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C_이동건(2)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배우 이동건과 김지석은 한살 차이로 친분이 두텁다. 서로를 스스럼 없이 ‘절친’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이다. 그런데 연산군과 관련해 공교로운 상황에 처했다. 김지석이 최근 종영한 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에서 연산군 이융 역으로 호평받았는데 이동건도 지난달 31일 시작된 KBS ‘7일의 왕비’에서 연산군을 맡았다.

보름만에 연산군 역할을 바통터치한 이동건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상황. 데뷔 19년만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사극인데, 어떤 연산군 연기를 펼쳐도 자연스럽게 김지석과 비교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청자의 뇌리엔 여전히 김지석의 연산군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7일의 왕비’ 제작발표회에서 이동건은 “김지석은 절친한 친구다. ‘묘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그가 표현하는 연산군은 보지 않았다. 혹시 흉내 내거나 따라하면 안되니까”라며 “김지석씨가 연구하고 노력해서 멋지게 소화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뒤늦게 표현하게 돼 부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연산군이 그려지는 작품 자체가 달라 다르게 표현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석은 ‘역적’을 통해 데뷔 이래 첫 악역에 도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지석은 ‘역적’에서 연산을 다시 보게 했다. 연산이 왜 폭군이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춘 만큼 욕은 해야하면서도 연민도 드는 캐릭터로 만들었던 것. 무엇보다 항상 즐거운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라고 생각되던 김지석이 슬픈 눈빛으로 패악을 저지르게 되는 모습을 그리는게 의외로 잘 어울려 배우를 다시 보게 했다.

김지석 역적
김지석. 사진 | MBC ‘역적’ 캡처

마지막회에선 연산이 죽는 장면을 재해석해 호평 받았다. 김지석은 촬영하며 감독과 긴급회의를 거쳐 눈뜨고 죽는 장면을선보였는데, 연산은 미쳐서도 끝까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감독에게 “난 눈 뜨고 죽을 것 같다. 눈 뜨고 죽겠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이동건은 김지석과는 ‘7일의 왕비’ 첫회에서 김지석과는 또 다른 연산군을 해석해냈다. 그 동안 대다수의 작품에서 그려진 연산군이 광기에 사로잡혀 폭주하고 폭발하는 느낌을 줬다면 이동건의 연산군은 예민하고, 냉소적이면서 신경질적인 면도 갖추고 있다. 한 관계자는 “연기적인 측면에서 이동건은 희번득한 눈빛과 냉소로 이융의 불 같은 성정을 표현하면서도, 선왕에게 인정 받지 못했다는 열등감과 왕위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등 동생 이역을 향한 복합적인 애증의 감정을 그리고 있다. 캐릭터의 서사를 쌓는 과정에서 연산의 고뇌와 슬픔을 담으려 노력하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왠지 모를 애잔한 감정을 들게 한다”고 분석했다.

이동건은 연산군 역할에 임하는 각오를 묻자 “연산군은 드라마에서도 여러 번 설명됐다. 이 역할에 도전하고 싶었다. 연기자라면 늘 다른 것, 변화, 새로운 것을 꿈꾸지 않나. 20년 가까이 연기하면서 꼭 해보고 싶어 도전했다. 굉장히 설렌다. 연산군이 왜 미쳐야만 했는지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었다. 왕이라는 사람이 왜 미치고, 왜 폭정을 하고 비참하게 살아야했는지 이유를 보여드릴 수 있다면 ‘7일의 왕비’를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작품으로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monami153@sportsseoul.com

<배우 이동건. 사진 | 몬스터 유니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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