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송광민의 만루 홈런에 박수를 보내는 김성근 감독
한화 김성근 감독이 1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7 KBO리그 삼성과 한화의 경기 3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송광민의 만루 홈런이 나오자 박수를 보내고 있다. 2017. 4. 11. 대구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한화 김성근(75)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 놓았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함께 해온 마지막 레전드급 지도자가 현장에서 물러나게 됐다. 젊은 사령탑의 득세 속에서도 오롯이 자신의 야구를 펼치던 김 감독이지만 시즌 도중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프로야구 1세대의 씁쓸한 퇴장이다.

한화는 23일 대전 KIA전을 앞두고 김 감독을 경질했다

(본지 단독보도)

. 한화는 그룹 차원에서 내부 감사를 실시해 박종훈 단장과의 갈등을 빚었던 김 감독으로 하여금 지휘봉을 내려놓도록 했다. 이로써 KBO리그 최고령이자, 유일한 70대 감독이었던 김 감독은 일선에서 물러나 지도자 인생을 정리하게 됐다.

김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 출범을 함께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산증인이다. 프로 원년인 1982년 OB(현 두산)의 창단 투수코치를 맡았고, 1984년 김영덕 감독에 이어 OB의 2대 감독으로 취임했다. 이후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감독을 거친 뒤 2007년 SK를 맡아 5년 동안 3번의 우승을 이끌며 ‘야신(야구의 신)’이란 칭호까지 들으며 전성기를 지냈다. 2011년 8월 구단과의 마찰 끝에 SK를 나온 김 감독은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맡았고 원더스 해체 후 2014년 10월 한화의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2015시즌 6위, 2016년 7위에 그쳤고, 올시즌 역시 하위권에 머물며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최근 몇 년 사이 KBO리그 감독들의 평균 연령이 대폭 낮아졌다. KIA 김기태(48) 감독, 롯데 조원우 감독, 삼성 김한수(이상 46) 감독, 넥센 장정석(44) 감독 등 40대 사령탑이 확 늘어났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김용희(62) 전 감독이 SK를 떠나며 베테랑 사령탑은 김 감독 홀로 남게 됐다. 가장 나이 어린 장 감독과 김 감독은 무려 31살차다. 김 감독은 어린 감독들의 계속된 취임과 선전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구단 수뇌부와의 마찰이 발단이 돼 31개월 만에 한화 유니폼을 벗고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고 흘러가듯 옛 시대는 지나가고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프로야구 1세대 지도자인 김 감독도 이제 세월의 무게와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다만 충분히 박수받고 떠날 수 있는 지도자이건만 뒤돌아서는 마지막 모습이 씁쓸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노장의 명예로운 퇴장을 슬픈 3류 막장 드라마로 전락시킨 한국 야구문화의 천박한 수준이 통탄스럽다.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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