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빈

[스포츠서울 | 칸(프랑스)남혜연기자]“너무너무 할 말이 많아요” “처음 온 느낌이에요”

8년 만에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칸을 찾은 배우 김옥빈은 아직 하늘 위에 둥둥 떠있는 마음이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로 이곳을 찾았을 당시만해도 ‘언젠가는 또 오겠지’라며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빨리 올 것만 같은 시간은 꽤 오래 걸렸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칸을 향했다.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동생인 배우 채서진도 함께 즐기기를 바라며 함께 레드카펫을 밟는 영광도 누렸다.

김옥빈은 “너무나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면서 “저는 내일(23일) 돌아가요. 홍보 일정을 소화해야 하고, 곧 개봉이 다가와서요. 돌아가자 마자 영화 홍보에 전념하게 될 것 같아요”라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지만, 곧 새 영화를 공개한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영화 ‘악녀’로 ‘제70회 칸 영화제’를 찾은 배우 김옥빈을 만났다.

-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액션을 잘했다. 박쥐의 그녀가 블러드 액션물을 갖고 돌아온 느낌이다.

저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찍었어요. 이제 남은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어야겠다’는 것이었는데,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까닭에 영화 상영이 새벽에 끝났어요. 그래서 술자리도 없이 그냥 숙소로 돌아가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수가 없었어요. 대신 오전에 외신기자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굉장히 호의적이더라고요. 한 프랑스 기자분이 “나를 기억해요?”라고 물으셨어요. 저에게 “8년 전 뱀파이어가 킬러가 되서 돌아왔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너무 고생했고, 잘해서 놀랐다”고 얘기를 해주셔서 감동했어요.

- 김옥빈에게 박찬욱 감독이 주는 의미는 다를 것 같다. 어제 상영관에서도 ‘옥빈아!’를 외쳤다.

감독님께서 “너무 멋지다!” “정말 멋지다!”라는 말을 해주셨어요. 오늘 한국영화의 밤에서 긴 얘기를 하자고 하시면서 헤어졌거든요. 굉장히 새로웠어요. 예전에는 감독님하고 갔었는데, 이제는 감독님이 멀리서 저를 보시잖아요. 아버지가 딸 시집 보내는 느낌으로 보고 계시더라고요. 감격스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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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녀’의 한 장면. 김옥빈은 극중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며 킬러의 역할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사진 | NEW제공

- 극중 다양한 무기를 사용한다. 이중 제일 마음에 들었던, 손에 제일 잘 붙었던 무기는 무엇이었나.

(영화를)직접 보니까 ‘이렇게 다양한 무기를 썼구나’고 싶었어요.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엔딩 장면이에요. 정말 많이 고생했고,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거든요. 너무 만족스럽게 나왔어요. 버스 안에서 액션 장면은 실제로 찍은 거였는데, 그 좁은 버스 안에 촬영 감독님과 배우들이 들어갔거든요. 역동적으로 나와서 감독님께 너무 감사했어요. 마음에 드는 무기요? 액션 연습을 할 때는 쌍검을 가장 잘 했고, 연습시간이 길었어요. 그런데, 끝나고 나니 도끼가 제일 잘 맞는 것 같아요.(웃음)

- 김옥빈이 맡은 숙희는 너무 불쌍하다.

저는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부터 ‘이것은 숙희가 제일 불쌍해요’라고 생각을 했어요. 또 가장 인상깊게 머리속에 남는 것이 있어요. 극중 딸 역할을 맡은 아역배우가 어리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가 “숙희 언니 불쌍해요”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어떻게해서 숙희가 이렇게 까지 됐나(불쌍하고, 악녀가 될 수 밖에 없는 얘기)를 보여드리려면 2편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 동생인 배우 채서진과 함께 왔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어릴때 제가 이곳에 왔을 때는 이렇게 크고 멋있는 곳인지 모르고 아쉽게 시간을 흘려보냈어요. 그런데 제 동생도 배우가 됐잖아요. 영화제를 함께 보고 느낀다면,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아서 데리고 왔어요. 동생도 많이 자극이 되면서 새로운 다짐이 생겼나봐요. 오늘 아침에는 혼자 여행을 하고 싶다면서 프랑스 남부로 여행을 떠났어요.

- 마지막으로 8년 전과 지금 칸이 달라진 것을 느꼈나.

8년 전에 왔을 때는 기댈 수 있는 분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따라다니기만 했고, 가르침만 받았고요. 마음껏 믿고 맡겼다고 해야하나? 그때는 아무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칸에 도착해 차를 타는데 처음 오는 곳인것 같았어요. ‘이게 아니다’ 싶어 밖으로 바로 나왔죠. 첫날 술을 마셨고요.(웃음) 도로를 나왔는데 하나도 기억이 안나더라고요.. ‘악녀’ 덕분에 칸에 대한 기억을 새롭게 씌웠죠. 이곳이 날씨가 좋고, 따뜻하고, 기분이 좋은 곳이라는 것을 다시 알게됐어요.

whice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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