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김성근 감독 \'도환아, 고맙다\'
2017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경기 후 허도환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손발 잘린 감독님의 아픔을 누구보다 이해한다.”

한화 김성근 감독과 박종훈 단장의 갈등이 시작된 결정적인 말이다.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7 KBO리그 KIA와 정규시즌 홈 경기를 앞두고 전격 경질된 김 감독은 지난 11월 “박 단장이 나에 대한 첫 마디가 ‘손발 다 잘리셨잖아요’였다. 단장 감독 관계를 떠나 야구계 선후배로서 기본적인 예의가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취임 후 열흘 넘게 김 감독을 찾지 않던 박 단장은 일본 미야자키에서 치르던 마무리캠프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이 때부터 둘 간 미묘한 신경전이 시작됐는데 박 단장이 미야자키에서 귀국한 직후 박상열 이홍범 코치를 경질하며 본격적인 기싸움이 시작됐다.

만나기만 하면 설전을 이어가기를 반복했고 코칭스태프 선임 등을 둘러싸고도 박 단장이 “계형철, 김응국코치 등은 모두 감독이 데려온 사람들 아니냐.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선수 구성과 영입에 관해서도 “송은범이나 배영수 등 감독님이 영입을 지시한 선수들 때문에 소중한 유망주를 잃었다”며 책임을 감독에게 돌렸다. 김 감독은 “싸우자는 것밖에 안돼 대응하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예의도, 대화 의지도 없는 인물”이라며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박상열 이홍범 코치 경질 이후 둘은 사사건건 맞붙었고, 지난달 송신영의 서산행을 둘러싸고 감독실에서 고성을 주고 받는 등 볼성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박 단장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허리 디스크 수술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박정규 사업본부장(당시 단장)과 그룹 스포츠단 담당 임원 등이 병문안 간 자리에서 김 감독에게 “정말 그만 두실 생각이시냐”고 재차 물었다. 수술을 결정한 뒤 김 감독이 박 본부장에게 “팀에 누가되는 것 같으니 내가 책임지겠다”는 발언을 한 것을 빌미로 사실상 ‘자진사퇴’ 쪽으로 몰아갔다. 당시 병원에 있던 한 관계자는 “괜찮으신지, 쾌차하시라는 말씀 대신 진짜 책임질 생각이시냐를 수 차례 반복해 물었다. 이 때부터 구단과 감독의 이별이 머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연말 김 감독의 권한을 ‘1군에 한한다’고 발표했을 때 수 많은 언론이 “차라리 경질하라”고 말했지만 제 손에 피 묻히기 싫었던 구단은 그룹의 힘을 빌어 철퇴를 가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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