몇 팀 감독이 여자였는데 보기 좋더라. 확실히 남자보다 더 섬세하게 감정 제어를 잘하면서 팀을 이끄는데 우리도 나중에 여자 사령탑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여자 축구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그는 “내가 머무는 기간까지는 온 힘을 다하고 싶다. 애초 이 팀을 맡을 때 여자 축구가 성장하고 발전할 계기를 만들고 나가겠다는 목표가 있었다”며 “대표팀 감독은 명예로운 것도 있으나 시스템 재정비 등에서 책임이 막중하다. 후임 감독이 왔을 때 더 나은 여건을 물려주는 게 전임 감독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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